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빙그레홀딩스와 빙그레로 인적분할… 지주회사 전환오너 3세 100% 기업 제때, 지주사 지분 강화 ‘옥상옥’ 될 듯장기적으로 지주회사-제때 합병 시나리오도 거론… 주가 하락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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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그레가 지주회사 전환을 발표하면서 오너 3세 체제의 청사진이 나올 전망이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지금까지 3세 지분 100%의 물류 계열사 제때가 지주사 지분율을 높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제때는 지주회사 위의 ‘옥상옥(屋上屋)’으로 자리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지주사 빙그레홀딩스와 제때의 합병 시나리오까지 점치는 분위기다.

    25일 빙그레에 따르면 회사는 내년 5월 1일을 기점으로 빙그레를 투자회사 빙그레홀딩스(가칭)과 사업회사 빙그레(가칭)로 인적분할할 예정이다. 분할비율은 존속회사 빙그레홀딩스와 빙그레가 각각 0.4592159대 0.5407841다. 

    인적분할 과정에서는 빙그레홀딩스와 빙그레가 모두 상장하는 탓에 주식매수청구권이 발생하지 않아 사실상 변수가 많지 않다. 빙그레는 내년 3월 20일 주주총회를 통해 분할 안건을 가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빙그레의 지주회사 전환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오너3세 계열사인 제때다. 제때는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장남인 김동환 빙그레 사장을 비롯, 김동만·정화씨 등 삼남매가 지분 100%를 보유한 물류기업이다. 빙그레의 콜드체인 물류를 맡으면서 연 매출 4000억원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빙그레의 지분 1.99%를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은 이번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인적분할 이후에 주주는 빙그레홀딩스와 빙그레에 동률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는데, 오너일가 입장에서는 사업회사의 지분을 보유할 이유가 없어 통상 빙그레홀딩스 지분으로 빙그레의 지분을 사오는 주식교환(스왑)을 추진하게 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인적분할을 ‘오너의 지배력을 키우는 마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 제때가 빙그레의 지분을 빙그레홀딩스 지분으로 교환하게 된다면  지분율은 훌쩍 상승하게 된다. 빙그레 지배구조상 제때가 지주회사 위에 있는 ‘옥상옥’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제때와 빙그레홀딩스가 합병하는 형태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도 상존한다. 

    오너3세의 비상장 계열사인 제때가 빙그레 매출로 기업가치를 키우고 빙그레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지분 확대, 합병 과정에서 지주사의 지분 직접 소유가 가능해지는 시나리오다. 실제 이런 방식으로 지배력을 확대한 경우는 적지 않다. 

    지난 2022년 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와 산업회사 동원산업이 합병하면서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의 지배력이 대폭 상승한 바 있고 2015년 SK그룹도 지주회사 SK와 SK C&C 합병을 통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지배력을 크게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에서 오너 3세 100% 기업인 제때를 지주사 상위 기업으로 유지할 이유가 많지 않다”며 “빙그레홀딩스의 가치가 낮아지고, 제때의 가치가 가장 상승하는 시점에 합병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빙그레의 지주회사 전환 발표 이후 거래정지가 풀린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 빙그레의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7.20% 하락한 6만5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배구조 투명성이 강화되는 지주회사 전환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이번 분할이 다른 주주에게 불이익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빙그레 관계자는 “현재로서 제때의 합병 등에 대해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