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은행권, 가계대출에 금리 위주 대응말라”은행권 금리인상 릴레이 한달반만에 첫 구두 개입"금융위 언급 이후 가계대출 대응 기조‧내용 달라질 듯"금리인상 대신 일부 대출상품 중단 사례 줄이을 가능성
  • ▲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은행연합회, 2금융권 협회, 5대 은행이 참석한 가운데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은행연합회, 2금융권 협회, 5대 은행이 참석한 가운데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가계대출 속도조절을 명분으로 내세운 은행권의 금리인상 행렬에 제동이 걸렸다.

    대출금리 인상을 한달 반 넘게 지켜보기만 했던 금융당국이 “금리로 대응하지 말라”며 구두개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이 즉각 대출금리 외 다른 대책을 발표하는 등 은행들의 가계대출 대응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 금리만 올리던 신한은행, 일부 대출 취급중단·한도축소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26일부터 조건부로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중단하고 주택담도대출(주담대) 한도도 줄일 계획이다. 

    취급이 중단되는 전세대출 조건은 임대인 소유권 이전 조건, 선순위채권 말소 또는 감액 조건, 주택 처분 조건 등이다. 

    같은날부터 플러스모기지론(MCI·MCG)도 중단해 주담대 한도를 축소한다. MCI·MCG는 주담대와 동시에 가입하는 보증보험으로, 가입 시 소액임차인 보호를 위한 ‘방공제’ 금액을 빼지 않고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취급이 중단되면 방공제 금액을 차감해야 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신한은행은 전날 금융위원회의 가계부채 점검회의가 열린 이후 이 같은 조치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이날 회의에서 "은행권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금리 중심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내부 관리 목적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산출하기 시작하는 만큼 엄정한 상환능력 심사를 통해 대출 실행 여부나 한도를 보다 꼼꼼히 살펴보는 방식으로 대응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대출금리 인상에 대한 금융당국의 언급이 나오자마자 일부 대출상품 중단과 한도축소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발 빠르게 반응한 것 같다”면서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통상 10월 이후 연말쯤 MCI·MCG를 중단하고 다음해 재개해 왔는데 8월이면 상당히 빠른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측은 “가계부채 점검회의와 같은 날 결정된 것은 맞지만 그간 내부 회의를 거쳐 왔다”면서 “갭투자 등의 투기성 수요 등을 예방하기 위해 가계부채의 선제적인 관리 일환으로 일부 여신 취급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 ⓒ뉴데일리 DB.
    ▲ ⓒ뉴데일리 DB.
    ◇ 금리조정 손 묶인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압박은 여전

    신한은행은 오는 23일 일부 주담대와 전세대출 상품에 대한 추가 금리 인상을 예정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날 계획했던 일부 가계대출 상품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우리은행도 다음 주 금리인상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추가적인 금리인상 결정이 쉽지 않아졌다는 게 시중은행들의 반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관리로 금리인상이 용인되는 분위기였는데 금융위에서 얘기 나왔으니 기조나 내용이 반영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5대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이 대출금리를 인상한 횟수는 20차례가 넘는다. 인터넷전문은행까지 합하면 금리인상 횟수가 30차례에 육박한다. 말 그대로 하루 한번 금리가 올라간 셈이다. 

    금융위의 언급이 있었던 만큼 은행들은 금리조정에 주저할 수밖에 없게 됐지만 여전히 가계대출 관리 책임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3일 임원회의에서 "은행권 가계대출 취급 과정에서 DSR 심사 실태 및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의 적정성 등에 대한 현장 점검과 함께 관계부처 합동조사를 통해 편법대출 등에 대해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경기 회복에 밀려오는 대출수요도 버거운데 금리조정마저 어려워지면서 신한은행처럼 일부 대출상품 취급을 중단하는 사례가 줄줄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DSR은 정해져 있는 규정을 따르는 것이고 자체적으로 더 강하게 할 수도 없는 일”이라면서 “금리조정이 어려워진다면 은행에서 할 수 있는 게 신한은행처럼 뭔가를 중단하거나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