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서 연일 의도적 발언 흘려"다른 파운드리 쓸 수 있다" "AI 백악관이 지원한다" 의존도 높은 TSMC 견제구 앞서 TSMC에 cowos 전용 라인 운영 제안했다 거절 당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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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AI(인공지능) 반도체 생산을 위해 삼성 과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에 AI 사업 명운이 걸린 삼성 입장에선 희소식이지만 엔비디아가 현재 위탁하고 있는 TSMC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1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골드만삭스 그룹 주최 테크 콘퍼런스에 참석해 현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는 TSMC 대신 다른 제조사를 활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황 CEO는 "현재로선 (TSMC 외에) 다른 업체를 사용하는 변화가 칩 품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우리는 필요하다면 언제든 다른 공급업체를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이 자리에서 황 CEO가 다른 공급업체가 어디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사실상 삼성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했다. 파운드리 시장 1위 TSMC와 함께 엔비디아의 최신 칩 생산능력을 갖춘 곳이 삼성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3위 인텔은 최근 파운드리 사업 악화로 위태로운 상황이다.엔비디아는 AI 전용 칩 전부를 대만의 TSMC에서 위탁 생산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핵심 제품으로 꼽히는 '블랙웰' 생산을 TSMC가 일단 맡게 되면서 TSMC의 압도적인 기술력이 다시금 주목받았다.하지만 이번 발언을 통해 엔비디아가 높은 TSMC 의존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당장 원하는 품질의 칩을 생산해줄 수 있는 곳은 TSMC 밖에 없지만 TSMC 하나로 생산 구조를 계속 가져가기엔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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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TSMC에게 큰 고객인건 사실이지만 파운드리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갖춘 덕에 TSMC가 반도체업계의 '슈퍼 을'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TSMC는 엔비디아 외에도 글로벌 주요 빅테크들의 위탁 생산을 맡고 있고 러브콜도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특히 지난 6월 황 CEO가 대만 TSMC 본사를 방문해 엔비디아 전용 CoWoS(chip on wafer on substrate) 패키징 라인을 구축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TSMC 경영진이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며 갈등 국면이 표면화됐다.TSMC의 독자적 반도체 후공정 기술인 CoWoS은 전체 AI 칩 생산능력을 결정지을만큼 공정 상의 병목으로 꼽힌다. 여기에서 엔비디아 제품만을 위한 라인을 따로 운영하면 보다 안정적으로 더 많은 칩을 양산할 수 있는 셈이다.차세대 주력 제품인 블랙웰 출시를 코 앞에 둔 엔비디아에겐 넘쳐나는 수요를 적기에 수용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확보하는게 관건인만큼 TSMC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 마련에 분주할 수 밖에 없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러면서 TSMC를 견제하는 일석이조를 누리려는 것으로 보인다.대만 기업인 TSMC가 중국과 대만의 지정학적 긴장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도 엔비디아 입장에선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중국은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보고 무력으로 통일하려는 전략을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특히 대만의 TSMC를 비롯한 우수한 반도체 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국의 관계 변화에 따라 엔비디아의 생산망이 흔들릴 위험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TSMC의 대안으로 삼성이 유력하게 떠오르는 상황이지만 삼성 입장에선 희망고문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앞서 엔비디아는 삼성의 5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인 'HBM3E' 공급 여부를 두고도 장고를 거듭한 바 있다. SK하이닉스가 먼저 엔비디아에 공급을 확정지은 이후 한참동안 삼성 제품의 사용에 대해선 함구했고, 젠슨 황 CEO가 'GTC 2024' 행사에서 삼성 부스를 찾아 HBM3E 12단 제품에 '승인(Approved)'이라는 친필 사인만 남겨 아직까지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을 정도다.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이번 황 CEO의 발언도 HBM과 마찬가지로 삼성에겐 희소식이 될 수 있지만 희망고문이 될 수도 있다"며 "실제 엔비디아가 파운드리 투트랙을 활용할지에 대해선 지켜볼 일"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