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재량권'은 사태 해결 역행 … 지옥문 열릴 듯추계위서 2026년 정원 논의 시작해야 남은 시간은 4월까지 두 달 … 막판 봉합의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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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공의들이 의대증원에 반발하며 수련병원을 떠나 의료대란이 발생한 지 1년이 되는 날이지만 돌아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복귀율을 올리기 위한 의정 합의가 필요해졌고 그 대안으로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가 핵심축으로 떠올랐다. 

    추계위 구성부터 난항이다. 의사가 절반 이상이 돼야 하는지, 각계가 동수로 참여하는지 등 가장 기본적 사안도 합의하지 못했다. 이 와중에 국회는 법제화 절차를 밟고 정부는 추계위에서 안 되면 각 대학에 재량권을 주겠다며 갈등의 불씨를 키웠다. 

    의료대란 1년이 되는 19일 국회, 정부, 의료계, 시민단체 등의 공통된 의견은 추계위를 통해 의정갈등 종식의 해법을 찾자는 것이다. 이날 국회는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관련 법안 6건에 대한 병합심사를 진행한다. 

    그러나 추계위 위원 구성부터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대립하고 의결권 확보에도 의견이 갈린 탓에 쟁점은 하나도 정리되지 않았다. 시간이 촉박한 정부는 관련 법안 부칙에 '대학 재량권'을 언급하며 더 큰 갈등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의료대란을 부추긴 원인 중 하나가 대학 재량권이었다. 작년 정부는 2000명 증원을 발표한 후 논란이 거세지자 의과대학 스스로 늘어난 정원의 50%를 줄일 수 있도록 허용했다. 500명 수준의 증원 감축은 있었지만 대다수 총장은 대학의 입지를 위해 증원정책에 힘을 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학에 100%까지 재량권을 주고 0~2000명까지 알아서 결정하라는 식의 대안이 제시된 것이다. 정책 결정의 책임을 각 대학에 던져놓는 형태가 반복되는 것은 의료대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중론이다. 

    한 의대교수는 "추계위 절차를 밟아 2026년 의대정원 논의가 있어야 답을 찾을 수 있다"며 "만약 작년과 같이 대학에 공을 넘겨 총장과 의대학장간 마찰이 가중되면 지옥문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공의 이탈과 의대생 휴학이 2025년 의대증원의 부작용이었는데 의대교수 릴레이 사직으로 확장될 개연성이 있다는 취지의 답변이다. 

    유일한 대책은 추계위에서 숫자를 꺼내 절차를 밟는 것이다. 당초 정부가 강조한 '2월 의대정원 결정'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마지노선은 4월까지로 약 두달이 남은 시간동안 전향적 합의가 있어야 내년도 증원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집행부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추계위 공청회 참여와 국회의장 면담 등 다각적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원점 검토', '마스터플랜 선 제시'라는 동일한 말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사태 해결을 위해 의협이 직접 특정 사안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할 때다. 전공의 군대 문제도 풀지 못했다. 이대로 시간이 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출구전략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의정갈등을 봉합할 카드는 2026년 의대정원을 논의할 추계위로 좁혀진다. 하지만 대치 국면은 풀리지 않고 각자의 셈법에 함몰돼 한발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남은 시간은 두 달, 이 기간에 숫자를 두고 협상해야 의료대란 장기화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