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야 정쟁·탄핵 궁리에 하반기 경기회복 낙관론마저 흔들2분기 역성장 이어 3분기도 암울… 기업·자영업 한계봉착미국발 R공포·저성장 중국·중동 확전 등 대외여건도 최악 경제 살릴 실질 처방과 내우외환 돌파할 '복합방파제' 시급
  • ▲ 지난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특별조치법)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특별조치법)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해병대원특검법,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특별조치법)…. 

    제22대 국회 개원 후 66일이 지나는 동안 이들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생·경제와 무관한 악법들이 거대 야당에 의해 여당과 협의 없이 일방 처리되며 그야말로 '거야(巨野) 폭주' 무대가 연출되고 있다. 이쯤 되면 민생과 경제는 내팽개치고 정부를 망쳐놓겠다는 야당의 괘씸한 심보가 아닌지 의심마저 든다.

    야당의 입법 횡포가 거세지자 "정치가 경제를 망친다"는 비난이 많다. 비난의 수위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25만원 지원법'과 '이진숙 탄핵소추안'을 거야의 압도적 의석으로 일방 통과시키고 노조의 불법 파업에 사측의 손해 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이 상정된 후 더 높아졌다. 

    정부·여당은 물론 재계와 학계에선 노란봉투법 상정을 "친노조·반기업 정책으로 나라 경제가 파탄이 나도 개의치 않겠다는 발상"이라고 보고 있다. 자칫 산업 현장이 노사 분쟁과 불법 행위로 큰 혼란을 겪고, 파업 대응에 시달리다 해외로 사업장을 옮기거나 심지어 경영 악화로 문을 닫는 기업이 많아질 수 있어서다. 

    25만원 지원법에 대해선 "나라 살림과 미래 세대에 대한 부담을 외면한 매표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 1인당 25만~35만원어치 지역사랑 상품권이 지급되고 적게는 13조원, 많게는 20조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시중 유동성 확대로 물가를 자극해 서민의 삶은 피폐해지고, 대규모 추경으로 국가재정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25만원 지원법은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재난지원금 변형에 불과하다. 현금성 지원금은 단기적으로 경기 부양을 일으킬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을 야기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한 고금리 정책을 불러온다. 국민들도 현금 살포성 정책이 실질임금 감소, 세금 인상, 물가 급등 등으로 돌아올 청구서란 점을 이미 알고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률을 2.6%로 점치며 하반기 회복 흐름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거대 야당이 정쟁용·포퓰리즘 법안 밀어붙이기와 정부 인사에 대한 탄핵으로 국정 운영을 마비시키면서 이 낙관론은 여지없이 흔들리고 있다. 

    올 2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2% 기록하며 1년 6개월 만에 뒷걸음질 쳤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민간소비 회복세가 더뎌졌고, 잘나가던 수출 지표도 수입 급증에 따라 순수출 기여도가 떨어지면서 1분기 깜짝 성장(1.3%)을 이어가지 못했다. 

    3분기를 여는 7월 상황도 녹록지는 않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6% 오르며 전월(2.4%)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국내 제조업을 대표하는 자동차 산업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내수 판매가 좋지 않았던 자동차는 7월 판매 부진을 이어갔다. 내수 실적은 전년 대비 4.3% 감소, 수출 역시 9.1% 쪼그라들었다. 

    거대 야당이 막무가내식 입법 폭거를 일삼는 동안 민생·경제는 나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선 장기불황이 걷히기도 전에 체력이 소진된 기업들, 자영업자들이 더 이상 못 버티고 쓰러지는 일이 더 많아질 거란 걱정이 나온다. 
  • ▲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 생선가게에 폐업 안내가 적힌 스티로폼이 놓인 모습. ⓒ연합뉴스
    ▲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 생선가게에 폐업 안내가 적힌 스티로폼이 놓인 모습. ⓒ연합뉴스
    예기치 않게 3분기가 최대 고비일 수도 있는 만큼 야당은 기업 활력을 높이고 민생경제를 살리는 정부 정책에 힘을 보태고 실질적인 처방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국이 각국 상황에 맞는 통화 정책으로 각자도생하는데 우리 역시 긴축 완화를 비롯한 턴어라운드 성공 여건 조성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란 얘기다. 

    반도체 지원법, 인공지능(AI) 기본법 등 100건 넘는 경제 법안이 계류된 채 국회 논의는 멈춰 섰고, 최근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엔 위축된 민간 경제활력 제고와 저성장 극복의 마중물 역할을 할 내용들이 많지만 국회로 넘어오더라도 제대로 논의될 거란 기대 역시 없다. 노동·교육·연금 개혁에 관한 건설적인 논의도 진전이 없다. 

    지금처럼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반(反)헌법적 법안을 만들어 선심성 현금을 살포하고 반시장적인 행태가 계속된다면 그 부작용은 오롯이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 극한 침체에 빠진 남미 국가들의 포퓰리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10대 경제부국 중 하나였으나 1946~1955년 집권한 후안 페론 대통령의 포퓰리즘 정책과 과도한 재정지출로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어야 했다. 최근 12년 간(2011~2023년) 평균 성장률 0.8%를 기록하며 장기불황에 빠졌고, 2019년부터 연간 50%가 넘는 초인플레이션이 시작되면서 화폐가치는 폭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570억달러를 대출해주며 위기 진화에 나섰으나 경제 안정화에는 실패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아르헨티나 정부가 더 많은 돈을 찍어내며 2023년 인플레이션은 211%까지 치솟았다. 국가부채도 2023년 말 4470억달러에 달했다. 마치 야당의 입법 폭거와 오버랩된다. 

    포퓰리즘 정책과 방만한 재정 운영이 국민들의 삶을 망치고 국가 경제마저 파탄으로 이끈다면 그 비난의 화살은 정부·여당이 아닌 야당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본회의를 통과한 쟁점법안 모두 대통령이 거부권 카드를 빼 들었을지 반문해야 한다. 

    한계상황에 몰린 자영업자와 기업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언제 터질지 모를 뇌관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 국가적 위기인 저출생·고령화, 이와 무관치 않은 노동·교육 등 구조 개혁, 미래세대에 부담을 줄 연금 개혁 등 갈 길이 멀다. 

    경제위기 극복과 구조 개혁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가뜩이나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에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몰아닥치면서 글로벌 증시가 초토화되고 있고 중국은 저성장의 늪에 빠졌고, 확전일로인 중동 사태 등 대외여건이 녹록지 않은 만큼 내우외환을 돌파할 복합 방파제 쌓기에 여야가 초당적 협의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