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롯데헬스케어 출범 2년 만에 ‘사업철수’ 검토 중작년 매출 8억원에 영업손실 229억원… 제품 도용 의혹까지‘안되는 사업’ 구조조정 의지, 지주는 비상경영 상태
  • ▲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달 19일 '2024 하반기 VCM에 참석해 고해상도 AR용 글래스 생산 스타트업 '레티널'의 기술 설명을 듣고 있다. ⓒ롯데지주
    ▲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달 19일 '2024 하반기 VCM에 참석해 고해상도 AR용 글래스 생산 스타트업 '레티널'의 기술 설명을 듣고 있다. ⓒ롯데지주
    롯데그룹의 토탈 헬스케어 기업 롯데헬스케어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비상경영 첫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롯데지주가 롯데헬스케어의 사업철수를 비롯한 구조조정 등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 전반에 대한 검토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미 롯데헬스케어 안팎에서는 사업철수에 대한 전망이 무성한 상황이다. 롯데그룹이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토탈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한지 2년여만이다. 롯데헬스케어가 그룹의 부담으로 자리하면서 당장 내일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8일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자회사 롯데헬스케어의 사업 철수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단기간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막대한 적자 사업을 이끌고 가기 어렵다는 판단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헬스케어 안팎의 불안감도 커지는 중이다. 아직 공식 발표는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사업 철수에 대한 전망이 팽배하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헬스케어의 사업 종료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라며 “내부에서도 각자도생의 길을 찾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롯데헬스케어는 롯데그룹에서 역사상 최단명 사업이 될 전망이다.

    롯데헬스케어는 롯데그룹의 신성장 동력에 대한 기대감을 한 몸에 받으며 출범한 회사다. 지난 2022년 4월 롯데지주의 100% 자회사로 설립된 이후 유전체 검사 전문기업 테라젠바이오와 협력을 통해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CAZZLE)’을 론칭한 바 있다. 

    성과는 현재까지 미미한 수준이다. 사업을 개시한 지난해 롯데헬스케어의 연결기준 매출은 8억원에 그친 반면 영업손실은 229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롯데지주의 300억원 규모 유상증자가 이뤄졌음에도 절반 이상의 자금을 까먹은 셈이다. 
  • ▲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달 19일 '2024 하반기 VCM에 참석해 고해상도 AR용 글래스 생산 스타트업 '레티널'의 기술 설명을 듣고 있다. ⓒ롯데지주
    이 과정에서 논란도 적지 않았다.

    롯데헬스케어는 지난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3)에 참여해 영양제 디스펜서(공급기)를 선보였는데, 스타트업 알고케어의 제품을 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캐즐’의 카트리지 구조·원리가 자사 제품과 비슷하다는 취지였다. 당시 롯데헬스케어는 도용이 아니라고 반발했지만, 결과적으로 5개월만에 조정합의를 통해 사업을 철수했다. 사업 첫 해부터 체면을 구긴 셈이다. 

    이는 최근 롯데그룹 주력 사업 전반의 위기 속에서 쐐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신동빈 회장은 올 초 일본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몇 년을 해도 잘되지 않는 사업에 대해서는 타사에 부탁하는 것이 종업원에게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앞으로도 몇 개를 매각할 것”이라고 구조조정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달 롯데그룹 사장단 회의인 ‘2024년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도 “예상치 못한 위기 발생해도 이를 극복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며 “고객과 시장 변화 대응을 위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른 롯데그룹의 변화는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중이다. 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롯데지주가는 최근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따라붙었지만 그룹 전반의 수익성 개선이 주요 목적이다. 앞서 롯데면세점과 롯데케미칼도 지난 6월, 7월 각각 비상경영에 돌입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그룹 전반의 위기의식이 롯데헬스케어의 존속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간 내 이익을 낼 가능성은 거의 없는 반면 지속적인 투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근 롯데웰푸드와 롯데상사의 합병 검토가 시작된 것도 수익성 개선을 위해선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매락에서다.

    이와 관련 롯데지주 관계자는 “롯데헬스케어의 사업 방향에 대해 다양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