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계 빚 합산액 3000조원 돌파… 재정준칙 법제화 목소리野, 대규모 재정 투입 정책 예고… 재정준칙 무산, 추경 완화 시도"건전재정 기조 검토해야… 악순환 방지 위해 야당의 협조 필요"
  • ▲ 올해 2분기 말 국가와 가계 빚 합산액이 3000조원을 처음 돌파했다. ⓒ뉴시스
    ▲ 올해 2분기 말 국가와 가계 빚 합산액이 3000조원을 처음 돌파했다. ⓒ뉴시스
    올해 2분기 말 국가와 가계 빚 합산액이 3000조원을 처음 돌파하면서 입법 주도권을 쥔 더불어민주당의 대규모 재정 투입 정책에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이에 정부·여당이 재정준칙 법제화 등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국가채무와 가계 빚(가계신용)은 총 3042조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가채무는 1145조9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30조4000억원 늘어났다.

    나라·가계빚 합계가 300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 부진으로 '세수 펑크'가 2년 연속 발생한 상황에서 상반기 재정 집중집행 기조가 이어진 것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2분기 말 기준 누계 총지출은 371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조3000억원 늘었으며 상반기 신속집행률(66.2%)도 당초 계획(65%)을 넘어섰다.

    최근 국가채무 상승 추이를 보면 '큰 정부'를 표방하던 문재인 정부와 비교해서는 둔화세지만, 사실상 입법권을 쥔 민주당이 대규모 재정 투입 정책을 예고한 상황에서 방만한 나랏 곳간 운용을 멈춰야 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660조2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2021년 970조7000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연평균 10.1% 상승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 한 해엔 전년 대비 17.1%나 급증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2~2023년 증가율(6.3%)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나랏빚은 꾸준히 커지면서 정부의 재정 운용 폭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문제는 야당이 이런 상황에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성 현금 살포 정책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표는 19일 취임 일성으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문재인 정부 시절 수차례 자행돼 온 대표적 분배정책인 '민생지원금' 추진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이에 대해 "이런 정책 목표가 불분명한 현금 보편적 복지를 시행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며 "해당 정책으로 경제성장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것도 아닌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건전 재정을 외치는 윤 정부의 재정준칙 도입에도 반대해 왔다. 재정준칙은 정부가 적자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내면 안 되도록 시건장치 역할을 하는 법이다. 정부는 매년 생기는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지 않도록 재정준칙 준수를 법으로 규정하자고 외쳤으나, 공공복지 지출 감소 등을 우려한 민주당에 가로막혔다.

    한발 더 나아가 언제든 나랏돈을 동원할 수 있도록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요건 자체를 아예 완화하는 법 개정 시도까지 나타났다. 문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2차관을 지낸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약계층 생계 안정을 위해 나랏돈을 투입할 수 있도록 추경 편성요건을 완화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발표했다. 최소한의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설치해 둔 최후의 방패막마저 허물어뜨리는 시도를 한 것이다.

    다만 야당의 재정 폭주를 막아야 할 정부마저 제 역할을 못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윤 정부는 건전 재정 기조를 정부 방침으로 앞세웠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집권 첫해인 2022년 마이너스(-)5%, 이듬해인 2023년 -3.6%를 기록했다.

    올해도 이 비율을 지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가 올해 전망한 실질 GDP 성장률(2.6%)과 물가 상승률(2.6%)을 고려하면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75조7800억원 이내여야 한다. 6월 누계 기준 적자 규모가 103조4000억원이니 연말까지 적자 규모를 30조원 가까이 줄여야 하는 셈이다.

    이에 정부는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예정됐던 4.2%보다 낮은 3%대 이하 범위의 총지출 증가율로 내년도 예산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총지출 증가율이 3%대 후반으로 확정되면 총지출 규모는 올해 본예산 656조6000억원보다 24조∼26조원가량 늘어난 약 680조∼682조원 수준으로 책정된다. 총지출 증가율을 3%대 초반까지 떨어뜨리면 총지출 규모는 676조∼678조원가량으로 줄어 680조원을 밑돌게 된다.

    총지출 증가율을 4% 미만으로만 책정해도 윤 정부 출범 3년간 총지출 증가율은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 된다. 앞서 윤 정부는 올해 총지출 증가율을 역대 최저치인 2.8%로 조정한 바 있다. 특히 총지출이 7∼9%대로 늘었던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면 증가율은 3분의 1 수준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가부채가 계속해서 크게 증가하는 만큼 정부의 건전 재정 기조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중간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야당 역시 여러 가지 요구는 할 수 있지만 악순환을 막기 위한 정부의 기조에는 발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