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멕시코, 공식 페이스북에 지브리 스타일의 브랜드 콘텐츠 게재"트렌드 탑승" vs "명백한 저작권 침해" 의견 분분글로벌 브랜드의 상업적 사용에 비판 이어져… "협업이나 크레딧 표시도 없어"세계적인 인기와 함께 저작권 침해 논란도 증폭… 법적 장치나 규제 없어 논란 지속
  • ▲ 맥도날드 멕시코가 공식 페이스북에 올린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맥도날드 멕시코
    ▲ 맥도날드 멕시코가 공식 페이스북에 올린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맥도날드 멕시코
    "이 사진을 지브리 화풍으로 그려주세요!"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대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스튜디오 지브리' 화풍 스타일대로 이미지를 변환해주는 챗GPT(Chat GPT)의 '챗GPT-4o 이미지 생성' 기능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브랜드가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해 저작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맥도날드 멕시코(McDonald’s Mexico)는 최근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일명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 여러 장을 게재했다.

    게시물 속 이미지는 '지브리 스타일'의 캐릭터들이 해피밀과 빅맥, 감자튀김 등 맥도날드의 대표 메뉴를 웃으면서 맛있게 즐기는 모습을 담고 있다. 해당 게시물은 페이스북에서 3만5000개의 좋아요와 5400여개의 댓글을 받았으며, 약 2300회 공유되며 순식간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 ▲ 맥도날드 멕시코가 공식 페이스북에 올린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맥도날드 멕시코
    ▲ 맥도날드 멕시코가 공식 페이스북에 올린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맥도날드 멕시코
    맥도날드 멕시코는 유행하고 있는 '지브리 스타일' 트렌드에 맞춰 이미지를 생성했지만, 일반인이 아닌 글로벌 대기업이 저작권 침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생성형 AI의 '지브리 스타일'을 상업적으로 활용한 점이 문제가 됐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허가를 받거나 협업을 통해 완성한 제작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명백한 저작권 침해라는 지적이다. 
  • 미야자키 하야오는 지난 2016년 NHK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NHK스페셜:미야자키 하야오-끝을 모르는 남자'에서 한 AI 회사가 AI로 만든 애니메이션을 본 뒤 "생명 그 자체에 대한 모독(an insult to life itself)"이라고 표현하며 공개적으로 이를 비난했다.

    해당 애니메이션은 머리가 없는 인간의 형태를 한 괴물이 바닥을 기어다니는 모습을 담고 있었고, 이를 본 미야자키 감독은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한 장애인 친구를 떠올리면, 이런 걸 보고 흥미롭게 여길 수 없다"며 "이걸 만든 사람은 고통이 뭔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정말 역겹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렇게 기분 나쁜 걸 하고 싶으면 마음대로 해도 되지만, 나는 이런 걸 우리의 일에 쓰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며 "세상의 종말이 가까워진 것 같다. 우리 인간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떠한 목적 의식이나 인간에 대한 이해와 애정 없이 AI가 생성해 낸 결과물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었다.

    때문에 '스튜디오 지브리' 팬들은 '스튜디오 지브리'가 오랜 기간 지켜 온 세심한 장인 정신과 AI 생성 애니메이션에 대한 원작자의 의견 등을 고려했을 때, 맥도날드 멕시코의 게시물은 명백한 예술 도용 사례라고 지적하며 불쾌감을 표했다. '스튜디오 지브리'가 한땀 한땀 수작업으로 완성하는 창작 원칙과 브랜드 고유의 유산을 맥도날드가 침해했다는 것이다.
  • ▲ 맥도날드 멕시코가 공식 페이스북에 올린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맥도날드 멕시코
    ▲ 맥도날드 멕시코가 공식 페이스북에 올린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맥도날드 멕시코
    특히 세계적인 글로벌 브랜드가 저작권 표시도 없이 AI를 사용해 특정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대놓고 모방했다는 사실이 거센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맥도날드 멕시코의 '지브리 스타일' 게시물을 본 누리꾼들은 "대체 뭐하는 짓이죠?", "맥도날드는 스튜디오 지브리에 돈을 지불해야 한다. 이건 도둑질", "소송 당하길 바란다", "직접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아티스트를 고용하는 대신 AI를 선택한 건가요? 저렴하고 쉽다는 건 알지만, 다른 사람의 작품을 훔치는 AI를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기업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보다, 오직 결과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AI와 창작 기술 모두를 배워야 한다. 앞서가는 인재가 될 것인가, 뒤처질 것인가는 당신의 선택"이라고 말하며 다소 중립적인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맥도날드 멕시코 측은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 ▲ 샘 알트먼 오픈AI CEO가 X에 게시한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X 캡처
    ▲ 샘 알트먼 오픈AI CEO가 X에 게시한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X 캡처
    AI가 몇 초 만에 '뚝딱' 그려내는 생성형 이미지와 관련한 저작권 침해 논란은 세계적인 화두다.

    챗GPT 운영사인 오픈AI(Open AI)의 샘 알트먼(Sam Altman)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26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를 올리고 "오늘 우리는 챗GPT 이미지 생성 기능을 새롭게 출시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이미지 속 샘 알트먼 CEO(가운데)의 손가락이 4개로 표현돼 일부 누리꾼의 조롱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 기술은 정말 놀랍다. 이 모델에서 처음 생성된 이미지를 봤을 때, AI가 만든 것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며 "많은 분들이 이 기능을 좋아할 거라 생각하며, 이를 통해 어떤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올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신기능 출시로 우리는 창작의 자유를 한층 더 넓히게 됐다. 사람들이 정말 놀라운 작품을 만들어낼 것이고, 일부는 논란이 될 수도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한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콘텐츠가 생성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반대로 사용자가 원할 경우에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지적 자유와 통제권을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옳다고 믿지만, 이 과정에서 사회의 반응을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궁극적으로 AI에 대해 사회가 설정하게 될 광범위한 기준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AGI(범용 인공지능)에 가까워질수록 이러한 논의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픈AI 측은 해당 기능을 출시하면서 '지적 자유'와 '통제권' 등을 둘러싼 논란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유료 구독자를 확실하게 늘릴 수 있는 기회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챗GPT를 활용한 이미지 생성 수요가 급증하자 샘 알트먼 CEO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녹아내리고 있다"며 기술적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했지만, 오픈AI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세계적인 인기와 명성을 등에 업고 확실한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브리 스타일'의 인기로 챗GPT의 일간 이용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120만명대를 기록했다.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달 1일까지만 해도 79만9571명에 불과했던 챗GPT 국내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는 지난 달 27일 기준 역대 최다인 125만2925명으로 집계됐다.

    사용자는 계속해서 늘고 있지만, 저작권 침해 문제는 아직까지 뾰족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미국 현지 법조계에서는 작품 스타일 모방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오픈AI가 AI를 훈련·학습하는 과정에서 지브리 작품을 동의를 얻지 않고 대가 없이 무단으로 활용했을 경우 저작권 침해 소지가 농후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저작권을 가진 작품으로 AI 모델을 훈련시키는 것이 위법인지가 법적 쟁점이 될 전망이다.

    오픈AI 측은 이에 대해 "개별 예술가의 고유한 표현 양식 복제는 지양하지만, 보다 광범위한 스튜디오 스타일의 활용은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오픈AI의 이미지 생성 AI가 어떤 데이터를 학습했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고 있어 저작권 침해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튜디오 지브리' 측에서도 오픈AI의 이미지 생성 기능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간 고유의 창의성과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는 기술이 진정으로 인간의 지적 자유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명령어만 넣으면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작품을 몇 초 만에 비슷하게 만들어내는 AI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누가 힘들게 돈과 시간을 들여 고유의 창작 활동을 이어갈 지 심히 우려된다"는 의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