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서비스 확대 '국민 메신저', 광고판 전락 우려방통위, '친구톡' 업그레이드 앞두고 '방지' 대책 요구"고객님, 통합마케팅 수신 동의 하셨네요"… 무차별 융단폭격차단 총력 이통사, 정부와 '엇박자' … 부당 '데이터 요금'까지
  • ▲ 이 이미지는 ChatGPT(OpenAI)의 이미지 생성 기능을 통해 제작됐습니다.
    ▲ 이 이미지는 ChatGPT(OpenAI)의 이미지 생성 기능을 통해 제작됐습니다.
    과거의 '스팸'과 현재의 '스팸'.

    단순하게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하지만 과거의 스팸은 전쟁통에 사람을 살렸고, 현재의 스팸은 사람을 잡는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섬나라 영국의 해상 운송로를 봉쇄하자,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영국 국민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스팸'을 통해 단백질을 섭취하며 버틸 수 있었다. 전쟁 중 극심한 물자 부족에 시달려 배급제를 실시했던 시기, 스팸 통조림 만큼은 쉽게 구할 수 있었고 연합군과 영국민들은 '애국음식'이라는 애칭까지 부여했다.

    전쟁이 끝나고 배급제도 폐지됐지만, 값싼 스팸은 끊임 없이 공급돼 영국민들의 식탁을 점령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

    당시 영국민들이 스팸을 얼마나 지겨워했는지 1970년대 BBC의 코미디 프로그램까지 등장한다. 레스토랑 메뉴에 적힌 음식들은 '스팸을 넣지 않고서는 만들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코미디가 인기를 끌면서 '쓸모 없이 넘치는 물건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 1980년대 PC통신시절, 악질 누리꾼이 BBC 코미디 프로그램에 나온 스팸 관련 대사를 인용해 통신 접속을 독점했고, 이 같은 누리꾼들을 스팸이라 불렀다. 이어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무차별적으로 보내는 쓰레기 메일'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사람 잡는, 사람을 잡을 수 있는 스팸'의 등장이다.

    우리는 지금 AI(인공지능) 시대, 초지능 시대를 살고 있다. 새로운 기술은 삶을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변화시킨다.

    하지만 '변화의 그림자'는 생각 이상으로 크다. 

    통신 및 플랫폼 기술의 개발은 불법 스팸, 피싱 같은 사이버 범죄의 지능화로 이어져 국민은 물론, 국가의 안전을 위협한다.

    '정보와 광고라는 탈'을 쓰고 다가 온 불법 스팸은 국민들의 경제적, 심리적 피해로 이어진다.

    사례도 충격적이다. "나체 사진 보내주면 돈 돌려줄께", "강릉 야산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자 변사체로 발견", 택배 문자 눌렀다가 4억원 털려"는 기본에 '부고장', '경찰청 도로법위반', '검찰 사칭', '국민건강보험', '청첩장' 등 생활 전반에서 스팸으로 인한 사기 범죄가 판을 친다. 국내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만 2024년 기준 6484억원에 달한다.

    피싱공격 기법은 1. 공격준비, 2. 미끼문자 발송, 3. 악성앱 유포, 4. 악성앱 설치 및 실행, 5. 공격대상 정보탈취, 6. 피싱제어 서버 및 통신 변경, 7. 보이스피싱 시도 및 스미싱 재전파 순이다.

    과거에는 이통사 문자를 기반으로 각종 범죄가 이뤄졌지만, 정부 단속과 이통사들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최근에는 SNS, 메신저 친구 추가 등으로 진화를 지속중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지난 3월 방통위는 '친구톡 업그레이드'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인 카카오에 '스팸 메시지 방지 조치'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 카카오는 고객이 사전 동의를 한 경우, 기업의 광고성 메시지를 보내는 '친구톡'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그런데 이를 업데이트해 과거에 각 기업의 '통합 마케팅 수신 동의' 이력이 있다면, '별도 동의 없이 고객이 광고를 수신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를 준비한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정부가 대응에 나선 것.

    실제 서비스가 출시되면 고객의 광고에 대한 피로도는 높아질 수 밖에 없고, 이메일, 문자로 받던 광고 및 범죄 악용 스팸 메시지가 카카오톡으로 확산되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실제 정보성 메시지에 한해 발송하는 기존 알림톡 서비스 조차도 검수 주체인 카카오가 위탁딜러사에 발송자 진위 여부 판단을 맡기고 있는 등 불법 광고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스팸 근절 노력과도 정반대인 행보다.

    과기부는 당시 11월 '불법 쓰레기 편지(스팸) 방지 종합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정부는 국내 대량문자 서비스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로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 타 메시지 전송수단에서의 스팸 증가 방지를 위한 대책도 준비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재 카카오 서비스는 클로즈 베타 기간으로, 정식 서비스를 출시한 시점이 아니다. 현재 방통위 통해서 출시 전 조치하고 보완할 부분들 전달 받아서 시정중이다.

    하지만 이용자 보호 문제를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자에 맡기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난해 카카오는 친구톡 등 메시징 사업을 통해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발신 기업이 데이터 요금 등 모든 비용을 담당하는 문자 메시지와는 달리, 카카오톡 비즈 메시지는 이를 수신하는 고객에게 데이터 요금이 부과되는 구조 역시 문제다.

    고객은 원치 않는 광고를 수신하면서, 데이터 요금까지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현재 문자 메시지는 스팸 관리를 위해 방통위, 과기정통부 등 규제 기관의 관리를 받고 있는 만큼, 카카오 역시 같은 기준을 적용해 관리 감독하는 게 타당하다.

    이번 카카오의 알림톡 서비스 확대는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던 스팸의 '새로운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업 확대에 앞서 이통3사는 물론, 국내 1400여 업체에 달하는 문자사업자 등과 카카오 역시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

    아울러 '명확한 수신 동의 없는 메시지 발송 구조', '피싱·스미싱 피해 우려', '광고임을 숨긴 듯한 UI와 고지 미흡', '데이터 비용 부담의 전가 구조', '스팸 규제의 사각지대 존재' 등 시장 우려에 대한 명확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카카오 알림톡 서비스 확대로 '사람 잡는 스팸'을 더 늘려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