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전망) 줄강등 현실화투심 더욱 깐깐해질라…불안감 증폭LG화학·SK케미칼 등 공모채 시장 노크만기도래 사채 차환·유동성 확보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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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에너지기업들이 사채 차환을 목적으로 회사채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으로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가운데 새해 기관투자자가 자금을 집행하는 연초 효과를 노리고 선제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신용등급 ‘AA+’인 LG화학을 필두로 SK가스(AA-), 한솔케미칼(A+), SK케미칼(A+), SK인천석유화학(A+), HD현대케미칼(A) 등 국내 에너지기업들이 잇따라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조달 자금은 대부분 1분기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차환에 쓰일 예정이다.

    석유화학, 이차전지 업황의 장기 불황에 따라 국내 에너지기업의 실적 악화에 따른 재무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불거진 롯데케미칼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CO) 사태가 유동성 위기설로 번진 점도 에너지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이들 기업에 대한 신용등급과 등급 전망도 잇따라 하향 조정되며 신용등급 줄강등도 현실화하고 있다. 통상 신용등급이 1개 노치(notch) 떨어지면 금리는 20bp 상승한다고 전해진다. 자금조달 여건이 불리해지는 것은 물론, 이자 부담 확대도 감내해야 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회사채 발행 선두에 선 LG화학을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해 말 LG화학의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Baa1’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석유화학 부진, 배터리 사업의 예상 대비 낮은 성장세, 차입금이 증가 등이 강등 배경이 됐다.

    LG화학은 이달 공모채 시장에서 3000억원 규모의 사채 발행에 나선다. 이달 1500억, 다음 달 5200억원(2500억·2700억원) 등 총 6700억원 규모 만기도래 사채 차환에 쓰일 예정이다. 이들 사채의 표면이율은 2년물 3%대, 5년물 1%대로 최근 금리 상승 압력에 따라 더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석유화학 업황 불황이 여전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회사채 발행에 대한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계엄령발(發) 정치 리스크가 현재 다소 가라앉았고, 채권 시장 불안감을 높였던 롯데그룹 이슈가 일단락돼 부담이 완화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반면 기업들의 펀더멘탈 악화 기류가 두드러지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까다로워지고 있고, 스프레드 및 절대금리 측면의 매력도가 낮은 점이 부담을 높이는 요소로 지목된다. 트럼프 취임 이후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회사채 발행 러시도 트럼프 취임 전 쏠리는 모양새다. SK가스 1200억원, 한솔케미칼 500억원, SK케미칼 1000억원, SK인천석유화학 780억원, HD현대케미칼 900억원 등 에너지기업도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에 앞서 기업들이 대거 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며 “국내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금융시장 불안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 기업들이 저마다 선제적인 자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