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등은 대미 외교 속도내는데 韓은 통화조차 아직업계 의견 수렴·원론적 메시지 전달 수준에 그쳐대미외교 리스크 현실화, 수출 대책도 '깜깜'"안보동맹국 강조하면서 빠른 물밑협상 나서야"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워싱턴 대통령 취임식 실내 행사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펜들을 지지자들에게 던져주고 있다.ⓒAP/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워싱턴 대통령 취임식 실내 행사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펜들을 지지자들에게 던져주고 있다.ⓒAP/뉴시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통상 대책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제 한국을 겨눌지 모를 미국 관세 공습에 대응해야 하지만 구체적 대응책보다는 구두 메세지만 내놓고 있어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통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를 발효하고 중국도 미국산 에 대해 10~15% 맞불관세로 대응했다.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25% 관세부과는 일단 한 달 유예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직 한국을 타깃으로 삼지 않았지만 한국도 미국 관세 영향권에 놓일 전망이다. 반도체, 철강·알루미늄, 의약품, 석유·천연가스 등 특정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도 예고해 반도체와 철강이 주력 수출품인 한국도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더욱이 한국은 대미 무역수지 흑자 8위국으로 관세 청구서가 날아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경제계의 중론이다. 한국을 상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요구하고 무역수지 불균형을 문제 삼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통상환경은 일촉즉발 상황에 놓였지만 한국은 통상 협상을 이끌 컨트롤타워 부재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직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조차 못하고 있어 대미 외교 공백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한국 역시 관세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국 정부에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양국 간 '윈윈' 협력 방안 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열흘 만에 통화한 것을 감안해도 상당히 늦어서다. 관세 타깃이 된 캐나다, 멕시코, 중국은 물론 일본도 정상이 나서 대미 외교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정부가 통상환경 급변에 대해 내놓은 메세지는 '모니터링', '영향 점검'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최 권한대행이 트럼프 리스크 관리를 위해 발족한 '대외경제현안간담회'도 원론적인 수준의 메세지만 내놓고 있다. 전날 두번째 열린 대외경제현안간담회에서도 진전된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최 권한대행이 이날 내놓은 메세지도 "미국 신정부 인사와 적극 소통해 우리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주요국과 정보를 공유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유턴기업들에 대한 지원대책 마련 등을 언급하는데 머물렀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미 신정부 출범 민관합동 대책회의와 업종별 간담회 등을 열고 대응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답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통상정책에 대응할 정책이나 시나리오별 전략을 제시하기보다는 업계 의견 수렴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시다발적으로 관세 부과 정책을 강행하면서 한국 수출에도 비상이 걸렸지만 대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달 중 수출전략회의를 열고 '범정부 비상수출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월 18일경부터 한국 주력 산업인 반도체, 철강 등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는 것에 비춰보면 사실상 늦장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자 기업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20대 그룹 대표로 구성된 '대미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을 꾸려 오는 19~20일 이틀간 워싱턴DC를 방문한다. 기업인들로만 구성된 방미 경제사절단은 이번이 처음이다. 갈라디너, 고위급 면담 등 아웃리치 활동을 통해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현지 네트워크를 확대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 미 신행정부와의 관계 형성이 시급하고 중요한 시점이라는 입장이다.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명예교수는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고(故) 아베 일본 전 총리가 친밀한 관계를 구축해 예외를 받아낸 것 처럼, 정상 간의 브로맨스급의 접촉은 물론 신행정부 실세들과 접촉해 안보동맹국을 강조하고 빠르게 물밑협상에 나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일인 다역을 수행해 한계가 있는 만큼 산업부가 신행정부와 컨택포인트를 찾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보편관세 부과 예외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며 "멕시코와 캐나다의 사례에서 보듯이 정상 간 통화가 중요한 만큼 최 권한대행도 대행이라해서 물러서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부터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