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산불에 농·임산물 주산지 피해 심각 '수급 우려' 커농기계·창고·비닐하우스 등도 소실돼 영농기반 무너져
  • ▲ 경북 안동시와 의성군 경계부근에서 바라본 일대 산하가 산불에 훼손돼있다.ⓒ뉴시스
    ▲ 경북 안동시와 의성군 경계부근에서 바라본 일대 산하가 산불에 훼손돼있다.ⓒ뉴시스
    전국 11개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한 산불은 산림 4만8000ha를 잿더미로 만들며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남겼다. 서울시 면적의 무려 4분의 3에 달하는 면적이다. 주요 채소·과일 주산지가 역대급 산불 피해를 입으면서 장바구니 물가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31일 정부에 따르면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영남권 전역으로 번지면서 천문학적인 피해를 냈다. 대형산불로 산림이 초토화된 지역들은 대부분 농산물 핵심 주산지인 만큼 농산물 수급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산불 피해로 국내 사과 주산지인 경북 청송군, 안동시, 의성군, 영주시, 문경시 등은 수확량 감소가 예상된다. 이들 경북 북부지역은 전국 사과 재배면적 3만3788ha 중 2만46ha로 59.3%를 차지하고 있다. 경북 사과 생산량도 전국 사과 생산량 46만톤 중 28만6099t으로 62.2%에 달한다. 

    또 경북·경남은 전국 마늘 생산량의 약 50%를 담당하는 핵심 산지다. 2024년산 마늘 재배면적까지 줄어들어 햇마늘 출하 전까지 공급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24년 마늘 재배면적은 2만3291ha로 전년 대비 5.7% 감소한 상황이다.  

    국내 최대 송이버섯 산지인 영덕군도 직격탄을 맞았다. 영덕 송이의 지난해 생산량은 1만2178kg으로 13년 연속 전국 생산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영덕지역 송이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국사봉 일대가 전소되면서 송이 생산 기반이 사실상 무너졌다. 산불피해로 다시 송이버섯이 자생하기 까지 3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돼 농가들은 막막한 상황이다. 

    농작물 뿐 아니라 농기계, 창고, 비닐하우스, 영농자재 등 농업 분야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했다. 본격적인 농번기를 앞두고 화마가 휩쓸면서 영농기반이 무너져 올해 농사를 포기할 위기에 내몰렸다. 

    농작물재해보험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이들 지역의 가입률도 저조하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경북지역과 경남지역의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은 각각 47.8%, 49.1%다. 전국 평균인 54.4%를 밑돌았다. 

    같은 기간 품목별 농작물재해보험의 전국 평균 가입률은 마늘 등이 포함된 채소는 40.7%, 새송이버섯 등이 포함된 특작물은 42.5%에 그쳤다. 반면 사과, 배, 단감, 떫은감 등이 포함된 과수 4종은 71.1%로 가장 높았다. 

    한국물가협회는 "경북과 경남은 국내 대표적인 사과, 마늘, 양파 주산지가 밀집한 지역으로 전국 생산량 기준 사과 73.2%, 마늘 49.0%, 양파 35.6%를 차지하고 있다"며 "최근 이들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과 이상 기후는 농업 기반에 직격탄이 되고 있으며 해당 품목들의 수급 차질과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사과(후지) 상품 10개의 소매가격은 2만7848원으로 한달 전( 2만7041원) 보다 2.98% 올랐다. 같은 기간 국산 깐마늘 1kg 소매가격은 9546원에서 1만687원으로 11.9%% 높아졌다. 새송이버섯 상품 100g 소매가격은 546원에서 576원으로 5.5% 올랐다. 

    경북과 경남 주산지인 농작물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이어지자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산물 수급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 다만 농식품부는 아직 전체 피해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으나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