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수출 1위 자동차 관세 발효 … 핵심 부품에도 곧 부과중국 34%·베트남 46% 상호관세 … 공장 둔 삼성·LG 직격탄반도체 예외됐지만 불확실성 커 … 韓 기업 전방위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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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관세 정책을 발표하며 한국산 수입품에 25%의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를 부과하면서 국내 수출 기업들의 타격도 불가피해졌다.자동차와 반도체, 철강 등은 이번 상호관세 적용을 피했지만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품목별 관세 부과를 예고한 바 있어 아직은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3일 산업계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총 25%의 상호관세를 책정해 발표한 이후 여전히 불확실성에 시름하고 있다. 국내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와 반도체, 철강 등 주요 제품들은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언제든지 품목관세가 지정될 수 있어서다.◇ 日·유럽보다 높은 상호관세 … "25% 아니라 26%" 번복까지 우려 키워우선 한국이 일본이나 유럽보다 높은 25% 상호관세를 적용받게 되면서 미국이 한국 경제에 대한 견제를 이어갈 가능성에 우려를 내려놓지 못하는 분위기다.국가별 상호관세율을 보면 일본이 24%, 유럽연합(EU)이 20%로 한국보다 낮은 수준이고 미국이 강도 높은 규제에 나서고 있는 중국이 34%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미국의 우방국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을 기대했던 한국이 베트남(46%), 태국(36%), 대만(32%), 인도(26%) 등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보다 조금 낮은 세율을 적용받으면서 대미관계에 적신호가 확인됐다.트럼프 행정부가 이날 발표한 한국 상호관세 세율이 25%가 아니라 26%가 맞다는 번복까지 나오면서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보는 기업들의 불안감은 더 증폭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상호관세 발표 행사에서는 한국에 적용하는 관세율이 25%로 표기돼있었지만 이후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 부속서에는 26%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져 혼란을 초래했다.◇ 베트남 생산 비중 높은 전자·가전 '직격탄' … 반도체, 안도 속 품목관세 걱정상호관세 발표로 당장 고민이 가장 깊은 분야는 전자와 가전업계다. 베트남과 인도에 생산거점을 둔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들, LG전자와 LG그룹 전자 계열사들이 해당 지역에서 생산한 제품들을 미국시장으로 들여와 판매할 경우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점유율 하락 위기에 놓였다.삼성은 대표적으로 베트남 생산 체계를 단단하게 구축하고 있는 곳이다. 스마트폰의 경우 물량 절반 이상을 베트남에서 생산해 최대 시장인 미국으로 공급하고 있고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도 형님인 삼성전자와 함께 베트남에 진출해 생산공장을 구축하고 핵심 기지로 활용하고 있다.LG그룹도 베트남에 부과된 상호관세가 리스크로 떠올랐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들이 베트남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26%의 관세가 적용된 인도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며 이 두 국가에 운영 중인 생산기지를 이전해야 하는 대규모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반도체 분야는 이번 상호관세 적용 대상에선 빠졌지만 미국이 언제든지 품목관세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는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회원국 간 관세를 물리지 않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꾸준히 반도체 관세를 협상 도구로 활용해 미국 내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나서왔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무기가 될 수 있다.더불어 반도체는 바이든 전 정부에서 약속했던 보조금 제도를 트럼프 정부가 뒤집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아직은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외신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해외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약속된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보류하거나 지급 조건을 바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외국 기업 중 가장 크게 미국 생산기지에 투자하는 대만 TSMC는 추가 투자 1000억 달러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추가 투자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
- ▲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왼쪽 다섯번째)을 비롯한 주요 내빈들이 3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트럼프 상호관세,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세미나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박인원 고려대 명예교수, 허윤 서강대 교수, 정철 한경협 CRO 겸 한경연 원장,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 최병일 태평양 통상전략혁신 허브 원장,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이윤희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한경협
◇ 車, 50% 관세 피했지만 타격 불가피 … "美와 협상 지금이 시작점"자동차업계는 이번 상호관세에는 적용받지 않게 됐다는 점에서 최악은 피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기존에 발표한 품목별 관세만 적용받게 되면서 이날 오전 0시 1분(한국시간 3일 오후 1시 1분)을 기해 25% 관세정책이 시행됐다.하지만 자동차가 대미 수출 품목 1위라는 점에서 25%의 품목별 관세만으로도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규모는 347억 4400만 달러(약 51조 원)에 달하고 이는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자동차 수출 규모(707억 8900만 달러)의 거의 절반(49%)를 차지하는 수준이다.이 중 지난해 97만 대를 미국에 수출한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은 일찌감치 미국 내에 대규모 생산공장 신축을 발표하며 관세 대응에 선제적으로 나섰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지난달 24일 미국 내 3호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 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능력을 현재 연간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늘려 연간 미국에서만 총 12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겠다고 선언했다.자동차에 관세가 시작되면서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2차전지 기업들도 함께 타격을 받고 있다. 전기차 공급망 특성 상 미국 외에서 생산하는 비중이 높아 미국 현지 전기차업체인 GM과 포드 등도 판매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여기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에 후폭풍이 예고된다.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의 관세 조치가 현실화 된 상황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영향이 큰 업종에 긴급 지원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긴밀한 대미 협의를 지속 추진하겠다는 의지에 힘을 실은 상황이다.산업계에서도 이번 조치가 수출 대기업 뿐만 아니라 내수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나섰다. 더불어 이번 관세 부과가 미국과의 협상의 시작점이라는 점을 명확히하면서 대응력을 높여나가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은 이날 서울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트럼프 상호관세,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긴급 세미나에서 "이번 조치로 인해 우리 수출 대기업 뿐만 아니라 내수 경제 전반에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前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번 관세 부과 조치는 협상의 시작점일 뿐, 끝이 아니다"라며 "우리 경제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