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조 예산 감액 후 추경 독촉 '거야 멋대로' 주무르는 예산여권선 병주고 약주는 꼴 비판… "일방적 감액 사과부터"추경 시점엔 이견 있지만 "내수 위해 조속한 추경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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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야당이 사상 초유의 감액 예산안을 처리한 후 추가경정예산 카드를 들이밀자 야당 멋대로 예산을 주무른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내수·고용·수출 부진 가속화로 경제 위기감이 커지자 어쩔 수 없이 재정지출을 확대해 경제적 난국을 타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내년 1%대 저성장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추경이 내수 부진 상황을 완화할 수 있을거란 분석에 예산·재정 당국의 결정에도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17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대거 삭감한 후 '신속한 추경'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추경을 신속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골목상권이나 서민경제 지원을 위한 지역화폐 예산, 인공지능(AI) 관련 예산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전날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2025년도 예산안을 정부안 대비 4조1000억원을 삭감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며 "이 대표가 추경 논의를 제안했는데 대단히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이어 권 대표는 "(민주당의 행태는) 병 주고 약 주는 격"이라며 "정부 예산안은 이 대표의 주머니 속 공깃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거대 야당이 정부가 제시한 예산을 대폭 삭감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된 시점에서 이처럼 추경을 운운하니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는 것이다.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예산안은 673조3000억원으로 정부안 대비 4조1000억원 감액됐다. 감액된 예산안에는 국민 안전을 지키는 치안과 서민경제를 위한 민생 예산이 대거 포함돼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주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안이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추경을 요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민주당이 무책임한 정당이라는 것을 나타낸 것"이라며 "예산안을 삭감한 이유부터 낱낱이 소명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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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논의가 이뤄질 때마다 신중한 입장을 취해 온 기획재정부는 이번에도 정치권의 추경 요구를 신중하게 검토하는 모습이다. 탄핵 정국으로 정책 추진 동력을 잃으면서 야당의 추경 편성 독촉에 맞설 운신의 폭도 줄어든 상황이다. 권성동 대표도 "3월이든 6월이든 예산 조정의 필요성 있을 때 가서 추경 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추경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상존한다. 한국은행은 지난 1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추경 등 주요 경제정책을 조속히 여야가 합의해서 추진함으로써 대외에 우리 경제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모습을 가급적 빨리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또 추경 편성이 빠를수록 효과가 크다는 견해도 나온다.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하만으로는 경기를 단시간에 부양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내년 초에 추경을 통해서 재정지출을 늘리는 대책을 빠르게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여태까지 추경이 편성된 건 총 29번이다. 이 중 1분기에 추경이 확정된 건 1998년(3월25일), 2020년(3월17일), 2021년(3월25일), 2022년(2월21일) 등 4번뿐이다. 물론 내년도 본예산을 집행하기도 전에 추경 논의가 시작된 것은 더 이례적이지만, 내수 침체와 트럼프 미국 신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 내년 1%대 경제성장 전망, 탄핵 정국에 따른 경제 리스크 등이 얽히며 추경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한국은행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1.9%를 제시했고 씨티그룹은 지난달 29일 내년 전망치를 1.6%로 내놨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계엄에 이은 탄핵 변수가 전망치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정식 교수는 "현재 국내 주력 산업 대부분이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수출과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데 새해에는 이런 현상이 더 가속화될 전망"이라며 "정치적 불안정이 심화되면 외환위기의 위험이 커지면서 환율이 1500원대 이상으로 높아질 가능성은 물론, 1% 미만의 성장률까지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권한대행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주문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조속한 추경 진행으로 경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막대한 책임도 요구된다"며 "그러한 행동을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바라는 것도 무리"라고 말했다.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4단체도 이날 오전 우원식 국회의장 초청으로 열린 간담회에서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내수 진작용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아울러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된다라는 인식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여러 가지 대외 불확실성이나 민생의 상황 등을 봐 가면서 적절한 대응조치를 계속 검토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금처럼 (경제)하방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는 재정을 조금 더 이용할 근거가 된다고 본다"며 사실상 추경 필요성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