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서도 "1·2세대는 유지하는 것이 유리""미가입자에겐 '사다리 걷어차기'나 마찬가지인 셈"전문가들 "법 개정 통한 보험금 축소는 위헌 소지 다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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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정부가 중증·일반질환 보장률을 차등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5세대 실손보험 청사진을 제시하고 1·2세대 실손 가입자의 5세대 전환을 적극 유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손 보장률이 높은 1·2세대 가입자의 5세대 환승 유인책은 사실상 전무해 실현 가능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정부가 필요 시 법 개정 검토를 시사한 점을 두고 위헌 논란도 예상된다. 소비자와 의료계에서는 "국민 건강권을 침해하는 개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보장 줄고 부담 커지는 비급여 개편·5세대 실손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9일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한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의 후폭풍이 이어지자 보완책을 강구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을 인지하고 있다"며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초안을 보완할 방안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관리급여'를 신설해 본인부담률을 최대 90~95% 올리는 등의 개편안을 제시했다. 미용·성형과 같은 비급여를 급여 진료와 함께 받을 경우 급여 항목도 본인이 전액 부담하도록 하는 '병행진료 급여 제한'도 추진된다. 이른바 '과잉 진료'와 '의료 쇼핑'을 뿌리뽑으려는 조치들이다. 

    정부는 또한 비급여 특약 보장을 대폭 축소하고 일반 환자의 급여 자기부담률과 비급여를 동일하게 적용하는 5세대 실손보험도 발표했다. 다만 암·뇌질환 등 중증환자에 대해서는 급여의료비를 최저 자기부담률 20%만 적용한다. 일반질환 대비 중증 중심의 보장률을 올려 5세대 신규가입을 유도하겠다는 셈이다.

    ◇전액 보장 초기 실손, 5세대 전환 가능성 사실상 전무

    하지만 1세대와 초기 2세대 가입자들로선 보장은 줄고 자기부담금만 커지는 5세대 실손으로 전환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실손보험은 2009년 9월 이전의 1세대와 2009년 10월~2017년 3월의 2세대, 2017년 4월~2021년 6월의 3세대, 2021년 7월 이후의 4세대로 나뉜다. 이중 1·2세대는 전체 실손 가입자의 44%인 1582만명에 달한다.

    세대별로 갱신주기, 재가입 주기, 보상범위, 자기부담금 공제금 등이 각각 다르고 유리한 특정 질병 또한 나뉘어 있지만, 평균적으로 소비자가 지출한 병원비의 환급 급액은 1세대에 가까울수록 유리하다는 것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1세대는 비급여 항목을 포함해 의료비를 거의 전액 보장받기 때문에 자기부담금이 없거나 매우 낮다. 2세대는 비급여의 자기 부담률이 10~20%, 3세대는 20~30%, 4세대는 30%다.

    특히 1세대와 2013년 이전에 실손에 가입한 2세대의 경우 재가입 주기도 없기 때문에 처음 가입한 약관대로 만기(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전날 공개된 5세대는 4세대보다도 비급여 보장률이 줄어들고 도수치료 등 일부 항목의 자기부담률은 90~95%에 이른다. 
  • ▲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필요 시 법 개정' 시사하자… 불거지는 '위헌' 논란

    보헙업계 한 종사자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소비자들로부터 항의와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면서 "정부가 5세대로 전환시킬 유도책으로 일정 보상금을 지급하는 등 계약 재매입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1·2세대로서는 당연히 기존의 실손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 입장에서 실손보험은 가장 밑바탕이 되는 보험상품이어서 되도록 튼튼한 버팀목이 돼 주기를 바란다"며 "이를 기반으로 종합보험을 가입하는데 5세대 실손으로 가면 소비자의 가계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소비자의 종합보험 가입 동인도 줄어들게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가입자 사이에선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초기 실손 보험 가입자의 계약 해지 및 신규 가입에 한계가 예상되자 정부는 필요 시 법 개정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시각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심장병환우회 대표는 "법 개정을 통해 강제 전환을 시키겠다는 계획은 이미 중증질환으로 보장을 받는 사람들의 보험금을 축소하겠다는 뜻으로 위헌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개편안이 보험사의 이익만 대변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 건강권을 배려하지 않은 졸속적이고 반인권적 정책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국민들의 비급여 보장내용을 축소하고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 통제를 통해 재벌 보험사 이익만 대변하고자 하는 정책 강행에 심각한 우려와 엄중한 경고를 표명한다"고 했다.

    김미숙 보험이용자협회 활동가는 "주식회사인 보험사 주주의 이익을 위해 보건복지부, 금융당국 공무원이 국민 세금을 들여 판을 열어주고 소비자 권리를 간섭하는 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발이 커지자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 (의개특위) 입장에서도 고육지책"이라며 "하지만 실손보험에 손을 대지 않으면 결국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고, 법 개정 가능성이 제기된 것도 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