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 지금 이자 받기 히트 치자 인뱅‧시중銀 앞다퉈 차용외화통장‧모임통장도 유사 상품 봇물…銀 우선판매권제도 '유명무실' 銀 공공재 성격 강해 독점 판매 어려워 vs 개발 의지 꺾어 경쟁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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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권에 '묻지마 베끼기 경쟁'이 확산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새롭고 독창적인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면 시중은행들이 곧장 이를 모방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자체 혁신보다 돈이 되는 상품과 서비스를 그대로 따라하는 '카피캣 천국'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오는 28일부터 디지털전용 상품인 NH올원e통장에 ‘지금 이자 받기’ 서비스를 선보인다. 

    지금 이자 받기 서비스는 NH올원뱅크 등 농협은행 뱅킹 앱에서 버튼만 누르면 하루 이자를 바로 지급(1일 1회)한다. 전일 금액을 기준으로 이자가 계산되며 해당 통장 금리(연 기준)를 그대로 적용한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지난해 3월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가 금융사 최초로 선보인 ‘지금 이자 받기’를 빼닮았다.   

    토스뱅크의 지금 이자 받기 역시 '토스뱅크통장'에서 고객이 원할 때 즉시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서비스 출시 이후 토스뱅크 고객 330만명이 이를 이용했으며 고객들이 받은 이자 합계는 3200억원에 이른다. 

    토스뱅크의 지금 이자 받기가 인기를 끌자 케이뱅크도 ‘바로 이자 받기’, 카카오뱅크는 ‘이자 바로 받기’, Sh수협은행도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농협은행까지 베끼기에 가세한 것이다.

    토스뱅크가 전세계 17개 통화를 평생 수수료 없이 환전할 수 있도록 한 ‘외화통장’도 지난 1월 출시 이후 히트를 치자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이 잇달아 트래블카드를 연계한 무료 환전 서비스를 출시했다.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가 내놓은 ‘모임통장’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가 2018년 내놓은 이 상품이 고객 유입 효과를 톡톡히 누리자 토스뱅크와 BNK부산은행, 케이뱅크, 하나은행, 국민은행 등이 유사한 상품을 내놨다. 

    은행권이 독창적 상품보다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 전략을 고수하면서 금융당국의 혁신 서비스 경쟁 유도란 정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의 독창적 서비스가 보호하는 제도가 없지는 않다.  

    은행연합회는 상품과 서비스의 독창성에 따라 최대 6개월간 판매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우선판매권 제도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제도를 도입한 지 23년이 지난 현재까지 판매권을 승인받은 상품이 10건이 안돼 유명무실하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오랜 개발 끝에 내놓은 서비스이기 때문에 지적재산권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특히 금융권 아이디어 역할을 하고 있는 인터넷은행들은 서비스를 선보인 지 1년도 안된 시점에서 이름까지 그대로 차용하는 것은 오히려 개발 의지를 꺾어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고 토로한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사회적 책임과 공공재 성격이 강한 은행의 특성 상 독점적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은행이 독점권을 갖는게 좋지 않을 수 있다"면서 "은행의 상품, 서비스는 유사성보다는 경쟁력 부문의 고려가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