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사장, 대표이사 유지하면서 팔탄공장 제조업무 담당 전무로 강등인사 및 조직신설 등 지주사 권한 침해가 표면적 이유모녀 측 자문사 라데팡스 인물, 인사팀 전무로 영입한 영향도 있을 것박 대표, 이날 독자경영 방침 밝히며 한미사이언스와 대립각
  • ▲ 한미약품.ⓒ뉴데일리DB
    ▲ 한미약품.ⓒ뉴데일리DB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대주주연합)과 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형제)가 직접적인 지분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 전문경영인인 박 대표를 놓고 파워게임을 벌이는 모양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박 대표는 지난 28일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되면서 업무 범위도 경기 팔탄공장의 제조업무로 한정됐다.

    경영업무를 총괄해야 하는 대표이사가 지방공장의 제조업무만을 담당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업계에서는 박재현 대표를 사실상 해임한 것과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조치가 나온 것은 관행적으로 지주사 권한에 속했던 임원 인사 및 조직신설을 박 대표가 독단적으로 단행했기 때문이라는 게 한미사이언스 측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지난 28일 한미약품 내부에 인사팀과 법무팀, 홍보조직을 신설한 동시에 이승엽 경영관리본부 인사팀 팀장 겸 컴플라이언스 팀장 전무이사를 승진시키고 권순기 경영관리본부 법무팀 전무이사 등을 새롭게 선임했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박 대표가 기습적으로 지주사 근간을 흔드는 항명성 인사명령을 먼저 내 이에 대한 조치로 강등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임종훈 대표가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 인물로 평가받는 박 대표에 불만을 갖고 행보를 예의주시해 온 것으로 본다. 따라서 박 대표의 이번 행위를 계기로 직위를 강등시키고 업무범위도 축소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이사를 해임하려면 지난 4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하듯이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 과반수가 출석한 뒤 출석 이사의 과반수가 동의해야 하는데 현 이사진 10명 중 임종윤·종훈 형제 측 인사는 형제와 남병호 헤링스 대표 등 3명뿐이어서 해임안을 통과시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 대표는 지난 6월18일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 이후 이사회에 복귀한 임종윤 사내이사가 대표이사로 선임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임시주총 의장 및 이사회 의장 직위로 이사회 개최 연기를 결정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여기에 박 대표가 새롭게 영입한 권순기 전무는 송영숙·임주현 모녀의 자문사 역할을 맡았던 사모펀드 라데팡스파트너스(라데팡스) 측 인물이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2022년 라데팡스가 개입한 이후 경영권 분쟁 구도가 심화됐다고 지목한 바 있을 정도로 라데팡스와 불편한 관계에 있다.

    권순기 전무는 임종윤·종훈 형제가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차지한 이후인 올 4월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 상무이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박 대표는 한미사이언스 조치에 반발하며 별도 보도자료를 통해 독자경영 방침을 밝혔다.

    한미약품은 한미사이언스 종속회사가 아닌 독자적 경영을 통해 글로벌 한미의 초석을 다지고 주주들에게 높은 기업가치로 보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새롭게 시작되는 한미약품의 전문경영인 중심의 독자 경영 성과가 지주사 등 그룹 전체의 선진적 경영 구조 확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도 "한미의 시작과 끝은 고 임성기 선대회장의 '신약개발 철학'이 돼야 한다"면서 "경쟁력있는 양질의 의약품 개발 등 한미만이 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는 분야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