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對마이크론 매출 1111억원SK하이닉스, TC본더 이원화 대응가격 인상 등 방어전 … 실적 고공행진
  • ▲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과 TC본더ⓒ한미반도체
    ▲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과 TC본더ⓒ한미반도체
    한미반도체가 미국 마이크론 매출 비중을 높이며 고객사 다변화에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가 TC본더 밴드 이원화 작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미반도체 역시 새 활로를 찾고 있단 분석이다. 최근 경쟁사인 한화세미텍 공세가 이어지며 한미반도체 또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1일 한미반도체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주요 고객사에서 각각 2996억원, 111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첫번째 고객사는 SK하이닉스, 두번째 고객사는 미국 마이크론이다.

    한미반도체는 2023년 SK하이닉스로부터 단 2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SK하이닉스향 매출이 10배 이상 늘고, 마이크론이 새로운 최대 고객사 중 한 곳으로 진입했다.

    올해도 안정적인 해외 수주를 통해 호실적을 내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31일 올해 1분기 연결 매출 1400억원, 영업이익 68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1%, 139% 증가했다. 한미반도체는 1분기 매출 중 해외 고객사 비중이 90%를 기록했고, 북미 메모리 기업을 비롯한 글로벌 수주가 대폭 늘어났다고 밝혔다. 
  • ▲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가운데)이 올해 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마이크론 신공장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한미반도체
    ▲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가운데)이 올해 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마이크론 신공장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한미반도체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의 HBM 사업 성장에 발맞춰 함께 성장했다. 당초 한미반도체는 2017년부터 SK하이닉스와 TC본더를 공동개발하며 시장을 독점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연결 매출 5589억원, 영업이익 255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251%, 영업이익은 638% 증가했다.

    다만 최근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 단일 밴더사 입지를 위협받고 있다. 한화세미텍은 최근 SK하이닉스의 퀄테스트를 최종 통과하고, 420억원 규모의 TC본더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화세미텍은 '종합 반도체 제조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로 TC본더 개발에 나섰고, SK하이닉스의 전폭적인 지지로 빠르게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가 밴드 이원화 의지를 굳히며 한미반도체는 새로운 매출처를 찾아야 할 상황이다. 한미반도체는 미국, 중국 등 신규 고객사 확보를 점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마이크론에 납품을 시작하고, 접점을 넓히고 있다. 올해 초에는 곽동신 회장이 직접 마이크론 HBM 신규 공장 착공식을 찾아 지속적인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 ▲ 한미반도체 인천 공장 전경ⓒ한미반도체
    ▲ 한미반도체 인천 공장 전경ⓒ한미반도체
    우선 한미반도체는 한화세미텍을 상대로 기술 특허 소송에 나서는 한편,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한다는 방침이다. 한미반도체는 4월 1일자로 TC본더 가격을 25% 인상한다고 고객사에 통보했다. 한미반도체가 TC본더 가격을 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선 한미반도체가 당분간 시장 1위 기술 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가격 인상에도 여전히 한미반도체의 TC본더 장비 가격이 한화세미텍에 비해 더 낮은 것으로 알려진데다 120건에 달하는 특허 경쟁력도 갖추고 있어서다.

    향후 베트남 법인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 시장도 변수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2023년 베트남에 법인을 세우고 인도와 중국, 필리핀 등 동남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삼성전자, 하나마이크론 등 베트남 타겟 고객사가 투자 단계에 머물러 있어 한미반도체의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자본 잠식으로 전환하며 버티기에 돌입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미반도체 입장에선 기술, 가격 경쟁력에서 모두 뒤쳐지지 않는데 밥상을 뺏기게 된 억울한 상황일 것"이라며 "한화세미텍이 지금 공급을 했더라도 수율이 안정되고, 최종 고객사인 엔비디아로부터 승인을 받기까지는 7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것.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 TC본더 밴더사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반도체 관계자는 "고객사에 대해선 자세히 밝힐 수 없지만 마이크론과 지속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중국 등 여타 반도체 기업과도 관계를 형성 중"이라며 "향후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으로 시장을 선도할 것. 베트남 역시 반도체 사이클에 발 맞춰 성과를 가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