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행정기관 내년도 공무원 정원 35만43명우주항공청 정원 제외하면 사실상 감축국세청·행안부·기재부 등에서 정원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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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공무원 정원을 사실상 감축한다. 정부 역할을 최소화하면서 민간 주도의 성장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10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예산안 첨부 서류'에 따르면 기재부와 행정안전부는 57개 중앙행정기관의 내년도 일반회계 기준 공무원 정원을 35만43명으로 잡았다.이는 올해(34만9935명)보다 106명 늘어난 수치지만 올해 신설된 우주항공청 정원(293명)이 내년 공무원 정원에 포함된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감축이다.부처별로 보면 국세청 정원은 올해 2만1511명에서 내년 2만1270명으로 241명이 줄었고 정부 조직과 인력을 총괄하는 행안부 역시 올해 4167명에서 내년 4111명으로 정원이 56명 감축된다. 예산권을 갖고 있는 기재부는 1255명에서 1246명으로 정원이 9명 줄어든다.반면 경찰청과 해양경찰청은 올해 대비 내년 정원이 각각 140명과 136명씩 증가한다.정부의 한 관계자는 "인건비 편성 기준의 정원이라 실제 정원과 차이가 있다"면서도 "우주항공청 정원이 293명인 것은 맞고 전체 공무원 정원이 감축되고 있는 것은 맞다"고 전했다.◇ IMF 이후 꾸준히 증가한 공무원 … 尹 정부서 감소 국면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작은 정부' 기조를 통해 정부 효율화를 추진한다고 발표하면서 공무원 수 줄이기에 나섰다.국가공무원 공채 선발 인원은 문재인 정부 말이었던 2022년 6819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현 정부가 공채 계획을 짜기 시작한 2023년부터 6396명에 이어 올해는 5751명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전체 공무원 수도 소폭이나마 줄고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공무원 수는 117만1070명으로 전년도인 2022년 연말 117만1413명에서 소폭 감소했다.정부는 제1공화국이 끝나던 1960년부터 각 정부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공무원 수를 집계해 왔다. 공무원 수는 1960년 제1공화국(이승만 대통령) 이래 김대중 시기를 제외하고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구체적으로 1960년 23만 7476명, 1972년 43만 8573명이었던 공무원 수는 1997년 문민정부 당시 93만 5760명까지 늘었으나 2003년 90만 4266명으로 줄었다. IMF 사태로 당시 김대중 정부가 강도 높은 공공부문 구조 개혁을 단행한 영향이다. 이후에는 2008년 97만 8711명, 2013년 99만 827명, 2017년 103만 2331명으로 재차 증가해 왔다.이같은 증가폭은 문 정부에서 특히 두드러졌다.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공무원 수는 12.6%(13만266명) 증가했다. 이는 21세기 이후 집권한 정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구체적으로 △노무현 정부 8.2%(7만4000명) △이명박 정부 1.2%(1만2000명) △박근혜 정부 4.2%(4만1000명) 늘어났다.◇ 文 정부서 폭증한 공무원 … "높은 규제로 시장 활력 저하"문 전 대통령은 청년 취업 활성화 등을 이유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대폭 확대시키는 정책을 펼쳐왔다. 정부가 '최대 고용주'를 자처하며 공무원 수를 급격히 늘리다 보니 정부 조직이 비대해졌고 이에 따른 부작용도 잇따랐다.민간연구기관 파이터치연구원의 '공무원 수 증가에 따른 경제 활력 저하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공무원 수가 늘어날수록 규제 장벽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연구원 측은 "문 정부에서 공무원 증가로 규제량이 각각 14.7% 늘었다"며 "이 당시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3조1000억원 줄었고, 민간 일자리는 18만8000개가 감소하면서 실물경제 지표가 악화됐다"고 분석했다.공무원 수의 증가로 규제 장벽이 높아지면 이를 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늘어나 중간재 총생산량이 감소하고 중간재 가격이 상승한다. 중간재 가격이 상승하면 대기업의 중간재 수요량이 줄어들어 대기업의 완성재 생산량도 감소한다. 이렇게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생산량이 줄면서 실질 GDP가 감소한다는 것이 연구원 측 설명이다.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평가한 정부 효율성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는 문 정부 첫해인 2017년 28위에서 올해 39위로 떨어졌다. 올해 한국의 국가 경쟁력 순위(20위)보다도 한참 낮은 수치다. 정부 효율성 저하는 비대해진 공무원 조직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작은 정부'로 위기 타파한 美 레이건 정부 … 물가·실업률↓, 일자리는↑베트남 전쟁과 오일쇼크 등으로 수렁에 빠진 미국 경제를 성공적으로 견인했다고 평가받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사례가 재조명된다.1981년부터 1989년까지 미국 국정을 지휘했던 레이건 행정부는 연방정부 기능 축소, 소득세율 대폭 인하, 안정적인 금융정책을 근간으로 하는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를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그 결과 레이건 행정부 기간 물가는 12%대에서 5%대로, 실업률은 7%대에서 5%대로 떨어졌고, 일자리 1700만개가 새로 창출됐다. 또 국방예산의 증액에도 불구하고 GDP 대비 정부지출을 22.9%에서 22.1%로 낮췄다.레이건 행정부가 집권한 첫 해(1981년) 미국의 GDP는 3조2837억 달러였지만, 임기 마지막 해(1989년)는 5조7910억 달러로 70%가량 증가했다.1970년대 만연했던 고비용·저효율 경제구조를 과감히 개편 시킨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수상의 사례도 주목받는다.당시 영국은 비효율적인 산업 환경과 무분별한 복지 정책 등으로 과거의 영광을 잃어가고 있었다. 영국의 1인당 GDP는 1971년 세계 15위에서 1976년 18위까지 떨어지게 된다.이런 상황에서 1979년 영국 총리로 취임한 마거릿 대처는 고비용·저효율로 불리는 이른바 '영국병' 치유를 위해 개혁에 착수했다. 당시 대처리즘(Thatcherism)의 핵심은 재정지출 삭감, 규제 완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대처는 1980년부터 1987년까지 공무원 수를 75만명에서 64만명으로 줄이면서 공공부문 개혁을 이끌었다. 그밖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공기업 민영화,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세계 20위권 밖으로 떨어졌던 영국의 국가경쟁력을 10위권 이내로 올려놓는데 성공했다.'영국병'을 치료한 대처리즘은 이후 스웨덴 등 사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끼쳐 민영화와 작은 정부 기조 등의 정책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