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野, 감액 단독 주도에… 尹 "폭거로 국정 마비" 작심비판 예비비·검·경 특수활동비 전액 삭감… 동해 심해가스전·원전 줄줄이 삭감민생경제도 눈감아… 韓 경제 빨간불 속 정부 대응 능력 약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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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12일 긴급 담화문을 발표하며 "민주당이 검찰과 경찰 특별 예산을 전액 삭감했고 원전과 과학기술, 일자리, 예비비, 백신 개발 예산 등 주요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면서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와 폭거로 국정이 마비되고 사회 질서가 교란돼 행정과 사법의 정상적인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0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감액만 반영한 수정 예산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민주당 단독 수정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된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예산안은 법안과 달리 국회에서 통과되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그대로 확정된다. 이에 따라 677조4000억원 규모의 정부 원안에서 4조1000억원을 삭감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가장 큰 규모로 감액된 예산은 예비비다. 정부가 편성한 4조8000억원에서 절반인 2조4000억원이 삭감됐다. 이는 11년 전인 2014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정부는 예기치 못한 재해·재난·감염병 발생에 대응해야 한다며 예비비 삭감에 반대했지만 민주당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비용 등을 포함해 예비비가 쌈짓돈처럼 활용된다는 이유로 절반을 삭감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82억5100만원), 검찰 특정업무경비(506억9100만원)와 특활비(80억900만원), 감사원 특경비(45억원)와 특활비(15억원), 경찰 특활비(31억6000만원) 등이 전액 삭감됐다.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수집, 수사 등에 쓰이는 특활비가 전액 삭감되면서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 마약 등 민생범죄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사업 역시 삭감됐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원전 생태계 지원 예산과 체코 원전 수출 지원 예산, 차세대 원전 개발 관련 예산, 기초과학연구 등 미래 성장 동력 예산 등을 대폭 삭감했다"며 "거대 야당은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까지 꺼트리려고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실제 동해 심해가스전 개발사업 예산은 정부안 505억5700만원 중 497억2000만원이 줄어 8억3700만원만 편성됐다. 원전 생태계 금융지원 예산은 정부가 제출한 1500억원에서 500억원을 삭감한 1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차세대 원자로 기술인 소듐냉각고속로(SFR) 연구개발 예산도 70억원에서 7억원으로 감액됐다. 소형모듈원전(SMR) 제작지원센터 구축 예산 54억원은 전부 삭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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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갈등 해소를 위한 전공의 수련 지원 예산은 931억1200만원 삭감됐다.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 사업도 74억7500만원 감액됐고 군 장병 인건비 645억원과 청년도약계좌 280억원이 삭감됐다.
이 같은 상황에 여당은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은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관련 수사비 삭감, 재해대책 예비비 1조원 삭감, 민간 합작 선전원자로 수출 기반 사업비 삭감 등이 이재명 대표 구하기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내수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내년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예비비 등의 예산 삭감이 정부의 대응 능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의 경제에 대한 국내의 연구기관의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전날 2024년 11월 아시아 경제 전망을 발표하며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9월 전망(2.3%)보다 0.3%P(포인트) 하향 조정한 2%로 제시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내년 성장률을 2%로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성장률이 2.1%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고 한국은행은 1.9%로 봤다.
조동철 KDI 원장은 예산안 통과에 대해 "재정 상황에 대해선 드릴 말씀이 없지만 일반적으로 재정 지출이 줄어들면 내수에 긍정적이지 않다"며 "내년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 여부는 정치적 변수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취약계층을 비롯한 민생 경제 예산은 국민들의 최소한의 자립을 도와줄 수 있는 중요한 예산"이라며 "과거에는 여야가 합의를 통해 예산을 마련했으나, 당파 우선주의로 인해 이제는 다수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