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락 등 집단폐사 속출, 기후변화 따른 어업인 정책 부족7년 전 자료로 바다쓰레기 대책 수립 등 탁상행정 비판도"강도형, 해운·항만·수산 정책 초총괄 리더십 부족" 지적
  • ▲ 지난 8월20일 오전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남 남해군 한 육상양식장에서 고수온을 견디 못한 광어가 떼죽음을 당해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폐사한 광어를 걷어내자 텅 비워버린 수조 모습. ⓒ뉴시스
    ▲ 지난 8월20일 오전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남 남해군 한 육상양식장에서 고수온을 견디 못한 광어가 떼죽음을 당해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폐사한 광어를 걷어내자 텅 비워버린 수조 모습. ⓒ뉴시스
    장기간 이어진 폭염에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는 고수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어민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바다에 버려진 어망이나 밧줄 등 해양폐기물로 수산 자원이 파괴되고 심지어 어민 사망사고까지 잇따르고 있음에도 해법을 못찾고 있어 해양당국을 향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15일 전국 지방자치단체 집계 현황 등에 따르면 올여름 고수온 등 이상 해황 영향으로 지난달 20일까지 양식 4421만8000마리의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충남 서산시 가로림만 어촌계에서는 상당한 규모의 바지락이 집단 폐사했다. 국내 최대 꼬막 산지인 전남 여수 여자만에서는 새꼬막 80%가 폐사하는가 하면, 경남에서도 고수온 현상으로 600건의 굴 집단 폐사 신고가 접수됐다.

    이상 해황 영향으로 어업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수협 수산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어류생산 동향 상위품목 1, 2위는 각각 멸치와 고등어로 변함이 없었지만, 명태의 경우 현재 생산이 되지 않았다. 갑각류의 경우 붉은 대게의 생산량이 증가한 반면 대하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열린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수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 "수산업은 자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산업으로, 기후변화 영향이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변화된 기후로 어종의 변화에 맞춰 기후변화에 대한 어업인 지원정책이 구체적으로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정책성 보험인 양식수산물재해보험도 어가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해당 보험에 적용되는 품목은 전체 80종의 양식수산물 중 28종에 불과하다. 해양수산부는 2027년까지 35개 품목으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여전히 전체의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같은 이유 등으로 양식수산물재해보험은 어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지난해 해당 보험 가입률은 39.8%(2936어가)에 그쳤다.

    서 의원은 "올해 고수온 피해가 컸던 만큼 앞으로 기후변화와 관련한 어업재해에 대한 보상방법도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며 "고수온에 취약한 어종에 대해서는 보험설계를 변경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바다 위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 7년전 자료로 대책 마련 나선 해수부

    고수온 현상에 이어 급증하는 바다쓰레기로 어민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특히 폐어망·폐밧줄과 같은 부유물 감김 사고가 늘어나면서 어민들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고 있다.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부유물 감김 사고는 국내 해상에서 연간 400여건이 발생하고 있다.

    또 바다에 버려진 그물에 물고기 등이 걸려 죽는 유령어업으로 우리나라 어업생산금액의 10%인 약 4000억원의 경제적 피해가 매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국내에서 수거한 바다쓰레기가 62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당국의 부실한 바다쓰레기 처리 체계와 미온적인 대응 태도 등으로 해양오염이 심각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다쓰레기로 인한 문제가 많아지자, 해수부는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해수부는 바다쓰레기의 발생량보다 수거량을 늘려 현존량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해수부는 바다쓰레기의 연간 발생량을 2018년 연구용역에 따른 추산치인 연간 14만5000톤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해수부는 2021년 5월 발표한 '제1차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 기본계획'에서 국내 바다쓰레기의 연간 발생량은 14만5000톤이라고 산정하고, 해양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지속적으로 감축해 2025년까지 35% 감축, 2030년까지 60%까지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해수부는 바다쓰레기의 연간 발생량을 14만5000톤으로 동일하게 산정하고 있다"며 "코로나19를 거치며 플라스틱 사용량이 50% 이상 증가하는 등 국민 생활 패턴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바다쓰레기에 대처하는 정부 정책을 점검해야 한다"며 "7년 전 자료를 가지고 '얼마를 줄이겠다'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고수온·어족자원 변화 등 기후변화로 인한 수산 분야 영향이 본격화됨에 따라, 연내에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폐어구는 올해 도입한 어구보증금제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등 전주기 관리를 강화해 바다쓰레기를 획기적으로 저감시키겠다"고 말했다.

    고수온 현상, 바다쓰레기로 피해가 속출하면서 생계 유지가 막막해진 어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이 외에도 해양수산 관련 현안이 산적하고 있지만 당국은 이렇다 할 해결책을 못 내놓고 있다. 이와 동시에 '강도형 장관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재조명되고 있다.

    강 장관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재직하며 해양바이오 분야를 비롯한 해양과학기술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왔다. 그러나 해운·항만·수산 등 해양수산 전반에 걸친 현안에 대한 전문성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당시 장관 후보자였던 강 장관을 향해 "후보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주연구소장 2년과 올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 10개월이 조직관리 경험의 전부"라며 "이미 후보자가 내정됐을 때부터 해양수산 정책을 총괄하기 위한 운영 리더십과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