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 개최"은행권 상환액 규모 안에서 충분한 자금공급 가능"은행권 "상환액 내 신규대출, 쉬운 관제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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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4일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강화와 관련해 “갭투자 등 투기수요 대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대출 실수요까지 제약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당장 은행권에선 당국이 지난달 9조원 가까이 증가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순증가 규모를 사실상 ‘0’으로 만들라고 주문한 상황이라 실수요자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반발하고 있다.이 원장은 이날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를 열고 “최근 은행권이 가계대출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율적인 위험 관리방안을 시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번 간담회에는 박충현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를 비롯해 은행연합회와 농협중앙회, 생명보험협회 등 금융권과 개인고객 6명, 은행영업점 직원 2명, 부동산시장 전문가 4명 등이 참석했다.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관리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고 판단해 연간 가계대출 목표치를 초과한 은행에 대해 내년도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사실상의 ‘대출총량제’를 부활시켰다.이에 따라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유주택자에 대한 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등 초강수를 두기 시작하면서 실수요자들의 불안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권 주담대 상환액 활용… 신규자금 충분히 공급”이 원장은 우선 “최근 서울·수도권 중심 주택시장 회복, 금리인하 기대 등으로 가계대출이 큰 폭 증가한 상황으로 대출수요가 적절히 관리되지 않을 경우 금융 불균형이 심화되고 주택 실수요자의 불안심리가 확산할 우려가 있다”면서 가계대출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그러면서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확고히 유지하고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을 차질 없이 시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또 은행권을 향해선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없어야 한다고 언급했다.이 원장은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강화 조치 이전 이미 대출상담 또는 신청이 있었거나 주택거래가 확인되는 차주의 경우 고객과의 신뢰 차원에서 정당한 기대를 최대한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이어 “전 은행권에서 발생하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대출규모를 관리하면서도 실수요자에 대한 신규자금도 충분히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신규대출을 상환규모 내로 관리할 것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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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담대 순증 ‘9조’에서 ‘0’으로… “실수요자 피해 불가피”금융당국이 간담회까지 열어 실수요자 달래기에 나섰지만 은행권은 원활한 자금공급을 자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매월 신규대출 규모를 상환액 밑으로 관리하는 게 말처럼 쉬운 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순증가 규모가 9조원에 육박했는데, 이 수치를 ‘0’에 가깝게 만들려면 사실상 신규대출을 틀어막아야 하는 상황이다.한 금융권 관계자는 “상환되는 양보다 신규대출을 적게 하려면 급격하게 대출을 조일 수밖에 없다”면서 “불가피하게 실수요자 피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미 시중은행들은 생활안정자금·신용대출 등을 제한하고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에 대한 대출 전면중단 조치까지 꺼내 들었다. 시중은행 대출문이 좁아지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에선 영업시작 시간 금융소비자들의 오픈런이 이어지고 있다.금감원은 은행권 주담대 상환액 규모를 월평균 12조원으로 추산했다. 시중은행의 경우 은행 한곳 당 월 1조원 정도가 상환되는 것으로 추정했다.은행권에선 이 수치를 통해 사실상 금융당국이 월간 대출한도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부작용 때마다 현장 탓… 불만 가득한 은행권금융당국이 ‘오락가락’ 가계부채 정책으로 부작용과 혼란을 초래하고도 은행에만 책임을 전가하며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는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가계대출 흐름에 불안한 징조가 보인 것은 지난 4월부터다. 월별로 5대 은행의 주담대 증가액을 보면 4월 4조3433억원, 5월 5조3157억원, 6월 5조8467억원, 7월 7조5975억원, 8월 8조9115억원으로 계속 늘어왔다.이런 가운데 당국은 지난 6월 돌연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을 연기했다. 이후 7월부터 5대 은행의 주담대 증가폭은 두달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뒤늦게 가계대출을 옥죄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은행을 질타했다.당국은 지난 7월 초 은행권 부행장들을 소집해 현장점검을 예고하는 등 가계대출 속도조절을 강도높게 주문했고, 은행들은 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이로 인한 ‘이자 장사’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이복현 원장은 지난달 25일 한 방송에 출연해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면서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를 대출금리 인상으로 손쉽게 대응했다고 질타했다.금리 인상을 중단하라는 메시지로 해석되면서 은행권의 가계대출 대응은 한도 축소 등 비가격적 방식으로 급선회했다.그러나 이번에도 당국은 ‘대출절벽’을 우려하는 실수요자들의 불만에 대해서는 은행에 책임을 전가하며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한도‧마진 축소와 취급중단 등 최근 은행권의 고강도 대출억제책도 금리인상과 마찬가지로 은행들이 알아서 했다는 입장이다.박충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개별 은행이 발표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와 협의하거나 그런 부분은 없다”면서 “은행들이 발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연합회를 통해 실효성을 같이 한번 점검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