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 개편 … 재무·외형↓, 주거래 고객↑신용위험 고객 익스포저 축소 배점 확대연체율 개선 시 가점, 자본비율 관리 고삐
  • ▲ 정상혁 신한은행장ⓒ신한은행
    ▲ 정상혁 신한은행장ⓒ신한은행
    CEO(최고경영자)에게 있어 '시간' 또는 '세월'은 그 자체로 소중한 자산이다. 3년차에 이르면 1·2년차를 돌아보며 그간의 약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시도를 해봄직하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도사린다. 대부분 1·2년차의 연속선 상에서 3년차의 밑그림을 그린다. 과감한 단절이 필요한 때일수록 용기를 내는 게 쉽지 않다. 새로운 시도에는 늘 위험(리스크)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초대형 선박의 방향을 틀어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 건 평범한 선장 입장에선 불가능의 영역일 것이다. 그래서 시장에선 새로운 좌표를 그리며 과감하게 도전하는 CEO가 흔치 않다. 이런 경우가 시중 은행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편집자주]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올해 초 연임으로 임기 3년 차를 맞이한 가운데 질적 성장과 자본효율성을 높이는 데 경영 방점을 찍었다. 

    신규 고객들을 주거래 고객으로 만들고 우량자산 위주로 성장하면서 연체율을 낮추는 데 전사적인 자원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경쟁은행과 달리 3년째 수장직을 지킨 그의 관록이 은행 성장계획에 구체적으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올해 상반기 KPI(핵심성과지표)를 확정하고 외연 확장 대신 주거래 고객을 늘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평가 배점은 총 1000점으로 △고객가치성장(100점) △고객(150점) △재무(470점) △외형(150점) △정책항목(30점) △RM ONE TEAM(50점) △자율영업(50점)으로 구성됐다. 

    눈에 띄는 점은 이익 규모로 평가하는 재무·외형 부문 평가 배점을 줄이는 대신 개인·기업 고객 메인화 영업을 평가하는 지표를 신설했다. 고객 부문 내 개인고객 메인화(30점) 기업고객 메인화(40점) 항목을 새로 꾸렸다. 이는 신한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을 주거래 고객으로 활성화하는 영업을 이른다. 신규고객을 급여 이체, 카드 결제 계좌 이용으로 이끌고 모임통장, 예·적금, 청약 통장, 연금, 신탁, 방카슈랑스 등의 상품까지 이용하게 만드는 식이다. 

    지난 2023년 취임한 정상혁 행장이 그간 고객 외연 확대에 힘써왔다면 올해는 그동안 유치한 고객을 세분화하고 차별화해 메인화 시킨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 자본비율 관리 정책과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 힘을 싣기 위해 건전성 관리에 고삐를 조인다. 신용 여신이 과도하거나 신용 등급이 악화한 고객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을 줄이면 KPI 점수가 오르는 식이다. 

    연체율을 개선하는 경우도 가점된다. 신한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0.27%로 준수한 편이나 지난 2021년(0.19%) 2022년(0.21%) 2023년(0.26%)에 비하면 상승 추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조기대선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로 인한 수출입 기업의 경영 악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 고조로 인해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이 KPI에 반영됐다”며 “그룹의 밸류업 이행을 위한 보통주자본(CET1)비율 중요성이 커진 점도 당분간 자산 효율화와 연체율 관리 강화 기조를 이어가게 한 요인”이라고 했다. 

    신한은행은 기업금융 영업을 전담하는 RM(Relationship Manager) 인력들의 협업 유도를 위해 지난해 'RM One Team' 제도를 만들었는데, 올해 KPI에서 RM One Team에 대한 배점을 신설했다. RM One Team은 영업 권역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는 제도로 이를 활용해 기업금융 영업 활기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올해 초 정 행장의 신년사에서도 본업 경쟁력을 키우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체질을 확보한다는 의지가 투영됐다. 

    정 행장은 신년사를 통해 "자산 성장 중심의 영업 전략에 더해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통한 질적 성장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