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연 종합감사서 '영장류 개체관리 미흡' 징계"치명률 높아" 불안감 조성 … 항바이러스제 개발 전 얘기백신 없지만 사람간 전파는 단 한 건에 불과
  •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치명률 높은 '원숭이 B 바이러스' 감염 의심 원숭이 수백 마리가 2020~2021년 두차례에 걸쳐 국내에 반입돼 국민적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인체 감염사례는 드물어 과도한 공포를 갖지 않아도 된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최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감사위원회가 공개한 종합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은 지난 2020년 7월 신종감염병 연구 등을 위해 캄보디아에서 게잡이원숭이 340마리를 구매했다. 이 중 202마리에서 B 바이러스 반응이 확인됐다. 

    이듬해인 2021년 11월에도 캄보디아 업체로부터 340마리를 납품받았고 62마리에서 B 바이러스 반응이 나타났다. 

    1차 때 들여온 원숭이 337마리, 2차 때 14마리는 수입업체를 거쳐 반품 처리됐다. 감염 위험이 없는 원숭이 243마리만이 생명연이 사육을 결정했다. 이외 원숭이는 폐사하거나 안락사 처리됐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감사위원회는 "연구용 영장류를 도입하면서 바이러스 반응이 있는 영장류를 반품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동목적을 허위로 기재해 용도변경을 신청했으며 신생 영장류에 대하여 개체번호 없이 관리하고 출생신고를 지연하는 등 영장류 개체관리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종합감사를 통해 영장류 자원 지원센터 책임자 등 일부 담당자들을 징계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생명연은 "지난 2018년 영장류자원지원센터감염병을 설치했고 감염병 대응을 위해 연구용 영장류를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B 바이러스를 영장류 검역 대상 질병에 포함하지 않고 있으나 해외 선진기관의 기준을 적용해 항체 검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양성 반응이 나온 원숭이는 수입업체에 통보하고 외부 노출없이 폐쇄된 조건 아래 검사 장소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전북 정읍‧충북 오창)에서 업체로 순차적으로 전량 반품했다. 또 항체 보유사실을 수입업체에 통보했고 해당 영장류를 모두 폐사 처리했다"고 밝혔다.

    ◆ 치명률 70%?, 조기치료 시 20% 수준 … 지역사회 유행 가능성 극히 낮아 

    해당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르면서 원숭이 B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B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주로 감염되는 단순포진바이러스(HSV)와 같은 헤르페스 바이러스과에 속하며 '헤르페스 B 바이러스'(herpes B virus), '원숭이 B 바이러스'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단순포진바이러스 감염증이 인간에게 매우 흔하다면 B 바이러스는 긴꼬리원숭이과(구세계원숭이) 중 마카크 원숭이에서 주로 번식기에 매우 흔하게 발생한다.

    높은 치명률과 조기 진단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안감도 조성된다. 하지만 예방적 치료가 가능하고, 사람이 감염될 확률은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KMI한국의학연구소 신상엽 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은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도입되기 전에 B 바이러스는 인체 감염 시 치명률이 70% 이상이었다. 1980년대부터 항바이러스제가 적극적으로 사용되면서 조기치료 시 치명률은 20% 미만으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신 연구위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1932년 B 바이러스에 의한 인체 감염이 처음 확인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50여 사례의 사람 감염이 보고됐다. 

    국내에서는 환자 발생이 없지만 인접한 중국, 일본 등에서는 환자가 보고된 바 있다. 원숭이에게 물리거나 긁힌 상처를 통해 전파된 경우가 가장 많으며 실험실 종사자, 수의사 등이 고위험군이다. 

    사람 간 전파는 단 한 건 보고가 있었다. 확진된 배우자의 피부 병변과 밀접 접촉 후 발생했다. 공공장소에서 원숭이에서 사람으로 B 바이러스가 전파된 사례는 없다.

    B 바이러스 감염률 관련 해외 연구를 종합해보면 연구 대상 마카크 원숭이의 20~100%가 B 바이러스 혈청 양성이며 나이가 들수록 양성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미국 한 주립 공원서 자유롭게 방사된 마카크 원숭이의 25%가 B 바이러스 혈청 양성으로 화인됐고 교미 시즌의 경우 4~14%가 구강 점막에서 B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많은 인구가 B 바이러스 감염 위험에 계속 노출된 상태라고 판단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신 연구위원은 "일상 환경에서 B 바이러스에 사람이 감염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고 사람 간 전파에 의한 지역사회 유행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결론을 냈다. 

    ◆ 상용백신 없어 … 원숭이에 물리면 '포진 치료제' 투여  

    B 바이러스를 예방할 백신은 없다. 이에 따라 여행 중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원숭이가 있는 공원이나 관광지를 방문하는 경우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거나 쓰다듬는 행동은 삼가해야 한다. 

    원숭이에 물리거나 할퀴어 피부에 상처난 난 경우 기본적으로 상처부위를 잘 씻는 게 중요하다. 피부에 상처가 난 경우 비누, 세정제 또는 포비돈 요오드 등으로 상처 부위를 세정하고 흐르는 물에 15~20분간 씻어내야 한다.

    눈에 원숭이의 소변 등 배설물이 튀었다면 몇 분 동안 반복적으로 눈을 씻어야 한다. 이후 바로 가까운 의료기관에 방문해 상처를 확인해야 한다. 

    신 연구위원은 "깊이 물린 상처, 머리나 목 부위 상처 등 고위험 노출의 경우 사람 단순포진바이러스 치료에 사용되는 발라시클로버(Valaciclovir)나 아시클로버(acyclovir) 등으로 예방적 항바이러스 치료를 바로 시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