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카드 발급 감소세 … 이용금액은 전월比 10.5%↓지난해 카드사 법인카드 실적 111조 … 상위권 경쟁 '치열'업계 "수수료 수익 저하로 법인부문 수익성 창출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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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인카드 시장이 카드업계의 핵심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줄어든 상황에서 승인 금액이 상대적으로 큰 법인 부문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 둔화로 기업들의 법인카드 발급수요가 줄고 있어 주요 카드사 간 점유율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1월 법인 신용카드 1162만7000장 발급 … 7년 만에 감소세

    2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 법인 신용카드 발급은 1162만7000장으로 전월보다 2만2000장 줄었다. 월간 기준 법인카드 발급이 줄어든 것은 2018년 5월 이후 7년 만이다. 1월 기준으로는 2004년 카드대란 당시(-16만장) 이후 처음이다.

    이용금액도 크게 감소했다. 같은달 법인카드 이용액은 17조541억원으로, 전월(19조647억원)보다 10.5% 줄었다. 법인 신용카드 이용액은 지난 2022년 5월 19조8544억원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전고점을 넘지 못하고 있다.

    법인카드는 사업자등록번호를 가진 기업 명의로 발급되며 법인 통장 계좌와 연동해 비용 처리에 사용된다. 최근 발급 감소는 기업들이 경기 둔화에 따라 지출을 줄이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1월 기준 85.9로 전월보다 1.4포인트 하락했다. 2020년 9월(83.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도 50인 이상 기업 508개사 중 96.9%가 '올해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처럼 기업들의 전반적인 비용 절감 기조 속에서 유효기간 만료에 따른 단순 감소를 넘어 신규 발급이나 갱신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라 경제 위기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많은 시점으로 모집 및 해지 방어 등 법인대상 영업에도 어려움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법인영업이 돌파구" … 점유율 경쟁 '치열'

    법인카드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카드업계는 오히려 시장 점유율 확대에 적극 나섰다. 경기 둔화로 발급과 이용액이 줄었지만 건당 승인 금액이 크고 수익성도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법인 부문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전업 카드사의 법인카드 이용실적은 총 111조3722억원에 달했다.

    KB국민카드가 18조5472억원(점유율 16.65%)으로 1위를 기록했고 우리카드는 18조888억원(16.24%)으로 바짝 뒤쫓았다. 이어 하나카드(15.86%) 신한카드(14.8%) 삼성카드(13.69%) 순으로 상위권 간 점유율 격차는 1%p 안팎에 불과하다. 

    특히 우리카드는 전년 14.58%에서 1.66%p를 끌어올리며 가장 큰 폭으로 점유율을 확대해 지난해 업계 2위로 올라섰다.

    통상 법인카드는 기업 계좌와 연동되는 특성상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가 상위권을 차지해왔다.

    주요 카드사들은 저마다 법인카드 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점유율 1위 국민카드는 B2B(기업 간 거래) 신시장 발굴과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를 통해 기업 맞춤형 솔루션 제공과 파트너십 모델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2위 자리를 내준 하나카드는 조직 개편을 통해 반등을 노린다. 지난해 법인영업 조직을 임원(상무) 직속으로 격상했다. 성영수 하나카드 대표는 "그룹 핵심 역량 집중을 통해 성장해 온 기업카드 부문을 일반매출 중심의 진성 영업 기조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우리카드는 회계 플랫폼 '경리나라'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중소기업 대상 모집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진성원 우리카드 대표는 취임사에서 "회사의 모든 부분을 즉시 선도사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는 힘들다는 판단 아래 핵심 영역을 중심으로 압축성장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카드 시장이 포화되면서 법인카드 영업 강화를 통한 수익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금융그룹 카드사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점유율 격차가 크지 않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