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학적 불확실성 확대 … 해외 경영 집중CES 3년 연속 방문 …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만나2월 베트남·대미 아웃리치·TPD까지 잇따라 참석하반기 APEC 2025 CEO 서밋 의장 역할 … 광폭 행보
  • ▲ 최태원 SK그룹 회장.ⓒSK
    ▲ 최태원 SK그룹 회장.ⓒ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 들어서만 벌써 4번째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2주에 한 번꼴인 셈이다. 지경학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주력 사업을 챙기고 국내외 네트워킹을 확대하는 등 위기 돌파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올해 들어 연이어 글로벌 경영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전자 기술 박람회 ‘CES 2025’에 참석한 것을 시작으로 2월에는 베트남과 미국에서 상당수 시간을 보냈다. 

    최 회장이 지난해 말 16년간 맡아온 대한핸드볼협회장 자리를 내려놓은 후 올해 들어 더욱 더 활발하게 글로벌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는 해석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1월 7~10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CES 2025에서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유영상 SKT 사장, 최성환 SK네트웍스 총괄사장 등과 함께 글로벌 신기술 동향을 살피고, 그룹이 힘주는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가졌다. 최 회장은 주요 총수들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3년 연속으로 CES 참석했다. 

    특히 그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강력한 동맹관계를 확인하고 향후 피지컬 AI 분야에서의 협력도 예고했다. 앞서 젠슨 황은 CES 기조연설에서 실물 하드웨어에 탑재되는 AI, 즉 피지컬 AI를 다음 먹거리로 지목한 바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며 AI 동맹을 이어가고 있다. 

    최 회장은 젠슨 황 CEO와 만남 직후 국내 언론과 가진 간담회에서 “사업 관련해 여러 논의를 했다”면서 “젠슨 황과 피지컬 AI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젠슨 황이) 한국은 제조업이 강하고 노하우가 많아 피지컬 AI와 최근 발표한 코스모스 플랫폼과 연관해 같이하면 좋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설 직후인 2월 14일에는 베트남을 찾았다. 추형욱 SK이노베이션 E&S 사장, 박원철 SKC 사장, 김종화 SK에너지 사장, 명성 SK어스온 사장 등과 함께 권력 서열 1위인 또럼 당서기장, 3위인 팜민찐 총리를 만나 에너지 분야 협력 강화와 양국 우호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SK그룹은 베트남에서 신재생에너지와 자원순환 사업을 추진 중이다. SK 이노베이션 E&S는 2020년부터 베트남 남부 닌투언 지역에 131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운영해 왔고, 해상풍력발전소도 준공했다. SK어스온은 베트남 15-2/17 탐사광구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20대 그룹 CEO들과 함께 19~20일 미국 워싱턴 DC를 찾아 대미(對美) 통상 민간 아웃리치 활동을 하고, 21~22일에는 최종현 학술원이 주최한 ‘2025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도 참석해 특별연설을 했다. 

    TPD는 최종현학술원에서 2021년부터 개최해온 행사로, 한미일 3국의 현안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다. 2021년 처음 개최된 이래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 

    최태원 회장의 해외 출장과 글로벌 네트워킹은 단순한 비즈니스 행보를 넘어, 불확실한 글로벌 정세 속에서 SK그룹의 미래를 견고히 다지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리밸런싱과 운영개선(O/I)을 통해 그룹의 비주력 자산을 줄이고 미래 먹거리에 투자하는 사업 재편을 본격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정학적·지경학적 불확실성이 증대되자 핵심 기술과 신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와 파트너십 구축에 나선 것이란 평가다. 일례로 젠슨 황과의 협력 및 CES 등 주요 무대에서의 네트워킹은 AI와 피지컬 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공고히 하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최 회장은 베트남 출장길에 오르기 전 한국을 방문한 샘 올트먼 오픈 AI CEO를 만나기도 했다. 

    더불어 베트남 등 신흥 시장에서의 적극적 협력은 에너지 전환과 자원순환 사업 확대를 위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 의지를 반영함과 동시에, 국내외 다양한 리스크 분산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시작과 동시에 미중 갈등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베트남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반기 국내에서 개최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025 CEO 서밋 의장도 맡고있는만큼 올해 최 태원 회장의 글로벌 경영 보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의 행보는 단순히 사업 수익 극대화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하는 세계 경제 환경 속에서 SK그룹이 지속 가능한 성장과 혁신 역량 강화를 도모하기 위한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올해 그룹의 내실 강화와 재계 내 입지 확충이 더욱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