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권한대행, 경제 고려 불가피한 결정”“미 新정부 출범 후 수출 위축·환율 변동성 지속”“구조조정 통해 중장기적 성장률 높여야” 강조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서성진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서성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일 “향후 통화정책은 입수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내외 리스크 요인들의 전개 양상과 그에 따른 경제 흐름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금리인하 속도를 유연하게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신년사를 통해 “전례없이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통화정책은 상황 변화에 맞추어 유연하고 기민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며 “물가·성장·환율·가계부채 등 정책변수 간 상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올해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은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이라며 “대외적으로는 미국 신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이 본격화될 경우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면서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경제의 호황 지속으로 연준의 금리인하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환율 변동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며 “중국, 유럽 등 글로벌 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현 상황에서 통화정책만으로 우리 경제를 안정시키기 어렵다”며 “최근 들어 국제사회의 관심이 금융·외환시장 불안을 넘어 국정 컨트롤타워가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로까지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갈등 속에 국정공백이 지속될 경우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경제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충격이 더해질 수 있어 국정 사령탑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상목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한 것과 관련 “최상목 권한대행께서 대외 신인도 하락과 국정공백 상황을 막기 위해 정치보다는 경제를 고려해서 어렵지만 불가피한 결정을 하셨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이는 앞으로 우리 경제 시스템이 정치 프로세스와 독립적으로 정상 작동할 것임을 대내외에 알리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구조개혁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단기적인 부양과 함께 고통스럽더라도 구조조정 문제에 집중해서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요즘 직원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연구 결과를 외부에 발표하는 등 ‘시끄러운 한은’으로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며 “‘알기 쉬운 경제지표해설’, ‘BOK 마켓브리핑’ 등 시각화 컨텐츠를 통해 대국민 소통에 힘쓴 결과 유튜브 구독자 수가 9만명 가까이까지 증가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 자랑스럽다”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끝으로 그는 "올해 우리 앞에 놓인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지만, 과거에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는 이번에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며 "손자병법의 '근심을 이로움으로 삼는다'는 이환위리(以患爲利),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는 서양 격언처럼 우리가 해야 할 것부터 차분하게 실천하고 새 기회를 만들면 우리 경제는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