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기술수출로 '글로벌' 수준 끌어올린 뚝심 사라져가족 간 감정싸움, 업무방해로 이어지며 권력 남용소액주주도 분열, 계열사 대표들 간 분쟁까지 치달아
  • ▲ ⓒ한미약품
    ▲ ⓒ한미약품
    한미약품은 100년이 넘는 한국 제약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기업이다. 2015년에만 글로벌 제약사에 6건의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한해로 따지면 역대 최다, 최대규모로 이는 여전히 깨지지 않는 기록이다. 이때부터 제약업계의 화두는 '글로벌'로 떠올랐다. 

    고(故) 임성기 회장의 무모하리만큼 꺾이지 않았던 R&D 투자가 이룬 성과다. 우리도 글로벌에 견줄만한 신약을 만들수 있다는 한미약품의 의지가 이정표가 됐다는데 의심의 여지는 없다.

    지금의 한미약품은 요동치는 주가만큼 불안정하다. 올초 OCI그룹과의 통합에서부터 불거진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은 피로감만 쌓인채 결국 1년을 채워간다. 안타깝게도 이 분쟁의 끝이 언제일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가족 간 화합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치달았다. 그사이 모녀와 손을 잡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1대 주주로 올랐다. 신 회장은 오너 경영이 아닌 전문경영인 체제를 주장하고 있다. 반대 측인 형제는 한미사이언스의 사내이사와 대표이사로 지주사의 경영권을 지키며 핵심 사업회사인 한미약품의 경영권도 노리고 있다. 

    감정싸움은 급기야 업무방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형제가 경영권을 쥐고 있는 한미사이언스는 그룹의 전산망을 통제하며 한미약품의 일부 업무를 마비시키는데 이르렀다. 위법여부를 떠나 기업의 책임자로서 권력 남용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들의 싸움은 다시 표대결로 넘어갔다. 다음달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개인 최대 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3자 연합'과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형제)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정원을 두고 대립한다. 

    이들은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 각각 소액주주를 잇따라 만났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는 3자연합을 공개 지지했다가 하루만에 철회하며 갈팡질팡한 모습이다. 소액주주 내부에서도 분열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점입가경으로 이번에는 계열사 대표들이 신동국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외부세력'으로 지칭하며 형제쪽에 섰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제외한 5개 계열사 대표들이 공개적으로 박 대표를 저격한 셈이다. 

    상황이 여기까지 오니 그들이 내세우는 명분에서 더이상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누구보다 한미약품그룹의 미래를 생각한다는 목소리에는 설득력이 떨어졌다. 증권가에서는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기업가치 훼손만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2015년의 한미약품 명성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지난 1년 보다 훨씬 많은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