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응급센터 무너지면 지역의료까지 '연쇄 파국' 가뜩이나 열악한 상황 속 의료대란 겹쳐 아수라장응급환자(KTAS 1~3등급) 전문의 진찰료 100% 인상 제도화응급의학 전문의 남을 수 있도록 근무여건 개선 시급
  • ▲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 ⓒ용인세브란스병원
    ▲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 ⓒ용인세브란스병원
    전공의 집단사직 여파에도 24시간을 문을 열어둬야 하는 응급실이 곪아 터지기 시작했다. 의료대란 다섯 달째, 더는 버티지 못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이탈 중으로 전국적 위기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응급실 가동이 멈춘다는 것은 국민 생명권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해결책은 없는 걸까.

    18일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용인세브란스병원)는 "최근 보도된 일부 병원 응급실의  문제로 국한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은 전국적 위기 상황이며 응급의학과 전문의 이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대증원-전공의 사직 사태 이전에도 응급의학과는 기피과였고, 응급실은 병원경영의 마이너스 공간으로 여겨졌다. 지방으로 갈수록 인력은 부족하고 수도권 대형병원 중심으로 경증 환자도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니 응급체계는 항상 과부하가 걸렸다. 

    이 이사는 "가뜩이나 열악한 상황에서 빨간불이 연속으로 켜지니 풀당직으로도 버티기 힘든 시점이 온 것"이라며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어도 신체적 한계 탓에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 전국 곳곳의 응급의학과 교수진들은 조용한 사직을 이어가고 있다. 규모가 있는 병원별로 6명 또는 8명이 배치되고 있지만, 절반 이상 빠지는 곳이 허다하다. 중증·응급환자의 '최후의 보루'인 권역응급의료센터 가동이 멈춘다는 것은 그 지역 응급체계의 붕괴를 의미한다. 

    지난 2월부터 전공의도 없으니 각 병원은 궁여지책으로 非응급의학과 의료진으로 투입하는 땜질식 처방으로 인력배치 기준만 가까스로 맞추려고 하니 정상적 가동이 어렵다. 

    그는 "응급실은 갈아 넣어서 버티고 있었다. 모든 국민이 알고 있듯이 응급실은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환자를 살리는 최전선에 있다는 희생정신을 담보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지난달부터 병원을 떠나는 소식이 계속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에 응급실 의사들은 사명감에 미래를 맡기고 보람으로 하루를 산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좀체 고쳐지지 않는 응급체계와 맞물려 인력난이 가중되니 분야를 포기하거나 병원을 떠나는 실정이다. 

    최근 일련의 문제가 된 비단 순천향대 천안병원, 속초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뿐만 아니라 이미 수십곳이 위태로운 상황으로 정부 차원의 상시 지원책 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대로 사태 장기화 상황에서 사각지대로 남겨지면 모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 이사는 "일단 응급환자(KTAS 1~3등급) 전문의 진찰료 100% 인상과 인상분 50% 이상 해당 진료 전문의에 직접 지급하는 정책의 상시화, 제도권 진입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시적 정책 수가에서 벗어나 건강보험에 관련 내용이 담기는 것이 응급실 의사들이 버티는 최소한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정부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버틸 수 있도록 근무 여건을 개선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는데 집중하길 바란다"며 "학회 차원에서도 응급실 기능 유지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준비하고 있으므로 다각적 대책이 바로 실행으로 바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