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주계약' 기능 실손 … 당국 개편으로 매력도↓업계, 정액형 상품 주목 … 보험시장 판도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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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말 5세대 실손의료보험 출시를 전후로 보험시장 판도가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의 개편 방향에 따라 보장 범위는 줄고 소비자 부담 비용이 많아지면서 정액형 상품이 다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덤'으로 출발한 실손보험이 당국의 판매 승인으로 사실상 주계약처럼 기능했지만, 거듭된 세대 개편으로 인해 실손의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다시 정액형 건강보험 중심으로 시장의 무게가 이동할 거란 전망이다. 

    ◇자기부담 커지는 5세대 실손 … 보험시장 판도 재편 조짐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 시장은 IFRS17(새 회계제도) 도입에 따른 자본 확충 부담으로 생명보험·손해보험 관계없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었다. 이런 과열된 시장에서 업계는 5세대 실손 개편으로 건강보험 경쟁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보험업계가 다시 주목하는 '정액형 건강보험'은 보험을 가입할 때 미리 정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소비자는 치료비와 관계없이 정해진 금액을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다.

    실손은 치료를 받을 때마다 건별로 청구해 사후 정산받지만, 정액형은 진단 시 한 번의 청구로 고정 보험금을 지급받는 구조다.

    ◇당국이 승인한 실손 단독상품 … 5세대 개편으로 '사다리 걷어차기'?

    당초 실손은 주로 암보험 또는 상해보험 등에서 의료비 보장 특약으로 덧붙여지던 부속 상품으로, 일종의 '덤'에 가까운 부가 보장으로 시작됐다. 또한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 등에 대한 의료비 보전 수단으로 작용했다.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안전망으로 각광받자 당국은 2009년 실손을 '단독 상품'으로 판매하도록 허용했다. 실손은 독자적인 상품군으로 보험시장을 주도하면서 전통적 건강보험 상품 대신 사실상 '주계약'처럼 기능하기 시작했다.

    보험사들도 경쟁적으로 실손상품을 내놨고 암보험에 실손특약이 붙던 기존의 구조는 실손보험에 암 특약을 붙이는 '주객전도' 현상까지 나타났다.

    하지만 실손보험이 급성장하면서 일부 가입자들의 과잉 진료 및 보험금 청구가 누적됐고 '도덕적 해이' 현상도 확산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같은 배경에서 당국은 다섯 차례에 걸친 실손 개편을 감행했다.

    기존 실손은 자기부담률이 보장 범위에 따라 0~30%였다면 5세대의 경우 급여·비급여 체계를 정비해 급여는 입원·외래로, 비급여는 중증·비중증으로 나눠 자기부담률을 상향 조정했다.

    급여 입원은 현행과 동일한 자기부담률 20%를 유지하지만 외래 치료는 국민건강보험 본인부담률과 연동해 적용한다. 중증 비급여의 경우 연간 5000만원 등 현행 보장을 유지했지만 비중증 비급여에 대해선 연간 보상한도가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줄어들고 회당 한도 20만원은 '일당 한도 20만원'으로 바뀐다. 

    도수치료, 무릎주사 등은 보장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관리급여로 선정될 경우 실손으로 보장하되 본인부담률은 95%까지 올라간다.

    ◇"5세대 실손 축소 보완책 수요 증가할 것" … 정액형 주목도↑

    5세대 실손 보장이 현저히 축소되면서 당국은 제 손으로 시장을 키웠다가 '사다리 걷어차기'를 한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하지만 실손보험의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보험시장에선 이를 보완할 수단으로 정액형 건강보험 상품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컨대 5세대 실손 가입자는 진단·수술·입원비 등 일부 항목에서 보장이 절반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려는 소비자 수요가 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3·4세대 실손이 등장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미 암·뇌·심 등 3대 질환 중심 상품부터 치매 등 보장 상품을 다양화하는 등 건강보험 라인업에 주력하는 추세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5세대 실손 가입자의 경우 정액형으로 일부 보장 공백을 메울 수 있겠지만, 도수치료·MRI 같은 비급여 항목은 보장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점에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