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은행에게 강요하는 자리 아냐" 발언야당 대표·정무위원 은행연합회 방문 이례적방문 자체가 압박… 떨고 있는 은행권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시중 6대 은행장과 간담회를 가졌다.ⓒ뉴데일리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시중 6대 은행장과 간담회를 가졌다.ⓒ뉴데일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대 은행장을 만나 추가적인 상생금융 강화와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구속되자 대안정당으로 자리매김하는 차원에서 ‘수권 정당’ 면모를 부각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최근 정치 공세성 언급을 자제하는 반면 민생‧경제 챙기기에 앞장서며 당 지지율을 고려한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은행장들을 소환해 상생금융 확대 방안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은행을 압박하는 포퓰리즘 정책 행보로 비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시중 6대 은행장 및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일부에서 얘기한 것처럼 여러분들한테 무엇을 강요해 얻어보거나 무엇인가를 강제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며 “(은행장) 여러분들이 활동하는 데 이 정치권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그런 얘기 좀 들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모두 발언을 통해 “전 세계적인 상황과 대한민국의 특수한 상황까지 겹쳐서 우리 대한민국 경제가 매우 불안정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도움이 절실할 텐데 원래 금융기관의 역할 자체가 기본적으로 지원 업무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은행장) 여러분들이 지금 준비하신 여러 가지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방안들도 있는데 충실하게 잘 이행해 주시고, 서민들과 소상공인들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은행장 소집에 비판 커지자 ‘한 발 뺀 민주당’

    간담회에 앞서 민주당이 은행들에 전달한 '세부 논의내용'을 보면, 은행연합회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을 설명한 뒤 민주당이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은행의 추가적 역할'을 당부하는 식이었다. 

    특히 민주당은 가계·소상공인 원리금 상환 부담 완화 차원에서 가산금리 산정체계를 바꾸는 은행법 개정 작업에 은행권이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었다. 

    민주당 은행법 개정안의 핵심은 은행권이 법정 비용이라고 주장하는 각종 보험료와 출연료 등을 가산금리에 넣어 대출자에게 떠넘기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30일 민병덕 의원(민주당·대표발의자) 등 11명의 의원이 발의한 은행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보면, 신설되는 은행법 '제30조의 3'은 대출금리에 반영할 수 없는 항목을 열거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늘 만남에서 민주당이 가산금리 인하를 요구를 하기로 했었는데 이 대표가 은행장들을 소집하는 데 대한 비판이 커지자 부담을 느끼고 ‘은행들에게 강요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한 발 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 조승래(왼쪽에서 세번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20일 은행장 간담회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데일리
    ▲ 조승래(왼쪽에서 세번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20일 은행장 간담회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데일리
    ◇은행들 “국제 신인도 제고에 민(民)도 참여‧소상공인 데이터 확보” 요청

    이 자리에서 은행들은 이 대표에게 국내 금융산업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며 규제 개선 등을 요청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의 국제경쟁력 및 규제 개선 제고 방안과 금융산업 발전 방안, 금융위기 기업 지원 등에 대해 은행장들이 이 대표에게 건의했다”고 밝혔다. 

    국내 은행들은 해외 진출 시 인허가와 관련한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조승래 의원은 “은행권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신인도 평가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와 금융지원이 내수와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해 건의했다”면서 “국제신용평가사들이 국내 신인도 평가를 하는데 관 뿐만 아니라 민도 같이 대처하면서 국내 신인도 유지를 하면 좋겠다는 제안이 있었고, 이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소상공인 대출을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 상거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행들이) 소상공인 대출을 하고 싶은데 신용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거래 데이터를 쉽게 확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건의를 했다”고 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가산금리나 횡재세(초과이익 환수) 등 주제에 대해선 오늘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야당 대표와 야당 정무위원들이 대거 은행연합회를 방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은행에게 무언가 강요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경청하겠다고 했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상생 압박이라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