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및 대상 확대… 수수료이익 감소신용카드학회 "적격비용과 모집·마케팅·판관비용 사이 부(-)의 관련성"카드단종 및 연회비 증가 등 고객혜택 감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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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격비용 제도가 카드사의 위험자산 중심 포트폴리오 변화로 이어지며 소비자 혜택 감소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시행된 적격비용 재산정이 실제로는 카드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21일 열린 한국신용카드학회 포럼에서 적격비용과 회원모집비·마케팅비·판관비 사이에는 부(-)의 관계성이 있다는 통계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골치 아픈 카드업계

    국내 카드사들의 누적 당기순이익이 증가했지만 이익의 주요 원천은 신용판매가 아니라 대출자산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현대·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 등 8개 카드사의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은 총 2조2511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781억원) 대비 8.3% 증가했다.

    그러나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같은 기간 카드사의 대출금액은 49조556억원에 달했다. 이 중 단기카드대출인 현금서비스액은 6조8355억원, 장기카드대출인 카드론은 42조2201억원을 차지하며 카드론 잔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카드사의 대출 의존도 증가는 단순히 수익의 변화가 아닌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등 주요 카드사의 대출자산 중 위험자산(현금서비스·카드론)이 차지하는 비율은 20%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 도입된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적격비용 제도는 가맹점 수수료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하며 카드사의 전통적 수익 기반을 약화시켰다. 도입 이후 3년 주기로 시행된 적격비용 조정은 우대가맹점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수수료율을 낮췄다. 

    그 결과 연매출 2억원 이하 우대가맹점의 수수료율은 2012년 1.5%에서 2021년 0.5%로 인하됐고 우대가맹점 범위는 전체 가맹점의 68%(연매출액 2억원 이하)에서 96%(연매출액 10억~30억원)까지 늘어났다.

    가맹점 수수료 수익 감소는 카드사의 본업 위축으로 직결됐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2015년 10조7295억원에서 2023년 8조3205억원으로 22.5% 감소했다. 수익은 2017년 11조6819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는 중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가 기존에 신용판매로 창출했던 이익을 더 이상 창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본업의 경쟁력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 중심의 구조 변화가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던진 돌 '적격비용 인하', 결국은 고객이 맞는다

    문제는 적격비용 제도의 여파가 가맹점 수수료 감소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사들은 신용판매에서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비용 절감과 대출 중심의 사업 확장을 선택했으나 이러한 전략은 고객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열린 한국신용카드학회 '카드사의 적격비용 제도와 문제점, 그리고 향후 과제' 포럼에서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적격비용과 회원모집비·마케팅비·판관비 사이에는 부(-)의 관계성이 있다는 통계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적격비용 제도 시행이 모집비용 절감 반응에 점진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에 비해 판관비·마케팅비에 해당 제도가 즉각적인 충격을 선사하며 단기적인 충격 효과를 미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적격비용 제도가 일시불·할부거래 비중을 축소하며 카드론 비중을 늘린다고 언급하며 카드론 증가로 인한 연체 급증이 대환대출 확대로 이어진다며 위험자산 증가의 악순환이 지속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적격비용 하락은 카드사가 고객 혜택 제공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24년 상반기 단종된 신용카드는 282개, 체크카드는 91개로 지난해 전체 규모의 80%에 해당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새로운 카드 상품 선택의 폭이 줄어들고 기존 카드 혜택도 축소되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

    반면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개 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연회비 수익은 7084억원으로 전년 동기(6434억원)보다 10% 증가했다. 카드사가 혜택이 높은 알짜 카드를 단종시키는 대신 연회비를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적격비용 제도가 카드사의 구조적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 업계에서는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 서 교수는 “적격비용 제도는 소비자 혜택 감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본업인 신용판매 경쟁력을 회복하고 민간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