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 환율 '널뛰기'… 1500원대 위협할듯경쟁력 약화 속 교역조건 악화로 수출 타격 우려정치적 리스크로 한국 국가신용등급 부정적 영향 "컨트롤타워 중심으로 대비… 여야 협치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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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회 본희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안 가결로 정부 주도 정책이 추진 동력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 외환·금융시장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정국 혼란으로 경제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여야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는데 합심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역점 정책 '브레이크'… 헌재 판단 때까지 행정부 기능 마비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이날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대통령 권한행사가 곧바로 정지된다.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다만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대통령 신분은 유지된다. 헌재의 대통령 탄핵안 심사는 최장 180일이다. 만약 인용이 결정되면 60일 내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면 헌재의 심판이 나올 때까지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국정을 이끌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 총리는 계엄선포 국무회의 참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돼 향후 거취가 불투명한 상태다. 한 총리 다음 순번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최 부총리는 국무회의에서 계엄 선포를 반대한 뒤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한 총리는 지난 1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입장문을 내고 "지금 대한민국은 전에 없던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일상이 흔들림 없이 유지될 수 있도록 현 상황을 조기에 수습하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안정적으로 국정이 운영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12월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일관되게 반대했으나 끝내 막지 못한 것을 깊이 자책하고 있다"면서 "저를 포함한 내각은 이 목표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한평생 저를 믿고 많은 일을 맡겨주신 국민을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본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대통령에 대한 탄핵 단행으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올때까지 행정부 기능이 사실상 마비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계엄사태 이후 대통령실 실장·수석비서관 등 대통령실 참모진과 국무위원 전원이 일괄 사의를 표명한 상태로 관가 분위기도 혼란스럽다. 사실상 국정 공백 사태라는 평가가 나온다.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노동·교육·연금·의료 개혁 동력도 동력을 잃게 됐다. 정부 역점사업들도 후순위에 밀려나게 됐다. 야당과 대립각을 세웠던 동해 심해 가스전 시추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 체코 원전 수출 등이 대표적이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경우 내년도 예산이 98% 가량 삭감됐다. 체코 원전 수출도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나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를 산다. '농망(농업을 망치는) 법'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던 양곡관리법을 포함한 농업 4법에 대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도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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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혼란 불가피… 朴대통령 탄핵 때보다 경제체력 약해더욱이 문제는 45년만의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경제 전반이 요동치고 있다는 점이다. 탄핵 불확실성 제거로 당장 증시 등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을 때까지 2~3개월 기간동안 불확실성의 확대로 경제적 혼란은 당분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특히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달러화 글로벌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로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가 짓눌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 1442원까지 치솟았고 단기 저항선은 1450원선까지 높아졌다.외환당국이 개입에 나서면서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원화 디스카운트는 이어져 원·달러 환율은 1430원대를 등락하며 1400원대에 고착화하는 조짐이다.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인 1500원 선을 돌파할 수 있다는 시장의 불안도 이어지고 있다.외국계 IB(투자은행)인 노무라증권은 "트럼프 정부 출범 등 대외 환경 변화와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 대응 여력 부족 등이 원화 약세로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5월 말까지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53억9000만달러다. 2021년 10월 4692억1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찍은 후 3년간 내리 감소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돼 외환당국이 공격적 환율 방어를 나서게 되면. 외환보유액규모가 심리적 한계선인 4000억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론도 제기된다.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헌재 판결이 나오기까지 불확실성은 이어지는 셈이어서 현 1400원대인 환율이 내년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만약 환율이 1500대까지 오른다면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이 사태가 마무리되면 안정을 찾을테지만 헌재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당국 개입과 미국 금리 인하 본격화에도 환율이 계속 오름세인데 당분간 환율 상승세가 이어질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현재 한국 경제 체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있었던 2016년보다도 좋지 않다. 당시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고 경제성장률은 2.9%였다.반면 현 한국경제는 지난 10년간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무선통신기기·선박·자동차·철강 등 7개 부문에서 중국에 수출 점유율을 추월당했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거의 2.2%에 수렴되고 내년과 내후년에는 1%대 전망 등 저상장이 고착화되고 있다. 일각에선 제로 성장 가능성까지 대두된다. 2016년 592조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지난 9월 기준 1149조원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안동현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는 주력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받쳐주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현재는 한국 주력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한데다 국가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한국 주력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의 정치적 리스크 발생은 대외 신인도 하락과 맞물려 한국 교역 조건을 악화시켜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김상봉 교수도 "비상 계엄령이 선포됐을 때부터 소비, 투자, 수출 등 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한국 국가신용등급에도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계엄령 선포와 신속한 철회 이후 정치적 리스크는 향후 몇 달 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가계와 기업의 신뢰를 악화시키고 공공 재정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킴엥 탄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신용평가 아태지역 국가 신용평가팀 전무는 "(계엄은) 예상치 못한 사건인데, 국제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분명한 마이너스 쇼크"라며 "당분간 한국 투자의사 결정에 부정적 영향 미칠 것이고 정치적 리스크가 없는 다른나라의 투자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져 한국 투자를 철회하고 다른 나라로 투자를 돌릴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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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정영향 제한적 견해도… "컨트롤타워 제대로 작동돼야"다만 국내 정치 리스크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S&P·무디스·피치 등 3대 글로벌 신용평가사와 화상 면담을 진행한 자리에서 "한국의 모든 국가시스템은 종전과 다름 없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며 "과거에도 두 차례 탄핵으로 혼란이 있었으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계엄과 탄핵 사태로 인한 경제적 우려를 불식하고 한국 신용등급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사전에 차단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이우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계엄 선포로 경제에 충격이 가해진 상황인 만큼 향후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도 탄핵으로 대통령 직무집행정지가 이뤄져야 했다"며 "대통령이 직무를 계속 수행하게 됐다면 야당은 계속 탄핵을 시도하면서 대립국면이 심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탄핵으로 국정 공백 장기화를 피할 수 없게 된 만큼 정치적 리스크와 별개로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향후 국정운영에 관련해서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당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정부는 정부대로, 사법부는 사법부대로, 국회는 국회대로, 국가와 국민 경제를 위해 혼신을 다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이어 "계엄, 탄핵같은 돌발적 이슈로 국가 대외 신인도가 흔들려 기업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여야정 협의체 구성 등을 통해 만전에 대비를 해야 한다"며 "권한대행이 컨트롤타워가 돼 모든 국가 거버넌스를 협치 위주로 간다면 행정부 기능이 마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김상봉 교수는 "비상경제대책회의 등 어떤 형태로든 정부가 구조적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도 탄핵을 당할 수 있는 만큼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대비를 할 필요가 있고 여야협의체 등도 고려해 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여야 정책 협치 강화 중요성도 강조됐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탄핵안이 가결된 순간 공은 야당으로 넘어갔는데,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여야가 합심해 민생 경제에 힘쓰는 등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며 "정치적 이익을 위해 현 대결 구도를 심화시킨다면 그 당이 국민들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