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삼성전자 5만원대 추락에도 5663억 순매수개인 순매수에도 주가 방어 역부족…'제2의 동학개미운동' 말까지증권가 목표주가 줄하향…"내년 HBM 사업 부문 성장 여부 중요"
  • 삼성전자 주가가 5만 원대로 추락한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은 '사자' 행렬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 이후 '제2의 동학개미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증권가의 삼성전자 주가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32%(1400원) 하락한 5만89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 종가가 6만 원을 밑돈 건 지난해 3월 16일(5만9900원)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지난 7월만 해도 9만 원을 바라보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이후 주가가 20% 넘게 추락했다. 3분기 실적 부진에 따른 여파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세를 이끈 건 외국인 투자자다. 외국인은 지난달 3일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22일 연속 순매도하며 10조3056억 원가량을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기관도 384억 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10조538억 원어치 사들이며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온전히 받아냈다. 지난달 26일을 제외하곤 9월 이후 모든 거래일에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한 것이다. 개인은 삼성전자가 5만 원 대로 떨어진 전일에도 5663억 원을 사들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지난 2020년 코로나19 확산 당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 이탈에 급락하던 삼성전자 주식을 개인이 사들이며 방어했던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에 빗대 제2의 동학개미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앞서 삼성전자가 지난 8일 발표한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9조 원, 9조1000억 원으로 각각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를 밑돌았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것을 고려해도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을 이미 발표한 마이크론 등 경쟁사와 비교해 지나치게 부진한 실적"이라며 "전통적으로 재고 조정과 완제품 관련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는 4분기에도 경쟁 업체 대비 부진한 실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10만4000원에서 8만6000원으로 내렸다. 이밖에 ▲NH투자증권(9만2000원→9만 원) ▲유진투자증권(9만1000원→8만2000원) ▲KB증권(9만5000원→8만 원) 등도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iM투자증권은 이 중 가장 낮은 7만6000원을 제시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실적 발표에서 제시된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대한 약속은 또다시 지켜지지 못했다"라며 "하반기 흑자 전환을 목표로 했던 비메모리도 일회성 비용으로 오히려 적자가 확대됐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비메모리의 일회성 비용은 장기간 성과를 내지 못한 프로젝트에 대한 정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추정된다"라며 "경험적으로 볼 때 이런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지며 4분기에도 전사 실적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향후 삼성전자 주가 향방은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3E에 대한 엔비디아 승인 여부가 좌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당초 9월 중 완료될 것으로 예상됐던 최대 GPU 업체에 대한 HBM3E 8단 인증이 이달로 연기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해당 인증의 성공적인 통과 여부는 삼성전자의 단기 주가뿐 아니라 내년 HBM 사업 부문의 본격 성장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장기적 가치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있다.  

    서승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낮아진 시장 눈높이를 재차 밑돈 가운데 위기는 기회"라며 "현재 주가는 12개월 예상 PBR 기준 1.0배까지 하락해 역사적으로 저평가된 수준이고, 장기적으로는 매수 전략이 유효한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 또한 "내년 D램 생산능력의 약 30%가 HBM으로 전환되면 공급 부족이 발생하면서 메모리 가격 상승을 일으킬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 현재 주가는 과도한 저평가 상태에 놓여있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