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관리사 '부수적' 가사서비스 가능하나 현실과 동떨어져정부인증 업체, 가사관리들에 교육수당 지급 못해 논란도월 238만원 고비용에 수요자 '부촌 쏠림' 불가피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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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외국에서 들어온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3일부터 현장에 투입된다. 그러나 설거지는 되고 손걸레질은 안 되는 등 모호한 업무범위로 가사관리사들의 현장 혼란이 예상되는 한편 당초 저출산 극복을 위해 시행됐지만 높은 비용으로 특정 지역에만 가사관리사 고용이 쏠리는 등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3일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6일 국내에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교육을 마치고 업무를 이달 3일부터 시작한다. 앞서 서울시는 7월 17일부터 8월 6일까지 3주간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이용가정 모집 공고를 내 751건의 신청 중 157가정을 선정했다.그러나 가사관리사의 모호한 업무범위로 고용자(가정)와 가사관리사 간에 갈등이 유발되는 등 현장 혼란이 예상된다.고용부와 필리핀 이주노동자부가 지난 5월 공동 작성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가사관리들의 업무는 원칙적으로 '아이돌봄' 업무에 한정된다. 분유 수유, 젖병 소득, 이유식 조리, 아이 목욕·픽업, 낮잠 재우기 등이 가능하다. 쓰레기배출, 어른 음식 조리, 손걸레질, 수납 정리 등은 시킬 수 없다.다만 '동거 가족에 대한 부수적이며 가벼운 가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 '부수적'이고 '가벼운'건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지적이다.구체적으로 '부수적' 가사서비스에는 어른 옷 세탁·건조, 어른 식기 설거지, 단순 물청소 위주의 욕실 청소, 청소기·마대걸레를 이용한 바닥 청소 등이 있으며 6시간 이상 근로하는 경우에만 요청할 수 있다.'부모와 아이가 사용한 설거짓거리가 섞여 있으면 아이 것만 쏙 빼서 할거냐 그게 무슨 가사관리사냐'라는 핀잔을 듣는 대목이다. 두 자녀를 둔 주부 A씨는 "물론 부탁하면 (가사관리사들도) 어느 정도 해주겠지만 가사관리사한테 눈치를 보면서 부탁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며 "집안일이라는 게 범위를 딱딱 나눌 수 있는 게 아닌데 그런 식으로 정해 놓은 게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다"고 말했다.가사관리사들과 근로계약을 맺은 정부인증 가사서비스 업체(홈스토리생활, 휴브리스)에서 교육수당을 제때 주지 못해 임금체불 논란이 일기도 했다.특히 정부인증 업체가 교육수당 조차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하다면 시범사업이 확대됐을 때 다른 업체들의 임금체불은 불 보듯 뻔하다란 지적이다.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따르면 정부인증을 받은 업체 두 곳은 10년, 6년간 업체를 운영해 왔는데 모두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계속해 영업이익이 적자였다.현재는 지난달 20일 지급돼야 할 교육수당 96만원 중 50만원 정도만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 관계자는 "관련 업체들이 영세한 것은 사실"이라며 "나머지도 이번 주 안에 지급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교육수당이기 때문에 임금체불은 아니란 입장이다.저출생 극복 방안으로 시행했지만 일 8시간 근무 기준 월 238만원의 고비용으로 시범사업 선정 가구가 특정 지역에 쏠리는 등 당초 목적과 어긋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서울시에 따르면 시범사업 선정 가구 56%는 이른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 치중됐다. 통계청의 2022년 시군구별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현황에서 1인당 평균 급여 총액(신고 금액/신고 인원)을 산출하면 상위 10위에 강남3구와 마용성이 모두 들어가 있다.A씨는 "대부분의 가정집이 맞벌이 가구를 하기 때문에 일 8시간 고용해야 하지만 평범한 가정 집에서 한달에 200만원 이상의 금액이 든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다"라고 말했다.서울시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시범사업으로 향후 평가와 고용부와의 협의를 통해 수정·보완해 나갈 것"이라며 "최저임금 차등 적용 필요성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적용 여부는 논의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8월 12세 이하 자녀를 둔 1만 가구 대상으로 한 달간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외국인 가사도우미 전일제 이용에 적정하다고 답한 월 급여는 124만9000원이었다.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돌봄 노동을 할 수 있는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외국인력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아직 우리나라는 가이드라인, 임금 지급 수준 등 부족한 점이 많다"고 평가했다.박 교수는 "개인 가구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비용을 부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어렵다면 국가 차원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