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하락에 가산금리 조정 무용지물0.2%p 올렸지만 대출금리는 0.05%p 상승은행채 금리 7월 한달간 0.226%p 하락금리인하‧집값 상승 기대감… 대출수요 자극8월엔 DSR규제 강화전 막차타기 행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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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금리가 꾸준히 내려가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더욱 힘이 실리면서 시장에서 하향 쏠림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약 2년 만에 연 3% 아래로 떨어졌다. 주택시장 수요자들도 벌써부터 은행 대출문을 두드리며 ‘고금리 시대 종식’에 환호하는 모습이다. 시장금리 인하로 금융권에 나타나기 시작한 파급효과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종용에 따라 가계대출 속도 관리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높이고 있지만 이달 중 실제 대출금리 인상 폭은 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은 이달 많게는 4차례에 걸쳐 가산금리를 인상했지만 대출상품의 원가라고 할 수 있는 은행채 금리가 2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이를 상쇄해 버렸다. 

    소비자들은 높아진 대출 문턱을 체감하기 어렵고 기준금리 인하와 집값 상승 기대만 커지고 있어 은행들 입장에서 늘어나는 수요를 차단할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다음달에는 9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도입을 앞두고 '막차타기 수요'까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5년 고정형 상품의 금리하단 평균은 연 3.216%로 나타났다.

    이달 1일 기준 연 3.158%와 비교하면 0.058%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다만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줄이겠다며 수차례에 걸쳐 가산금리를 인상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제자리나 마찬가지다.

    하나은행은 이달 초 가장 먼저 주담대 금리를 0.2%포인트 올렸고, 우리은행과 농협은행도 최근 0.2%포인트 인상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이달 들어서만 3~4차례에 걸쳐 가산금리를 조정했다. 

    가산금리 조정을 무력화한 건 시장금리 하락세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전날(30일) 종가 기준 5년물 은행채(AAA) 금리는 3.264%다. 이달 1일(3.49%)과 비교하면 0.226%포인트나 떨어졌다.

    시장금리 하락세가 거세 사실상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여 대출금리가 떨어지는 것을 붙들고 있는 수준이다.

    은행권에선 계속해서 가산금리를 올리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어 시장금리 하락세에 따라 대출금리가 다시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당연히 금융당국의 기조에 따라야 하겠지만 소비자들의 불만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들이 이달 일제히 가산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기대했던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들어 25일까지 4조7349억원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 6월에는 한 달 새 5조3415억원 늘어나 2021년 7월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금리인하 기대감에 가산금리 조정이 무력화된 가운데 부동산 경기회복 기대는 대출수요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서울 집값은 이미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가 지난달 50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3월 거래(37억5000만원)와 비교해 12억5000만원 오른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뜨거워지면서 결국 타지역도 자극 받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공개한 7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비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부진하지만 가격 수준이 높은 서울 등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이 전체 주택가격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음 달에는 9월 스트레스DSR 2단계 도입을 앞두고 막차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대출규제 강화를 앞뒀던 지난 6월에 가계대출은 약 3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9월에 시행되는 ‘스트레스DSR 2단계’는 애초 7월 도입을 예정했다가 2개월 연기된 것이다. 이 규제가 시행되면 차주들이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기존보다 더 축소된다.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와 관련한 극약처방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다음달까지 은행들에 대한 가계대출 현장점검을 마치고 나면 어느 정도 은행별로 경고나 총량 가이드라인을 줄 것이란 말들이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