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연구기관과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 논의'이사의 충실의무' 재점화…이복현 "투자자 크게 실망"기업 "주주 다양한 목소리 귀 기울일 필요성 공감"
  •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합병이나 공개매수에서 지배주주만을 위한 의사결정으로 국내외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는 최근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금감원으로부터 두 차례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은 두산그룹 등을 재차 저격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28일 금감원은 기업지배구조 관련 연구기관의 연구원과 상장회사 협회 관계자를 초청해 기업지배구조 개선 관련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했다. 

    금감원은 최근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학계, 재계, 금융계, 및 일반투자자 등 의견을 지속 수렴 중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연구기관과 재계 분야 이해관계자 12명이 참석했다.

    이날 이 원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그간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일정 부분 가시적 성과로 나타나기도 했으나, 합병이나 공개매수 등의 과정에서 지배주주만을 위한 의사결정으로 국내외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시장에선 대기업들이 지배구조 재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외부 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두산그룹은 3사 분할·합병 과정에서 소액 주주들이 손실을 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최근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분할합병·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위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2차 정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이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보다 깊이 있고 현실성 있는 개선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며 "자본시장 전문가 등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관계기관과도 면밀히 협의해 합리적 해결 방안이 도출될 수 있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과제에 대한 발제와 토론을 통해 바람직한 정책방향, 기업이 노력할 점, 주주 충실의무 도입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참여자들은 기업가치 제고 정책은 시장 참여자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프로젝트로,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한국적 기업지배구조의 특성을 고려할 때, 지배주주가 있는 기업의 의사결정 공정성을 담보할 장치와 공시기준 강화, 사외이사 연임제한 등 소액주주 보호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냈다.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주주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모두 공감했다. 

    주주총회 내실화를 위해 주총 안건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안내하고 전자투표를 활성화하며,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IR 행사에 적극 참여하는 등 주주와의 소통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주주 충실의무 도입 관련,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주주 충실의무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부작용 우려에 따른 반대의견도 있었다. 양측 모두 합병 등 주요 행위에 대한 개별적 제도보완 필요에 대한 의견 개진이 이뤄졌다.

    참여자들은 주주충실의무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기업 입장 등을 고려한 실현 가능한 이행 방안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이번 논의가 상장기업의 밸류업의 연장선상에 있으므로 일반회사 전체로 확대하기보다 상장회사에 한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기업 우려에 대해 일정한 면책 기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투자자 보호 문제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합병, 물적분할 등 사례에 직접 대응할 수 있는 개별 제도개선을 통해 정책효과 극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편 주주 충실의무가 추상적이고 포괄적이기 때문에 소송이 남발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라 이사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유인이 증가하고 경영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포괄적 의무사항 도입보다는 명확한 행위 기준이나 구체적·개별적 규정 제·개정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