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發 과징금 '11조' 통보에 금융권 반발 확산정보 공유는 시장 보조 수단 … 공공 역할 외면한 처사제재 수위 확정 시 국채 조달 비용 상승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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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증권사 등 관련 금융사들은 대놓고 말하지 못할 뿐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 반발한다. 낙찰금액을 매출액으로 단순 가정해 조 단위의 과징금을 매기겠다고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문제 삼은 담합행위의 결과적 실체도 모호하다. 최근 국고채 입찰 결과 통상적인 낙찰금리가 시장금리보다 낮았다. 같은 메신저로 금융사 간 관계자들이 의견을 주고받은 것 자체를 담합으로 볼 순 없다. 담합으로 이득을, 공정위 입장에서 볼 때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증거는 뭘까. 그 와중에 자진신고제도(리니언시)를 활용해 슬그머니 빠지려는 금융사 3곳에 대한 업계 눈총이 따갑다. [편집자주]국고채 입찰 담합 혐의로 은행·증권사 15곳에 최대 11조원에 달하는 과징금이 예고되자 금융권에서 반발 기류가 거세지고 있다.해당 금융사들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시장 안정과 국가 시책 협조 차원의 활동’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치는 국채 시장 특성을 간과한 과도한 제재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KB국민은행·하나은행·IBK기업은행·NH농협은행·한국산업은행 등 은행과 삼성증권·미래에셋증권·신한투자증권 등 15개 국고채 전문딜러(PD)사에 입찰 담합 혐의가 담긴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공정위는 이들이 국고채 경쟁입찰 과정에서 금리 담합이 있었다고 판단, 매출액 총 76조2346억원의 10~15% 수준인 7조6235억~11조4352억원 수준의 과징금 부과를 검토 중이다. 다만 제재 대상 15개사 중 3곳은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 제도)를 통해 과징금 일부 또는 전액을 면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공정위는 이들 PD사들이 입찰 전 메신저 등을 통해 투찰 금리 정보를 교환하고, 일정 수준 이하 금리를 제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보고 있다. 해당 행위는 입찰 경쟁을 제한해 정부의 국채 조달 비용을 증가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이에 대해 은행·증권 등 금융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고채 입찰은 정부의 안정적 자금 조달을 위한 국가적 과업으로 해당 과정은 수익 중심이 아니라 공공적 사명에 기반한 참여였다는 주장이다. 또 이익 극대화를 위한 담합이라는 공정위의 판단은 금융시장 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결과라고 항변한다.실제 입찰 결과를 보면 통상적으로 국고채 낙찰금리는 시장금리보다 낮게 형성됐다. 이는 PD사들이 손해를 감수하고도 입찰에 응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금융사들은 과징금 산정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공정위는 전체 국채 인수액인 76조원을 ‘관련 매출’로 간주해 과징금을 매겼다. 이에 금융사들은 “국채 인수는 단순 중개일 뿐 매출이 아니다”며 “실질 수익이 미미한 구조에서 조 단위 과징금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항변했다.한 은행 관계자는 입찰 정보 공유 행위에 대해 “정보 교환은 낙찰 점수를 확보하고 시장 수요를 예측하기 위한 ‘시장 안정 수단’”이라며 “공정위가 이를 고의적인 가격 담합으로 해석한 것은 지나치다”고 했다.금융권은 이번 제재가 현실화 될 경우 정부의 국채 조달 구조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공정위 조사 이후 딜러 간 메신저 차단, 커뮤니케이션 감소로 입찰 금리의 변동성이 커졌고, 국채 조달 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한 금융권 관계자는 “입찰이 불안정해지면 국채 수요가 줄고 결과적으로 정부의 조달 비용은 증가하게 된다”며 “이번 제재는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금융사들은 이번 심사보고서에 대한 법률 검토를 비롯해 소명서를 작성 중이다. 공정위는 금융사 소명서를 검토한 이후 전원회의를 통해 위법 여부와 제재 수위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최종 결정은 이르면 하반기 중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