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 3개월간 17조↑… 당국 실태점검 시작한은, 금리인하 시사… 가계부채 급증 우려↑은행장‧부행장‧실무자‧이사회까지 관리 강화 주문은행권 금리 올리며 가계대출 속도조절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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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이 은행권 가계대출 실태점검에 돌입했다. 지난 3개월 동안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17조원가량 불어나는 등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등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서다.

    특히 한국은행이 3년 만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 흐름이 거세질 수 있는 만큼 느슨해진 가계대출 관리의 기강을 다잡기 위한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 느슨해진 가계대출… DSR규제 준수 집중 점검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부터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카카오뱅크에 대해 가계대출 현장점검을 진행한다. 나머지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방은행 등에 대해서는 서면 점검을 통해 특이 사항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최근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중심으로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 주담대 잔액은 876조9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3000억원 많았다. 지난 3월에 50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으나 4월 4조5000억원, 5월 5조7000억원 등으로 매달 증가폭이 커지고 있다.

    지난 3개월 동안 증가한 규모만 17조원에 달하는데 이중 15조원가량이 5대 은행에 집중됐다.

    당국은 연초 증가세 둔화흐름 탓에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가 느슨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일 임원회의에서 "성급한 금리 인하 기대와 국지적 주택가격 반등에 편승한 무리한 대출 확대는 안정화되던 가계부채 문제를 다시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전 부서가 경각심을 가지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따라 금감원은 이번 점검에서 은행들이 DSR 규제에 따라 차주의 상환능력에 맞게 대출을 내주고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특히 신용대출을 생활안정자금용 주담대로 대환하는 꼼수 영업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주담대는 신용대출에 비해 만기가 길기 때문에 대환할 경우 연간 갚아야 할 원리금이 줄어들어 DSR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DSR은 차주가 연간 갚아야 할 원리금 총액이 연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제도로 현재는 40%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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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리인하 기대감, 가계대출 자극… 당국, 은행권 수시 단속

    현장점검은 통상 특정 사안에 대한 사후조치로 이뤄지지만 이번에는 하반기 금리인하를 앞두고 주담대 증가세 확대를 미리 억제하기 위한 사전적 성격도 갖추고 있다. 

    한은은 이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달까지 물가상승률이 3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한데 이어 이창용 한은 총재마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해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이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 조성됐다"면서 2018년 8월 이후 3년 만에 처음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 

    금리인하 기대에 따른 대출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금융당국은 은행권과 접촉 빈도를 높이면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말 주요 은행장을 시작으로 이달 3일 여신 담당 부행장, 10일 여신담당 실무자, 12일 이사회 의장까지 릴레이 간담회를 연이어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번 현장점검 후 발견된 미흡사항에 대한 엄중 조치도 예고했다.

    당국의 엄포에 은행권은 일제히 부동산 관련 대출 금리를 상향 조정하면서 속도조절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금융채 5년물을 기반으로 한 주담대 상품 금리를 0.05%포인트 인상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3일 주담대 금리를 0.13%포인트 올린 데 이어 이날 추가로 0.02%포인트 더 높였다. 

    우리은행도 현장점검을 앞두고 5년 고정형 주담대의 금리를 0.11%포인트 올렸고, 하나은행은 주담대 감면금리 폭을 최대 0.20%포인트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였다.

    은행들은 무분별하게 가계대출을 늘렸다는 지적에 억울함을 표하면서도 향후 증가추세를 보며 추가적인 금리인상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관리가 최근에 발생한 이슈도 아니고 연초부터 기업대출에 집중해왔던 상황”이라면서 “연말까지 추이에 따라서는 금리를 더 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