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수익성 부진한 러시아‧브라질 법인 단계적 축소완전 폐쇄는 신중, 명맥만 유지… 동남아 3국에 글로벌 전략 집중
  • 우리은행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러시아와 브라질 지점을 과감히 접는다. 

    다만 완전한 철수가 아닌 단계적 축소로 명맥은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성욱 우리금융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1일 “수익성이 부진한 러시아, 브라질 법인의 경우 (사업이나 투자를) 확대할 계획은 없고, 유지나 축소 수순을 밟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번 진출한 국가에서 철수나 폐지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완전 철수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우리은행은 2030년까지 글로벌 수익 비중 목표를 25%까지 확대할 계획인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 글로벌 채널에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효율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수익이 나지 않는 곳은 축소와 철수를 통해 은행 자본 비율에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우리은행은 지난 2008년 1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글로벌 사업을 확대했다. 이후 2011년 8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지점을 추가 개설했다. 

    우리은행은 러시아 지점을 통해 현지에 진출해 있는 현대자동차와 관련 협력업체를 비롯해 STX조선과 세계 각국의 기업들을 상대로 금융지원 사업을 벌여 왔다. 

    그러나 실적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러시아 법인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말 기준 81억원으로 전년(121억원) 대비 33%(40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총자산과 영업이익은 각각 3650억원, 51억원 감소했다.  

    실적이 감소한 이유는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이다. 2년 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국이 대러 제재에 참여하면서 한국과 러시아 관계도 경색됐다.  

    러시아에 진출했던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말 현지 공장을 매각하고 철수했다. 러시아에 진출한 삼성전자, LG전자 공장들도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다. 해외진출 기업들과 명운을 함께하는 현재 해외금융 역시 제대로 된 사업 영역을 잃었다.  

    브라질우리은행 역시 2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3년 설립된 브라질우리은행은 2017년 브라질 상파울루 봉헤찌로 지점을 개설하며 줄곧 성장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출범 9년째인 2022년 13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32억원으로 손실 폭이 늘어났다. 

    이에 우리은행은 지난 5월 말 브라질우리은행 지점 두 곳 중 한 곳인 봉헤찌로 지점을 폐쇄하면서 모룸비 본점으로 통합했다. 사실상 명맥만 유지하는 셈이다. 

    우리은행은 현재 24개국에 466개 글로벌 영업망을 구축해 국내은행 중 가장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운영중이다. 그러나 우리은행 해외법인 11곳 중 러시아와 브라질을 포함한 9곳의 순익은 전년 대비 역성장했다. 

    지난 3월 말에는 부진한 실적을 낸 글로벌그룹장에 대해 문책성·원포인트 교체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의 핵심 전략 중 하나인 글로벌 부문의 실적 개선이 미진했고, 영업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인사다. 

    우리은행은 러시아와 브라질 법인을 축소하는 반면 동남아 3국(인도네시아‧캄보디아‧베트남)에 집중해 아시아 넘버원 글로벌 금융사 도약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또 소규모 법인 인수와 소액투자로 시장에 진출해 M&A(인수‧합병) 등을 통한 성장 발판을 구축해 현지 리딩뱅크 대열에 진입한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성욱 부사장은 “동남아 3국을 제외한 여타 진출 국가에 대해서는 확대보다는 관리적인 측면에서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