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핵심축, 인력난으로 빨간불지방은 물론 서울권도 위태 신규 암 판정시 치료 거부 … 수술건 급감초과 사망 3000명~1만명 심각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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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이 의대증원에 반발하며 수련병원을 떠난 지 1년이 됐다. 의료체계는 과부하에 걸렸고 중첩된 번 아웃은 위태로운 상황으로 치달았다. 의정 갈등은 의료의 '비정상화'를 발생시켰다. 응급실은 문을 닫고 암 치료는 못하고 수면 아래서 사망자들이 즐비했다. 여전히 사태 봉합은 안갯속이다.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 이탈 이후 응급실 상황은 열악함의 연속이었다. 전국 곳곳에서 인력 부족으로 운영을 멈춰야 했고 격일제 등으로 우회해 그 기능만 유지하는 상황에 봉착했다.필수의료의 핵심인 응급체계가 무너지는 것은 사망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일이다. 의정 사태 이전에도 의료진 번 아웃의 공간이었던 응급실의 상황은 연일 빨간불이다.최근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 셧다운 논란이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셧다운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상 가동도 아니다. 운영을 위해 버티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다.세종충남대병원은 지난해 8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사직으로 응급실 야간 운영을 축소하고 곧이어 야간 운영을 전면 중단한 바 있다. 올해 들어 홀수 일은 전일, 짝수일은 야간환자를 보지 않는 격일제 가동을 하고 있다.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는 24시간 운영 중이다.속초의료원 역시 응급실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액 연봉에도 인력 충원이 쉽지 않았고 이탈이 계속됐다.속초의료원은 2월 2일, 4일, 6일, 8일, 10~16일, 23일, 24일 등 총 13일 동안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는다. 응급실 인력 잇단 퇴사에 따른 조치다. 총 5명으로 운영되는 응급실 전담의 중 2명이 빠져 3명으로 가동되고 있다.강원대병원도 응급실 가동에 어려움을 겪은 후 다시 버티는 체계를 유지하고 있고 전남대병원의 경우는 셧다운 우려가 나온다.서울권도 마찬가지다. 서울성모병원과 이대목동병원도 진료 시간 일시 중단, 단축 등 조치를 취해야 했다. 물론 정상 가동을 재개했지만 번 아웃이 우려된다. 아직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은 대다수 병원 역시 가동에 주력하고 있지만 한계는 여전하다.지방 상급종합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병원에서 숙식을 하며 버티는 과정의 연속"이라며 "언제까지 이 위태로운 상황에 존재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3월부터 지방서 항암 못해" … 암 치료 위기론"3월부터 지방에서 항암을 못한다"는 의료진의 한숨이 터졌다. 이는 환자들의 불안감으로 확장되고 있다. 의료대란 1년을 겪었지만 앞으로 더 큰 고난이 발생할 것이라는 공포다.의료대란 초기엔 신규로 암을 판정받은 환자를 받아 주는 곳이 없어 난민 신세에 놓인 환자들이 많았다. 1년 전 전공의가 전부 빠지는 상황에 부닥친 각 수련병원은 기존 환자가 아니면 새로운 차트를 넣지 않았다.지난해 상급종합병원의 주요 암 수술 건수가 17%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간암과 위암, 자궁경부암 수술은 20% 넘게 줄었다.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2∼11월 상급종합병원 47곳에서 건강보험 청구한 6대암(위암, 간암, 폐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수술 건수는 4만8473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5만8248건보다 16.78% 줄었다.간암 수술 건수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2∼11월 상급종합병원 간암 수술은 3085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4099건 대비 24.74% 줄었다.위암 수술은 1만1115건에서 8683건으로 21.88% 감소했다. 자궁경부암 수술은 1340건에서 1061건으로 20.82%, 폐암 수술은 9837건에서 7946건으로 19.22% 줄었다.대장암 수술은 1만2547건에서 1만431건으로 16.86%, 유방암 수술은 1만9310건에서 1만7267건으로 10.58% 감소했다.한지아 의원은 "상급종합병원의 암 환자 수술 역량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국민과 환자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지난해 부친을 잃은 한 보호자는 "암 판정을 받았으나 제대로된 치료, 수술도 해보지 못하고 연명치료 중단 동의서만 쓰라고 하며 몇 주 만에 돌아가셨다"며 "이것이 의료대란의 피해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의료대란의 최대 부작용, 초과 사망의 그늘초과 사망률은 올라갔다. 위기가 없었을 때 통상적으로 예상되는 사망자 수를 넘어선 수치를 말한다. 각계의 셈법은 다르지만 이 지표는 의료대란의 가장 큰 피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의대증원을 강조한 대표적 학자였던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료대란에 따른 초과사망률을 꺼냈다.김윤 의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의정 갈등으로 의료 공백이 발생한 지난해 2∼7월 전국 의료기관의 초과 사망 인원과 2015~2023년의 통계를 분석했다.이에 따르면 2015∼2023년 9년간 각 해의 2∼7월 전국 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 수는 총 4193만5183명이었고 이 중 사망한 환자는 34만1458명으로 사망률은 0.81%였다.지난해 2∼7월 입원한 환자 수는 467만4148명, 사망한 환자 수는 4만7270명으로 사망률이 1.01%에 달했다.사망률을 의료기관 종별로 살펴보면 요양병원 사망률이 1.14%에서 1.7%로 0.56%포인트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어 일반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의원급 순이었다.의원실은 이에 더해 환자 연령과 질병 특성을 고려한 분류체계인 AADRG(Age Adjacent DRG)를 적용해 환자를 질병군에 따라 구분하고 중증도를 보정했다.이후 질병군별 2015∼2023년 사망률을 지난해 입원 환자에 곱해 예상 사망자 수를 산출하고, 이를 실제 발생한 사망자 수와 비교했다.그 결과 지난해 2∼7월 예상 사망자보다 많이 발생한 '초과사망자'수는 3136명으로 나타났다.월별로 보면 전공의 사직이 시작된 2월의 초과사망자 수는 513명이었다. 이후 4월 357명으로 감소했다가 7월 610명으로 다시 늘었다.김 의원은 "의정갈등 이후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3000명 이상의 초과사망자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며 "비상진료체계가 겉으로는 잘 작동하는 듯하지만, 현실에서는 수많은 국민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국회의 시각과 달리 의료현장에서 체감한 초과 사망의 그늘은 더 깊었다.현실판 중증외상센터 '백강혁'으로 불리는 허윤정 단국대병원 권역외상센터 교수는 "의정갈등 사태가 촉발된 2024년 2월부터 최대 1만명의 환자가 붕괴된 응급의료체계로 인해 초과 사망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지난 14일 의료인력 추계위 공청회에서 참석한 발언한 것이다. 그는 "수천억을 들여 외상센터를 세우고 중증 외상 사망률을 개선하는데 10년이 넘게 걸렸지만 이전으로 회귀하는데 6개월도 걸리지 않았다"고 작금의 사태를 비판했다.이처럼 의료대란 1년은 지속된 의정 갈등으로 초과 사망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앞으로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아 국민적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