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로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 추진28년만에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 … 9%→13%月 300 직장인 연금 수령액은 129만원 … 9만원 증가
  •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연금 개혁안 가결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연금 개혁안 가결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은 '더 내고 더 받는' 게 핵심이다. 월급 3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이라면 월 6만원을 더 내고 노후에 월 9만원을 더 받게 된다. 

    국회에 따르면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재석 277명 중 찬성 193명·반대 40명·기권 44명으로 통과됐다. 2007년 이후 18년 만이자, 1988년 국민연금 도입 후 세 번째 연금 개혁이다.

    핵심은 1998년 이후 28년 간 그대로였던 '내는 돈'인 연금 보험료율 인상이다. 현재 9%에서 13%로, 내년부터 매년 0.5%포인트(P)씩 오른다. 

    월급 300만원을 받는 직장인(A씨)을 가정했을 경우 월 보험료는 기존 27만원(회사+본인부담)에서 12만원이 오른 39만원을 내야한다. 보험료 절반은 회사가 내므로 A씨 본인 부담금은 19만5000원이 된다. A씨가 추가로 부담해야할 돈은 6만원이다.

    동시에 소득대체율(받는 돈)도 43%로 오르면서 노령연금 수급연령에 도달해 받는 첫해 연금액은 129만원이다. 월급 300만원이 은퇴까지 변동없다고 가정했을 경우로 개혁 이전보다 9만원 많이 받는 것이다.

    A씨가 국민연금을 신규가입해 40년간 보험료를 낸다면 본인 부담금으로만 9360만원을 납입해야 한다. 개혁 전과 비교하면 2880만원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은퇴 후 받는 총 연금액도 올라간다.

    만 65세가 된 A씨가 국민연금 수령액 129만원을 25년간 받는다고 가정하면, 총 수급액은 3억8700만원이 된다. 개혁 전보다 2700만원을 더 받는 것이다. 해당 수치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받는 금액은 이 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개혁안이 통과되면 A씨는 2880만원을 40년에 걸쳐 추가로 내야 하고, 은퇴 후 25년간 2700만원을 더 받게 된다. 이를 종합하면 A씨는 40년간 본인 부담금으로 9360만원을 보험료로 납부한다. 그리고 은퇴 후 25년간 3억8700만원을 국민연금으로 수령한다. 생애 전체 보험료와 연금액을 비교하면 여전히 받는 돈이 훨씬 많다. 

    이번 개혁으로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도 당초 예상보다 늦춰지게 됐다.

    기존 체계에서는 2041년에 적자로 전환돼 2055년에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번 개혁을 반영하면 적자 전환 시점이 2048년으로 7년 늦춰지고, 기금 소진 시점도 2064년으로 9년 연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보험료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조정뿐만 아니라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전략이 반영된 결과다. 정부는 연금기금 운용 수익률 목표를 기존 4.5%에서 5.5%로 상향 조정해 기금 소진 시점을 최대한 늦추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군 복무 크레딧 12개월로 확대 …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50% 지원

    개혁안에는 군 복무에 대한 국민연금 가입 기간 인정(크레딧)을 현행 6개월에서 12개월로 늘린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둘째부터 자녀 수에 따라 최대 50개월까지 가입 기간을 인정하는 출산 크레딧도 첫째와 둘째는 각각 12개월, 셋째부터는 18개월씩 인정하고 상한은 폐지하기로 했다.

    저소득 지역가입자에 대해선 12개월 동안 보험료 50%를 지원할 방침이다.

    국가가 국민연금의 안정적·지속적 지급을 보장하는 내용의 '지급 보장 명문화'도 국민연금법에 반영하기로 했다.

    여야는 이번 개혁을 통해 모수개혁(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을 마무리했지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연말까지 구조개혁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구조개혁은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기초연금, 퇴직연금, 직역연금, 개인연금 등 다층적 소득보장체계를 전반적으로 개편하는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논쟁이 되고 있는 것은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다.

    자동조정장치는 출산율 감소, 기대수명 증가, 경제 성장 둔화 등의 변수에 따라 보험료율·연금액·수급 연령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이미 도입한 상태다.

    정부는 자동조정장치를 통해 연금 재정의 장기적 안정을 도모하고 기금 소진 시점을 2088년까지 늦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거세다. 일부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자동조정장치를 '자동삭감장치'라고 부르며 연금 수령액 감소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기대수명이 증가하거나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 경우 연금 지급액이 자동으로 감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여당은 연금 재정 안정을 위해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연금 삭감 가능성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는 향후 구조개혁 논의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