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명 이사 수 제한 안건엔 찬성"이사 수 과도하게 확대될 시 기능 마비"MBK 측 이사 후보 14명 중 4명만 찬성고려아연 후보는 전원 반대 의견기관투자자 표심 향방 관심
  •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뉴데일리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뉴데일리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가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핵심 안건인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를 권고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 한국ESG평가원이 해당 안에 찬성한 것과 상반된 의견으로, 기관투자자 표심 향방에 관심이 모아진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SS는 기관투자자에 오는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총에 대한 의안 분석 보고서를 발송하고,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에 반대하는 의견을 밝혔다.

    ISS는 집중투표제 도입 반대 이유에 대해 “일반적으로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에게 유리한 제도지만 이번 경우에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 측이 지지하는 후보를 선임시킬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영풍·MBK가 추진하는 이사회 개편이 약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ISS는 최 회장 측이 상정한 이사 수를 19명으로 제한하는 안건에는 찬성 의견을 냈다.  ISS는 “이사 수 상한이 이사회 변화를 막는 것이라는 영풍·MBK 입장에 공감한다”면서도 “이 안건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이사회 규모가 과도하게 확대돼 의사결정이 마비되고 기능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기타 비상무이사 3명, 사외이사 7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한 12명이 최 회장 측 인사다. MBK 측은 14명의 신규 이사를 선임, 이사회 과반 확보를 노리고 있다. 최 회장 측은 7명의 신규 이사를 추천했다.

    ISS는 최 회장 측과 영풍 측의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영풍 측 4명의 이사 선임 안건에만 찬성했다. ISS가 찬성을 권고한 이사 후보는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인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사외이사 후보인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손호상 포스코 석좌교수, 정창화 전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원장 등이다.

    그 외 나머지 고려아연 측 7명 이사, 영풍 측 10명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냈다. 분리 선출하는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 권순범 변호사 연임에는 찬성했다.

    ISS는 “집중투표제가 채택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과반수 득표제로 영풍·MBK 후보 4명만 지지하는 것은 이사회 규모를 16명으로 제한하는 것”이라며 “영풍·MBK 측 이사 4명이 포함된 16명의 이사회가 현 이사회보다 민첩하고 기능적으로 운영되고, 새로운 시각과 활발한 토론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SS가 고려아연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한 것이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표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ISS 권고대로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이 부결되면 영풍·MBK 연합이 현재의 지분율 우위를 이어갈 수 있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당 이사 선임 안건마다 1주씩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예를 들어 이사를 10명 선임한다고 하면, 1주에 10개의 의결권을 갖는다. 이렇게 부여된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집중해 몰아줄 수 있어 주로 소액주주 보호 방안으로 활용된다.

    이번 임시 주총에 참여하는 영풍 측 지분율은 40.97%로, 최윤범 회장 측보다 6~7%포인트 앞선 것으로 파악된다. 집중투표제로 이사 선임안건을 다루면 영풍·MBK가 의결권이 많더라도 이사회를 장악할 수 없다. 반면 집중투표 도입이 부결된다면, 영풍·MBK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국내 의결권 자문사 한국ESG평가원은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 의견을 냈으며, 소액주주연대 ‘헤이홀더’, ‘액트’ 등도 집중투표제 도입에 환영의 뜻을 밝히며 공개 지지선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