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전용선·설비로 분진 문제 해결질소산화물 저감 위한 SCR 설비 구축 계획100% 공정 자동화 목표… AI기술 도입도
  • ▲ 삼척항에 정박한 삼표시멘트 전용선의 모습. ⓒ설유빈 기자
    ▲ 삼척항에 정박한 삼표시멘트 전용선의 모습. ⓒ설유빈 기자
    "선박 운항과 관련해 강화된 친환경 규제를 철저하게 준수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오후 1시 맑은 날씨 속에 찾은 강원도 삼척항. 길게 이어진 시멘트 이동 설비 뒤편으로 바람을 맞으며 정박해 있는 시멘트 전용선의 모습이 보였다.

    삼척시에 본사(공장)를 둔 삼표시멘트는 전용선을 통해 전국 각지에 위치한 연안 기지로 시멘트를 운반하고 있다. 삼표시멘트가 보유한 14척의 선박 가운데 하루 2척 정도가 7000톤 가량의 시멘트를 각각 선적해 바닷길에 오른다.

    전용선 앞에 선 장창우 삼표시멘트 해무팀 수석은 "외국에서 들여온 선박평형수가 해양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선박에 정화 설비를 갖추는 등의 노력을 이어가며 친환경 기조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시멘트 분진도 현장에서 각별히 신경쓰는 부분 중 하나다. 장 수석은 "시멘트 화물은 분말 형태이기 때문에 선적 과정에서 공기 중에 날리면 환경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며 "에어슬라이드를 통해 시멘트를 완전 밀폐해 이동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표시멘트는 지난해 제주항에도 시멘트 전용선 2척을 투입했다. 시멘트 분진 날림 방지를 위한 밀폐형 하역 설비를 업계 최초로 구축하면서 친환경성과 작업 효율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 삼표시멘트 삼척공장 전망대에서 바라본 공장의 전경. ⓒ설유빈 기자
    ▲ 삼표시멘트 삼척공장 전망대에서 바라본 공장의 전경. ⓒ설유빈 기자
    같은 날 오후 3시경 삼표시멘트 삼척공장 전망대에 도달하자, 거대한 규모의 시멘트 생산 설비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가장 왼편에는 클링커 사일로(저장고)가 자리잡고 있었고, 시야 정면에는 쿨러와 소성로(킬른)가 보였다. 이어 소성로와 연결된 듯한 예열기, 설비들 뒤편에 자리한 회색빛의 석회석 보관장도 눈에 들어왔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정면에서 이글이글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굴뚝이었다. 삼척공장 투어에 동행한 조희석 삼표시멘트 공정개선팀 팀장은 "자세히 보면 (굴뚝에서) 열기뿐 아니라 먼지도 나오는 게 보일 것"이라며 "법적으로 허용되는 배출 기준치는 20mg인데, 실제로는 5~8mg 수준의 먼지만이 지금 보이는 굴뚝에서 방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멘트의 중간제품인 클링커는 소성로에서 생산될 때 2000도에 달하는 고온 가열을 거치기 때문에 그 온도가 1450도에 이른다. 뜨거운 클링커를 식히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은 최종적으로 굴뚝을 통해 대기 중에 방출된다. 방출 전 폐열은 발전기로 이동해 전기 생산에 쓰이기도 한다.

    조 팀장은 "350~400억원을 투자해 질소산화물을 저감하는 SCR(선택적촉매환원) 설비도 구축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굴뚝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지금보다 70~80%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1호기는 내년 중으로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 ▲ CCP 근처에 위치한 삼척공장 소성로의 모습. ⓒ설유빈 기자
    ▲ CCP 근처에 위치한 삼척공장 소성로의 모습. ⓒ설유빈 기자
    뒤이어 소성로 근처에 위치한 CCP를 방문했다. CCP 내부에 들어서자 각종 데이터와 이미지, 영상 등으로 빼곡하게 채워진 모니터 수십 대와, 즐비한 모니터 앞에서 업무에 몰두하고 있는 오퍼레이터들의 뒷모습이 보였다.

    CCP는 생산부터 환경까지 삼척공장 내 공정 전반을 통제하는 곳이다. 현재 삼척공장의 공정 자동화율은 50% 수준이며, 컴퓨터가 100% 제어하는 부분도 일부 존재하는 상태다.

    삼표시멘트는 오는 2027년까지 '시멘트 밀' 완전 자율화, 2030년까지 전 공정 100% 자동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조 팀장은 "고온을 다루다 보니 컴퓨터의 판단 오류가 폭발이나 화재로 이어질 여지가 있어 아직 많은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우선 시멘트 분쇄 공정부터 완전 자율제조를 도입하고, 열을 다루는 공정에는 그 이후에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삼표시멘트는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AI 자율제조 선도 프로젝트' 공모에 최종 선정됐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2027년까지 약 49억원이 투입되며, 시멘트 기업 특성에 맞는 기계·장비 도입과 AI·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 및 실증 지원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삼표시멘트는 AI 자율제조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자율제어 예측정확도가 95% 수준까지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에너지·생산공정의 효율화와 온실가스 감축까지 이루겠다는 복안이다.

    배동환 삼표시멘트 대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1700억원 규모의 중장기 친환경 설비투자를 진행하며 탄소 배출 감축은 물론, 에너지 효율을 위한 첨단 기술 및 혁신 공정 도입 등 환경 중심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업계를 선도하는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