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용량 설계수명 이내 제한해 계속운전 '걸림돌'사용후핵연료의 부지 밖 이동 금지 조항, 원자력 안전법과 충돌
  •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뉴시스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뉴시스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법)'를 두고 원자력계에서 '독소조항' 우려가 불거졌다. 고준위법에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저장용량을 제한하는 조항이 포함돼, 원전의 계속운전을 제약한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이미 부지 내 저장시설을 운영하는 경북 경주의 월성 2‧3‧4호기는 사실상 계속운전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21일 성명서를 통해 "원력계의 오랜 난제였던 사용후핵연료 문제의 해결 실마리를 찾았다는 점에서 환영하나, 원전의 원할한 운영을 제약해 국민 부담을 가중하는 조항들이 담겨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학회 측은 고준위법이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용량을 설계수명 기간 동안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양을 초과하면 안된다고 제한한 조항을 문제 삼고 있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허가받은 원전은 설계수명이 끝난 후에도 안전성 평가 등을 거쳐 10년씩 계속운전할 수 있다. 하지만 고준위방폐장법은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저장공간 확충을 제한해 사실상 계속운전을 어렵게 한다는 설명이다. 

    당초 고준위법에는 '여건 변화가 있을 경우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 심의‧의결로 저장 용량을 달리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있었지만 법안 소위 심사 과정에서 삭제됐다. 

    학회는 "이미 부지내저장시설에 해당하는 건식 저장시설을 운영하는 월성  2‧3‧4호기는 사실상 계속운전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지 않아도 심사 기간이 늘어져 원자력안전법에서 허용한 10년의 계속운전 기간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상황인데 특별법안이 상황을 더 악화하는 모양새가 됐다"고 우려했다.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운영허가가 완료되는 월성 2·3·4호기는 수명 연장을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계속 운전 안정성 평가 서류를 제출한 상태다. 

    학회는 "계속운전을 하지 못하거나 그 기간이 단축되면, 부족해진 전력 공급을 위해 대체 발전설비 확보가 필요지는데 이때 소요 되는 비용은 모두 전기요금에 전가돼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고준위법이 사용후핵연료의 원전 부지 밖으로의 이동을 금지하고 있어 원자력안전법과 충돌한다고 보고 있다. 원자력안전법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한 방사성물질등의 부지 밖으로의 이동을 일정한 절차에 따라 허용하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학회는 "사용후핵연료의 부지 밖 이동 금지는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간 사용후핵연료 저장공간이 부족해진 원전은 저장공간이 여유 있는 원전으로 사용후핵연료를 옮김으로써 저장공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며 "이 과정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엄격한 심사와 감시 아래 진행되었으며, 지금까지 이로 인한 사건‧사고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고준위법에서 이를 금지해 기존 저장공간이 부족해지는 원전은 부지 내 저장시설을 추가 건설하거나 원전 운영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것이다. 

    학회는 "부지 내 저장시설 건설에 수천억 원이 소요된다"며 "최악의 경우, 시설의 건설 지연으로 원전 가동이 일정 기간 멈추게 되면 대체 발전설비를 확보해야 해 어떤 경우든 큰 비용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고준위법의 이중 규제 조항도 문제삼았다. 고준위법에는 부지내저장시설 설치를 위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동시에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원자력안전위원회 허가도 따로 받아야 해서다. 

    학화는 "법인이 이대로 통과되면, 발전사업자는 동일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준위법과 원자력안전법에 따른 승인과 허가를 각각 받아야 한다"며 "이는 필연적으로 부지내저장시설 건설사업의 기간 연장을 불러오고 총사업비 증가는 물론 최악의 경우 부지 내 저장시설을 제때 운영하지 못해 원전 가동 중단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