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규제완화로 경제 회생 일군 레이건·대처 행정부 주목美·英 야당 민생 위해 초당적 협력… 韓 야당은 정부 발목잡기만줄특검·줄탄핵 멈추고 감세·규제완화 힘 실어 먹사니즘 진정성 보여야
  •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지난달 10일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지난달 10일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금 정치는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단언컨대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먹사니즘'이 바로 유일한 이데올로기여야 합니다." 

    당대표 연임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의 출마선언문 핵심 글귀 중 하나다. 거대 의석을 차지한 정당의 대표로서 먹고사는 문제를 정치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당연한 인식이다. 경제 살리기에는 여야가 없다. '방법론'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를 얼마나 좁히느냐가 중요하다. 

    최근 야당은 반시장·반기업 정책들을 쏟아낸다. 기업을 옥죄는 이른바 '노란봉투법'같은 규제 입안이 난무하고 '25만원 지원금'처럼 재정악화를 부추기는 법안도 잇따른다. 상속증여세와 부동산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의 정부 감세 법안을 가로막고 전 세계적으로 실패로 판명 난 '증세'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눈여겨볼 사례가 있다. 막대한 재정 지출과 증세로 국가부도 사태를 맞거나 정권이 무너진 국가들, 작은 정부를 추구하면서 재정 지출을 줄이고 감세와 규제 완화 정책으로 경제 회생을 일군 국가들이다.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세계 10대 부국 중 하나였던 아르헨티나는 무분별한 재정 지출로 국가부도만 9번을 냈고, 1970년대 부국의 지위를 누렸던 베네수엘라도 1999년 집권한 우고 차베스와 2013년 그의 후계자 마두로에 의한 무상복지, 최저임금 인상, 대대적 공무원 증원 등 포퓰리즘 정책들을 남발하다가 다시 최빈국이 된 사례다.

    연임에 실패한 미국 대통령 중 하나인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은 경기 침체와 만성적인 재정적자로 1992년 대선에서 빌 클린턴에게 패해 정권을 내줬다. 결정적인 패인은 '재임 중 증세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증세에 나섰다가 조세 저항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반면 감세 정책을 기반으로 경제 발전을 이룬 경우는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와 영국의 대처 정부가 대표적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중 하나인 로널드 레이건은 경제 난국 속에 정권 교체를 이루며 집권한 후 감세 정책에 주력해 투자와 소비를 살려 경제 호황의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레이건은 거대정부와 높은 세금을 '살며시 진행되는 사회주의(creeping socialism)'의 징후로 비판하며 소득세율을 크게 낮추고 과감히 규제를 혁파해 적극적인 투자와 소비를 이끄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러한 레이건의 경제정책은 '레이거노믹스'로 칭송받고 있다. 

    방만한 복지정책과 기업 국유화로 '영국병'을 앓는다는 비아냥 속에 총리직에 오른 마거릿 대처도 이와 비슷하다. 최고세율 83%에 달하는 소득세율을 40%까지 낮추는 강도 높은 소득세 개혁과 방만한 정부 지출 구조를 뜯어고치면서 영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나락으로 가던 경제를 회생시킨 레이건과 대처의 시대, 사실 진정한 주연은 '야당'이었다는 평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러 감세 관련 법안을 '부자감세'라며 비판했지만, 당시 야당은 정치적 이익보단 경제·민생 회복을 최우선으로 두고 결국 세제개혁 법안 통과에 초당적으로 협력했기 때문이다. 

    ◇'감세' 세계적 추세… 경제발전 이룬 해외 사례서 답 찾아야

    우리 여야 정치 상황은 어떨까. 지금의 국회는 정쟁용 특검, 탄핵으로 난장판이다. 레이건, 대처 시대 야당의 초당적 협력처럼 경기 회복 마중물이 될 감세·규제완화 입안에 야당이 힘을 실어야 하지만 정치적 금도를 넘어선 폭거만이 난무하다. 

    그 중심에는 이재명 후보가 있다. 출마선언문의 먹사니즘은 없다. 스스로 민생을 내팽개치고선 마치 상대(정부·여당)가 민생을 외면하는 것처럼 먹사니즘 슬로건은 진정성도, 위기의식도 없는 '정치적 프로파간다'일 뿐이다.

    레이건 행정부의 세제개혁 이후 감세는 세계적인 추세가 됐다. 다국적 기업들이 낮은 세율과 완화된 규제를 찾아 사업장을 해외로 옮기는 걸 주목해야 한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짐싸고 떠나기 전에 상속세·법인세·부동산세 부담이 선진국 평균보다 높고, 세율 구간도 지나친 다단계 누진 구조라는 지적을 간과해선 안 될 때다. 

    특히 상속세는 최고 60%에 달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 20년째 변함없는 과세표준 구간 등이 문제로 지목된다. 상속세는 가업승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돼 왔고 일부 기업들이 승계가 아닌 폐업을 선택하면서 기술 유출과 고용불안까지 일으켰다.

    "상속세는 경제력이 있는 50·60세대의 부를 조기에 20·30세대로 이전해 소비를 촉발하고, 그에 따라 경기 활성화를 해나가는 것에 도움이 된다"라는 송언석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 위원장의 견해도 일견 납득할 만하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금투세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원칙에 부합하지만,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많다. 금투세 시행이 국내 증시로 들어올 자금의 흐름을 막고, 많은 투자자가 해외로 이탈할 우려가 크며 특히 자본시장 밸류업 기조와도 상충하기 때문이다. 

    서울 도심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추진하는 재건축·재개발 촉진 특례법도 국내 건설시장을 활성화할 규제 완화 핵심 법안 중 하나다. 최근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로 침체한 개발 사업을 되살리기 위해 특례법에는 3년간 한시적으로 용적률을 기존보다 30%포인트(p) 올려주고,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공급 의무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많은 경제 전문가가 상속세 완화와 금투세 폐지, 재건축 특례를 대표적인 '경기 활성화 마중물'로 꼽는다. 채상병 줄특검법에 방통위원장 줄탄핵하면서 '먹사니즘' 외치는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버리고 이 3가지 정책 만이라도 당내 반대세력 뿌리치고 해결하는 게 순서다. 

    침체한 경제가 멀지 않은 시점에 회복해 활력이 생기면 다행이지만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와 같은 중남미국가처럼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일이 생겨선 곤란하다. 레이건, 대처 시대처럼 야당이 초당적 협력에 나서는 건 국민들이 '먹사니즘'을 위선으로 여기지 않고 진정성 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