'체크카드 혜택 퍼주기'… 신용카드 론칭 위한 큰 그림여행·여가소비多 2030 겨냥… "체리피킹족 대응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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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사들에 있어 2030 세대는 미래 수익을 위해 붙잡아야 할 '미래 먹거리'다. 그들을 사로잡기 위해 때로 역마진까지 마다하지 않는 이유다. 

    4대 금융지주계열 카드사(하나·신한·KB국민·우리카드)들이 카드사의 주 수입원인 가맹점 수수료를 사실상 포기해가며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 해외여행 특화 신용카드 고객을 확대하면 잠재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전략에서다. 

    1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체크카드 해외 이용액은 1조1740억원으로 전년 대비 52% 늘었다. 해외여행 특화 체크카드 발급이 급증한 덕분이다. 카드사들이 파격적인 혜택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금융소비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졌다. 

    카드사들이 주타깃으로 삼고 있는 소비자는 2030 세대다. 이들은 해외여행 특화 카드에 가장 관심이 많은 소비자로 다른 세대에 비해 여행, 휴가 등 여가 관련 결제액수가  많다. 이들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재테크 커뮤니티 등에서 카드 혜택을 꼼꼼히 비교하곤 한다.

    ◇'5만원선' 공항라운지 이용 혜택·환전 수수료 무료… 남는 것 없는 체크카드, 왜

    4대 카드사의 해외여행 특화카드는 모두 체크카드에서 출발했다. 체크카드는 연회비가 없고 가맹점 결제 수수료율도 신용카드 대비 미미해 수익 기여도가 크지 않다. 연회비가 없다는 점은 신규발급 진입 장벽을 낮추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체크카드 발급을 위해 계열은행의 계좌를 개설하는 효과도 일부 거둘 수 있다.

    포문을 연 건 2022년 출시한 하나카드 '트래블로그 카드'다. 이어 신한카드 '쏠(SOL) 트래블 카드', KB국민카드 '트래블러스 카드', 우리카드 '위비트래블 카드'가 가세해 치열한 4파전을 벌이고 있다.

    해외여행 특화 카드 경쟁이 과도해지면서 혜택 제공 부담이 늘어 역마진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환전 수수료 무료 혜택은 기본이고 1인당 5만원 선인 국내 주요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도 공통 기본 혜택으로 자리잡고 있다. 예상 수익 대비 과도한 지출이다.

    지상파, 케이블 방송사를 비롯해 OTT 플랫폼과 유명 유튜브 채널에서 여행 콘텐츠가 인기지만 해외여행 특화 카드 PPL이 전무한 까닭도 빠듯한 예산 탓으로 알려졌다.

    한 주요 카드사 관계자는 "여행 프로그램에 노출되면 광고 효과가 크겠지만 몇 천만원에서 억원대까지 가는 광고 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카드사의 수입원은 수수료인데 체크카드 결제 수수료는 미미하고 환전 수수료 '제로' 선언까지 해 사실상 수익을 포기하고 점유율 늘리기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목표는 신용카드 고객 확보… "체리피킹 대응 관건"

    체크카드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목표는 해외여행 특화 신용카드 시장의 점유율 확대다. 신용카드 버전은 연회비 수익에 더해 장·단기 카드대출,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이자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5월 이미 '트래블로그 신용카드'를 출시했고 국민카드는 올해 4월 'KB국민 위시 트래블 신용카드'를 선보여 해외여행 특화 체크·신용카드 라인업을 모두 확보했다.

    하나카드는 대한항공과 손잡고 이달 중 트래블로그 신용카드 2종을 추가 론칭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 혜택으로 해외여행객을 사로잡는다는 전략이다. 

    우리카드는 핀테크사 트래블월렛과 제휴해 '우리 트래블월렛 신용카드'를 출시한 상태다.

    신한카드는 '신한SOL 트래블 체크카드'의 신용카드 버전을 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과당경쟁이 각 카드사에 재정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업계 전체로 보면 소비자들에게 여행 특화카드의 혜택을 널리 알리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다만 전월 실적을 대폭 낮추거나 없앤 경우도 있어 혜택만 취하는 '체리피킹(좋은 것만 고르는 행위)족'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