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지도인 '커넥톰'을 시뮬레이션해 구체적 행동의 생성과정 재현3일 네이처 특별호에 게재
  • ▲ 초파리 커넥톰 중에서 가장 큰 50개의 뉴런.ⓒ성균관대
    ▲ 초파리 커넥톰 중에서 가장 큰 50개의 뉴런.ⓒ성균관대
    성균관대학교는 생명과학과 김진섭 교수팀이 소속된 국제 연구팀이 초파리 뇌 전체의 커넥톰(뇌 지도) 시뮬레이션을 통해 뇌에서 다양한 행동이 유발되는 과정을 컴퓨터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3일 밝혔다.

    커넥톰은 뇌를 이루는 모든 뉴런의 정밀한 형태와 그 사이의 모든 시냅스 연결 구조를 드러내는 지도이다. 이는 뇌를 근본적으로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기반이며, 미국 뇌과학 연구계획(브레인 이니셔티브)의 주요 목표다. 그동안 예쁜꼬마선충, 초파리 유충 등 신경계 커넥톰의 제작이 이뤄져 왔다.

    특히 초파리는 학습과 생체 리듬에 관련된 유전자를 포함해 인간 유전자의 약 70%를 공유하는 데다 인간 유전 질환의 4분의 3이 초파리에서 유사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번 연구 결과가 주목받는다. 전체 초파리 뇌의 지도를 완성했다는 것은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뇌 질환을 이해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3일 공개된 네이처(Nature) 특별호에는 국제 초파리 커넥톰 연구 컨소시엄 'FlyWire'(flywire.ai)에서 발표한 9편의 논문이 동시에 실렸다. 이들 논문은 최초의 성체 초파리 뇌 커넥톰의 완성 과정과 커넥톰의 전체 모습을 개괄한 논문을 비롯해 커넥톰의 자세한 구조를 분석한 연구, 초파리 뇌의 다양한 기능 작동 기전 규명 연구 등이 포함됐다.
  • ▲ 미각 자극이 뉴런의 연쇄적 활성으로 전파되어 음식 섭취 행동 뉴런의 활성으로 측정되기까지의 과정 개념도.ⓒ성균관대
    ▲ 미각 자극이 뉴런의 연쇄적 활성으로 전파되어 음식 섭취 행동 뉴런의 활성으로 측정되기까지의 과정 개념도.ⓒ성균관대
    김진섭 교수 연구팀은 14만 개 뉴런과 5000만 개 시냅스로 이뤄진 커넥톰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뉴런들의 활성을 나타내는 막전위(세포막 안쪽과 바깥쪽의 전위차)를 방정식으로 표현한 뒤 컴퓨터로 각 뉴런의 막전위 변화를 계산했다. 한 예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단맛을 느끼는 뉴런에 자극을 주자 음식 섭취를 위해 주둥이의 근육을 움직이는 뉴런에서 활성이 측정됐다. 이는 감각 뉴런과 행동 뉴런을 연결하는 뉴런들의 연쇄적인 활성화의 결과로, 이들 뉴런의 활성화 경로는 해당하는 행동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김 교수는 "과거의 뉴런 활성 시뮬레이션 연구에서는 뉴런 활성 패턴이 실제 뇌와 유사하다는 발견에 그쳐 패턴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며 "이번 연구는 구체적 행동이 뇌에서 유발되는 과정을 시뮬레이션으로 재현·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새롭다. 더 복잡한 뇌의 커넥톰 제작과 이를 활용한 연구도 이미 수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FlyWire 컨소시엄에는 김 교수 외에도 여러 한국인 과학자가 참여했다. 프린스턴대 세바스찬 승(한국명 승현준) 교수(논문 1·3·9 교신저자)가 FlyWire를 주도하고 기술적 토대를 마련했다. 커넥톰 스타트업 'Zetta AI' 이기석 박사와 서울대 기초과학연구원 배준환 박사(논문 1 공동저자)가 커넥톰 제작을 위한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기여했다. 캘리포니아대 샌타바버라 김성수 교수(논문 6 교신저자)는 고등한 시각 인지에 필요한 뉴런들의 연결 구조를 규명했다.
  • ▲ 성균관대학교 전경. 우측 하단은 유지범 총장.ⓒ성균관대
    ▲ 성균관대학교 전경. 우측 하단은 유지범 총장.ⓒ성균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