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14개월 만에 1800원대… 경유도 상승세국제유가·환율 상승 겹쳐… 수입물가도 오름세소비자물가에 직격…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 ▲ 지난 21일 오후 서울시내 한 주유소 가격 안내판에 휘발유 가격이 1835원을 나타내고 있다. ⓒ뉴시스
    ▲ 지난 21일 오후 서울시내 한 주유소 가격 안내판에 휘발유 가격이 1835원을 나타내고 있다. ⓒ뉴시스
    설 연휴를 앞두고 기름값이 치솟고 농수산물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소비자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유가 상승과 원·달러 환율 급등이 국내 물가에 즉각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기후변화와 국내 생산 구조의 한계로 농수산물 가격 불안정까지 더해져 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2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724.90원, 서울은 1800.7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가격이 1800원대로 오른 건 2023년 11월6일(1802.69원) 이후 1년2개월여 만이다. 경유 가격 역시 전국 평균 ℓ당 1582.77원, 서울은 1668.72원을 기록하며 오름세를 지속 중이다.

    이같은 유가 오름세는 국제유가 상승과 고환율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러시아 에너지 기업 제재 여파로 공급 우려가 겹치며 국제유가는 급등했고, 달러 강세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국내 유가에 추가 부담을 주고 있다.

    국제유가는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는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환율 및 유가 상승세에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도 자극받고 있다. 

    한국은행의 수출입물가지수 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잠정 수입물가지수는 142.14로 전달 대비 2.4% 올랐다. 지난해 10월부터 석 달 연속 상승이다. 생산자물가 역시 전월 대비 0.3% 상승하면서 2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농수산물 가격 급등세도 심상치 않다. 감귤(전월 대비 22.6%), 무(22.0%), 닭고기(14.3%), 쇠고기(4.1%) 등 주요 농축산물 가격이 급등하며 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고 수산물 역시 연어 가격이 한 달새 9% 상승하는 등 불안정한 가격을 보이고 있다.

    물가 상승세는 기후변화와 국내 생산 구조도 한몫한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일시적으로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농작물 가격은 0.4~0.5%포인트,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0.07%포인트 상승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물가 상승세는 소비자들에게도 큰 부담으로 이어진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사이트 참가격의 외식비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냉면 1인분 평균 가격이 1만2000원을 기록하며 외식 물가가 크게 올랐다. 이는 전년 동기(1만1308원) 대비 6.1% 상승한 수치로, 일부 유명 식당에서는 냉면값이 2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달 생활물가지수 가운데 '식품'은 전년 동기 대비 2.7% 오르면서 평균(2.2%)을 상회했다. 무(98.4%), 당근(65.5%), 배추(26.4%) 등이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 새해 들어 초콜릿, 과자, 음료 등 생필품 가격 인상도 줄을 잇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국제유가 상승의 국내 물가 파급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이 지속되면 수입 물가와 생산자 물가가 오르고 이는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 보고서에는 이같은 현상이 국내 경기 둔화와 맞물릴 경우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문희 한국은행 물가통계팀장은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1월 현재까지도 환율이나 유가 오름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농산물 가격 추이를 봐야 하고 공공요금은 일부 인하될 것으로 예상돼 계속 상승세가 지속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