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주선 조선팰리스 내 보안 구역서 비공개 진행CJ·롯데·한화갤러리아 보안 속 개별 면담미국 사업 확대 의지 전달 및 협력 논의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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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했다. ⓒ서성진 기자
지난 29일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를 만나기 위해 유통업계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그는 부친의 신임 아래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핵심 인사로 부상한 인물이다. 각료 인선 등 국정 운영에도 깊숙이 관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통상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실세로 떠오른 그와의 접촉에 업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와의 면담은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내 보안 구역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집무실이 위치한 건물이다. 신세계 측은 호텔 로비에 임직원을 배치해 일반 투숙객의 접근과 취재를 제한하기도 했다.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된 것이다.
면담은 대기업의 경우 개별 회동, 중견기업은 집단 면담 방식으로 진행됐고 면담 시간은 30분에서 1시간가량으로 알려졌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이날 트럼프 주니어와 별도 면담을 갖는 것으로 알려진다. CJ는 미국 식품 시장에서 비중이 큰 그룹으로 CJ제일제당은 2019년 슈완스 인수를 계기로 본격적인 글로벌 확장에 나섰다.
인수 당시 연 3000억원 수준이던 미국 식품 매출은 지난해 4조7138억원까지 15배 이상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이 운영 중인 해외 생산시설 33곳 중 20곳이 미국에 있을 정도다.
현재는 슈완스를 통해 사우스다코타 수폴스에 북미 아시안 푸드 신공장을 2027년 완공 목표로 짓고 있다. 만두 브랜드 비비고의 점유율을 42%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CJ올리브영은 미국 법인 CJ Olive Young USA를 설립한 데 이어 연내 LA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 예정이다.
롯데그룹 오너 3세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부사장도 전날까지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고 귀국하자마자 면담에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신동빈 회장을 단장으로 한 한경협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인도네시아를 다녀온 직후였다.
신 부사장은 롯데가 미래 먹거리로 육성 중인 바이오 사업을 소개하며 미국 내 협력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인수·증설한 뉴욕 시러큐스 공장을 통해 국내 CDMO 기업 중 최초로 미국 현지 생산에 돌입한 바 있다. -
- ▲ 트럼프 주니어 면담장 찾은 한화그룹 형제들 ⓒ연합
한화그룹 유통 부문을 총괄하는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은 이날 오전 형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함께 트럼프 주니어를 만났다.
이들은 에너지, 방산, 금융·유통 등 그룹 핵심 사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을 마친 뒤 세 사람은 호텔 커피숍에서 커피를 들고 나오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 29일 오후 6시30분 전용기편으로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 도착했다. 그가 한국을 찾은 것은 한 보수 청년단체가 주관한 정치 콘퍼런스 빌드업코리아 2024 행사 참석차 지난해 8월 이래 8개월 만이다.
특히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로는 첫 방한이다. 이번 1박2일 일정은 정 회장의 초청으로 성사됐다. 정 회장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재계 간 가교 역할을 자처했다는 후문도 있다.
정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의 인연은 2010년 한 국내 언론사 주최 행사에서 시작됐다. 이후 미국의 유력 인사가 두 사람의 뉴욕 만남을 주선했고 공통의 종교(개신교)와 유사한 관심사를 공유하며 친분을 쌓았다. 정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를 브로(brother)라고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정 회장이 미국 출장을 겸해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 트럼프 대통령과도 면담했다. 지난 1월에는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워싱턴을 찾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